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에서] 단점 인정하고 장점으로 보완하다

2024.09.16 09:10:00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분노, 시기, 질투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상대의 특성이나 잘못에 기인하는 것으로 여길 때가 많지만 자신의 내부에 숨겨진 선망, 불만, 열등의식, 성격의 영향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오히려 누군가를 증오할 때 그로부터 감지되는 자신의 단점이나 약점을 싫어하기 때문일 수 있다.

 

내 약점에서 시작되는 타인 부정

미모의 여성을 보고 지성이 부족하거나 팔자가 사나울 것으로 혹평한다면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 자신의 성격에 불만이 큰 경우에 상대방으로부터 본인의 모습이 보이면 싫어하며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가난한 생활에 힘들면 졸부의 사치와 허영을 경멸하고, 취업을 못하는 이유가 능력 부족보다는 부모 탓이라고 변명하기도 한다. 상대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반드시 상대방의 탓만은 아닌 것이다.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소통하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길 기대한다. 그러나 소통은 쉽지 않다. 자신의 마음을 잘 드러내 보이기 어렵고 상대의 말도 그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상대방의 어투나 태도의 영향도 있지만, 각자의 성장 환경과 성격에 따른 습관이나 사고방식의 영향으로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보거나 듣기 때문에 판단이 잘못되고 오해가 누적되어 갈등이 심화된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어느 한쪽을 선호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강하고 화도 잘 내는 경향이 있다.

 

노년이 되면 상황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되기도 한다. 옳고 그름이나 선악이 분명치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매사가 상대적이고 양면적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우리 자신도 내면에 많은 모순된 부분을 느낄 때가 있다. 평소에 반듯한 사회인으로 행동하면서도 무례한 ‘진상’처럼 행동하거나 자기 이익만 우선하고 싶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모순된 욕망을 인정하면 엉뚱한 사람에게 잘못을 전가하지 않고 너그럽게 대할 수 있다. 오랜 세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의 부조리와 불합리를 받아들이다 보면 잘못된 결정으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편협된 사고와 어리석음을 반성하며 이해하고 동정하게도 된다.

 

자신에게 긍정적이고 관대하면 타인에게도 그와 같이 행동한다. 오해나 단편적인 생각에서 발생한 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갈등 유발에 쏟지 않고 자신의 무지와 부족함을 개선하기 위한 동력으로 활용해 보자.

 

진취적이고 긍정적 자세 필요해

상대방의 언행에서 그 이면에 내포된 이유를 헤아려보며 자신과 연관된 경험이나 사고방식의 영향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타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감정이 자신의 약점이나 부족함을 자극한다면 마음도 불편하고 혼탁하게 된다. 단점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감추려 들지 말고 그대로 인정하며 자신의 장점으로 보완하려는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보자.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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