이 지구상에 우리나라 부모만큼 아이들의 학력에 관심을 많이 쏟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 믿는다. 최근 한국은행 총재가 교육 때문에 금융정책을 제대로 펼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보니 얼마나 심각한 일인가.
필자는 교육행정 기관에 근무 중, 교육정책대학원 과정에서 대안교육 연구를 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정보와 한국의 교육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특히 일본에서는 10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일본교육 기관과 학교현장을 실제로 다니면서 관찰하고 3년 동안에 900여편에 달하는 교육과 사회에 관련된 글을 정리하여 보기도 하였다. 이를 축적한 덕분에, 학교장 재직 시에는 교육연수원에서 일반 행정직 관리자를 대상으로 4년간 강의를 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정부나 학교 등 교육기관이 교육의 다양성과 학생이 주인이 되는 배움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하여도 대학입시 앞에선 한 발짝도 벋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대입까지는 학교와 사교육을 통하여 사육당하는 불쌍한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이제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장 원초적인 놀이를 회복시켜줘야 한다. 놀이는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31조1항에 명시되어 있다.
"휴식과 여가를 누리고, 아동의 나이에 적합한 레크리에이션 활동과 놀이에 참여하고,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
이 권리는 출생부터 18세 성인이 될 때까지 보장되어야 할 아동의 권리다. 어른들은 자신의 권리는 강하게 주장하면 파업을 하기도 하면서도 아이들의 권리는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사회는 이를 인지하는 사람도 많지 않으며 권위적인 사회일수록 더욱 그렇다.
아이에게 놀이는 무엇보다도 즐거운 활동이다. 계획된 목적도 없고 자신이나 다른 친구들과 경쟁도 없다. 이 즐거운 놀이는 아이 혼자서, 다른 아이와 함께, 또는 한 명이나 그 이상의 성인들과 할 수 있다. 놀이에서 즐거움을 얻지 못하면 아이는 놀이를 그만둘 것이다. 놀이는 중단되고 더 이상 놀이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놀이의 필수 요소는 재미와 즐거움이다. 배가 고프거나 잠이 부족하거나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리는 재미있는 활동을 자극해도 재미있게 놀지 않으며 실제로 놀 수 없다. 아이는 건강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재미있는 순간을 즐길 준비가 될 때 논다.
한 초등학생이 놀이를 통하여 문해력을 높이는 자기주도 학습을 한다는 사실을 카톡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사전을 이용하여 속뜻을 알게 되는 단어를 찾아서 꽃잎을 다는 방법이다. 사전 찾는 방법만 배우면 책을 읽으며 모르는 단어를 찾는 것이 선생님이 가르친 수업이 아닌 놀이로 자신만의 속도로 진행된다.
카톡방에서 서로 모르는 관계지만 의견을 나누면서 학부모와 선생님이 참여한다. 거짓없이 아이들이 학습하는 모습을 공유하는 모습이 참 이상적이라 생각했다.
학년도 다른 아이들의 수준이 다 같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서로 조언하고 도움받으며 공부한다. 카톡 동아리에 참여한 참가자 모두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보고 감동하고 같은 한국이라는 공간에서도 이렇게 다른 길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학부모와 선생님 역할은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것이 아닌 칭찬, 격려하는 것으로 충분한 너무나 이상적인 학습의 장이 부럽기 그지없다. 이를 칭찬할 줄 아는 후원자가 있어 상장으로 격려하는 것은 더욱 바람직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배우면서 행복을 느끼게 되니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이를 지켜본 학부모이다.
"안녕하세요. 부끄럽지만 자랑해 봅니다. 감사하게도 7월 꽃잎달기 대상을 받았었는데요. 저희 딸이 믿기지 않는다고 행복해 했습니다 . 덕분에 더욱더 열심히 꽃잎달기를 하고 있어요. 우연한 기회로 어휘력 향상 문해력 증대 반에 초대해 주셔서 일정한 시간에 무의식으로 찾게 되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덕분에 높은 자존감 향상과 즐거운 학교생활이 더해진 것 같아요."
본래 놀이는 아이의 일이다. 이런 경험을 한 아이는 어휘력 증진을 위한 노력은 공부가 아닌 놀이 영역에 포함된다. 어른들에게 일은 고되지만 아이들에게 놀이는 즐거움이다. 억지로 어휘력 향상을 위해 숙제를 내는 선생님이 아닌 놀이를 통하여 스스로 배움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도록 학습환경을 조성하는 선생님이 최고의 선생님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