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10명 중 7명은 자녀가 경쟁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심리적 공포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의존성은 소득 격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져 사회적 이동성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벽이 돼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최근 발표한 ‘사교육 의존의 구조적 원인에 대한 고찰 및 함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교육 시장을 지탱하는 핵심 동력은 ‘심리적 경쟁 압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조사 결과 학부모의 90% 이상이 사교육을 자녀의 미래를 위한 필수 요소로 꼽았으며, 특히 70.5%에 달하는 부모가 “자녀가 친구들 사이에서 뒤처질까 봐 불안해서 사교육을 시킨다”고 응답해 사교육이 심리적 방어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주목할 점은 부모가 느끼는 경쟁 압력이 사교육의 ‘양’보다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통계 분석 결과 부모의 경쟁 압력은 자녀의 학원 개수나 사교육 시간 증가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다.
대신 부모의 경쟁 압력은 사교육 ‘비용’ 증가에는 뚜렷하고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구체적으로 부모의 경쟁 압력 점수가 1점 증가할 때마다 자녀의 사교육 비용은 2.9%씩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커질수록 기존 교육 서비스에 시간을 더 투자하기보다 더 비싼 고액 과외나 소수 정예 프리미엄 입시 컨설팅 등 이른바 ‘상급 고단가 서비스’로 전환하는 경향이 뚜렷함을 의미한다.
사교육비의 비탄력성도 재확인됐다. 가구 소득 변화에 따른 사교육비 지출 탄력성은 약 0.29 수준으로 조사돼 가구 소득이 10% 감소하더라도 사교육비는 2.9% 남짓 줄이는 데 그쳤다. 식비나 문화 생활비 등 다른 소비 지출을 줄여서라도 사교육비만큼은 끝까지 유지하려는 ‘경직적 지출’ 특성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부모의 불안감이 경제적 논리를 압도하며 사교육 시장의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교육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우리 사회의 단일화된 성공 경로에서 기인한다. 보고서는 상위권 대학 졸업자와 비상위권 졸업자 간의 생애 초기 임금 격차가 평균 25~30%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학벌이 직업 경로와 소득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함에 따라, 부모들은 자녀를 ‘상위 소득 진입권’에 안착시키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사교육에 투입하게 돼 있다.
이러한 ‘학벌 프리미엄’을 향한 경쟁은 소득 수준별 사교육비 양극화로 이어진다. 조사 결과, 가구 소득 최상위 10%의 사교육비 지출은 최하위 10%보다 약 8~1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높을수록 단순 보충 수업을 넘어 고액 입시 컨설팅이나 차별화된 교육 서비스를 구매해 자녀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정부의 다양한 교육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의존도가 낮아지지 않는 이유로 ‘입시 제도의 복잡성’이 지목됐다. 설문에 응답한 부모의 65.2%는 “복합적인 대입 전형 때문에 사교육 업체의 전문적인 컨설팅 없이는 효율적인 입시 준비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제도가 정교해질수록 정보 자본을 가진 사교육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보 비대칭성 역시 문제를 키우고 있다. 교육 시장 내에서 학부모들은 사교육 업체가 제공하는 ‘불안 마케팅’에 쉽게 노출되는 구조에 놓여 있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는다’는 식의 공포 정치가 부모들의 경쟁 압력을 자극하고, 이것이 다시 인당 사교육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보고서는 현재의 사교육 문제가 개인의 교육열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상대평가 위주의 서열화 방식과 명문대 중심의 보상 체계가 유지되는 한, 공교육 강화나 입시 제도 미세 조정만으로는 사교육 수요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성민 선임연구위원은 “사교육 의존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학 서열에 따른 과도한 임금 격차를 완화하고 사회 이동성을 회복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며 “남보다 한 문제 더 맞혀야 하는 경쟁 환경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역량에 집중하는 절대평가 도입과 맞춤형 교육으로의 전환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모들에게 사교육의 한계효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과도한 심리적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