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실무 가이드] ‘학교장 자체해결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2024.09.02 09:00:26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모든 사안을 학폭위를 열어서 처리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다 2019년 9월 1일부터 ‘학교장 자체해결제’가 도입됐다. 전담 기구가 사안을 조사해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처리한다. 경미한 사안의 경우 학교장 권한으로 자체 해결하게 된다. 제도 도입 초반에는 학교에서 은폐나 축소한다는 민원을 우려하기도 했다.

 

1. ‘학교장 자체해결제’ 의 운영

 

4년여가 흐른 지금 ‘학교장 자체해결제’를 평가해 보자면 긍정적이다. 학교폭력 접수 건수 대비 학폭위로 진행되는 비율이 상당히 낮다. 학교장 자체 해결이 가능한 경미한 사안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살펴보자. ▲2주 이상의 진단서 제출 ▲재산상의 피해와 보상 여부 ▲지속성 ▲보복성 등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이 중 지속성에 관한 판단기준이 사안에 따라 모호하다. 학교폭력 전담 기구에서뿐 아니라 학폭위에서도 판단하기 어렵다.

 

학교폭력 전담 기구에서 ‘학교장 자체해결제’ 로 종결이 가능한 요건으로 판단한 경우를 살펴보자. 학교폭력 사안은 철저히 피해 학생과 보호자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간혹 이런 질문을 받기도 한다. “학교에서 종결 처리한다는데 왜 맘대로 결정하죠?”라고 말이다. 피해 학생과 보호자에게 전달할 때 뉘앙스의 문제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학폭위가 열릴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안내해야 한다.

 

2.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목적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목적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 사안을 확인하고 처리하다 보면 목적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이리저리 휘둘리게 된다. 가해 학생의 처벌이 목적이 아니다. 가해 학생의 행동이 피해 학생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었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적 지도가 필요한 이유다.

 

학교에 들어온 사법 주의는 교육적 지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지도하도록 한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관계는 회복되기 어려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피해 학생은 피해 학생대로, 가해 학생은 가해 학생대로 감정만 쌓여간다. 시간이 흐르면 양측의 보호자들도 함께 감정이 상하게 된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의 사법 주의는 학생들 간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3. 관계 회복 이전에 피해 학생의 치유를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살펴보면 우려스러운 내용이 있다.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안내할 때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 모든 과정에서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모두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무턱대고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안내하면 안 된다. 먼저 피해 학생이 어떤 피해를 봤는지 정확히 확인한다. 피해는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 해결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함께 파악한다. 피해 학생의 치유가 먼저 진행돼야 가해 학생과의 관계 회복도 이루어질 수 있다. ‘학교장 자체해결제’로 학교폭력 사안을 종결한다고 해서 모든 사안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폭력 사안은 일어나기 전에 예방이 우선이다. 발생한 사안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했다면 피해 학생의 치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가해 학생의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도 따라 줘야 한다. 따라서 ‘학교장 자체해결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학교폭력 당사자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학교폭력 사안은 사법 주의로 해결하기보다는 교육적 지도를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김태훈 강원 홍천농업고 교사·‘신규 교사를 위한 학생 생활지도와 학부모 상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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