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도시의 중학교에서 계기교육의 일환으로 학생을 대상으로 실행한 영상교육이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2분 28초 분량의 영상의 내용은 "오늘날 한국인 대부분의 인식과는 다르게 총독부가 한반도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일제에 의해 사법제도가 정비되고 개인으로서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일제가) 한반도 주민들을 정신적으로 깨어나게 했다"라는 등 전형적인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을 담은 뉴라이트 진영의 한 보수 유튜버의 영상이었다.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서 이 중학교에서의 1,2,3학년 700명을 대상으로 일제강점기를 미화한 이 영상의 상영으로 인해 논란의 대상자인 60대 교사가 경고 조처에 이어 수업에서 배제됐으며 학교장은 사과문을 냈고, 시교육청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란은 학교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치권까지 번진 상황이다. 제1야당이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소속 대변인은 17일 서면브리핑에서 "누가 대한민국을 일본의 강제 침탈 미화 교육을 하는 나라로 만들었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학교, 교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면서 이번 사태의 배경에 독립기념관장 논란 등 정부의 '인사', '역사관' 논란도 한몫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초중고 학교에서의 현행 영상교육에 대한 재검토와 차후 모든 학교에서의 보다 세심한 계기교육과 함께 수업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영상교육에 대해서도 확고한 재검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을 인식시키고 있다.
필자는 과거 중고등학교 관리자로서 수년에 걸쳐 학교에서의 영상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세밀한 실행에 주의를 환기하고자 교직원 협의회 시간을 이용해 이를 공론화 하고 학교에서의 영상을 통한 계기 교육 및 각 교과별 수업 장학 측면에서 보다 전문적인 교사의 지도 방식에 공감을 유도했다. 영상 세대인 현재의 중고등학생들에게 영상교육은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루한 구두 설명과 강의식으로는 다가갈 수 없는 임팩트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수업 담당 교사의 개인적 성향과 지도역량에 의해서 전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어떤 면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문제점을 안게 되는 경우도 배재할 수 없었다.
예컨대 담당 교사의 지나친 보수, 진보의 한쪽 사상적 편향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그것이다. 특히 역사와 윤리(도덕) 교과에서 강하게 부각되곤 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수업 후에 일부 학생들의 이의 제기가 뒤따르고 심지어는 학부모의 비판과 민원이 제기되었다. 관리자로서 이에 대한 해결은 항상 담당 교사와 학생, 또는 학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향으로 뒤풀이가 이루어졌다. 심한 경우는 교사의 경위서를 받고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을 잠재우는 조치가 뒤따랐다.
차제에 이 글을 통해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교육 방식이 이제는 영상교육의 보편화가 이루어지고 이에 대한 수업담당 교사의 재량권과 역량이 확대됨에 따라 역으로 각 학교별 관리자는 이를 전적으로 믿고 보다 세심하게 수업 장학을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각 교과 진도를 완료한 후에도 평상시에, 특히 중3이나 고3의 경우는 2학기에 들어 지나친 영상교육으로 흐르다보니 학생들의 불만과 학부모 민원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단지 시간 때우기 식의 영상교육과 특정 분야, 특히 오락으로만 집중된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는 영상교육을 빙자한 수업의 방치이며, 심지어 학교교육의 포기 및 무용론을 제기하는 악순환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이제 학교에서의 영상교육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로써 계기 교육을 위한 특정 영상이든 아니면 수업 보조용이든 이에 대한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 교사의 사상적 편향성을 드러내는 영상 선정은 과감하게 차단하는 지혜와 용기가 요구된다. 이는 곧 바람직한 2세 교육에 대한 사명이자 의무이기도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교사의 개인적인 이유로 인해 수업에의 성실한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교과별, 학년별 협의회나 교직원 회의를 통해 교사의 인식을 보다 제고(提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