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이 교실상담소 ⑧]감정폭발·파괴적 행동이 ‘자기 조절 실패’라는 의식부터 갖춰야

2024.10.03 10:32:09

파괴적, 충동조절 및 품행장애

 

많은 매스컴에서 접하듯 교실에서 학생들의 과격한 행동으로 인한 문제는 이제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교실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주인공들이 과거에는 주로 중·고교생들이었다면 이제는 초등 저학년까지 그 연령이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교실에서 벌어지는 반항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이나 통제되지 않는 분노표출로 드러나는 아동·청소년들의 정서 및 행동조절 문제가 날로 그 심각성이 더해감에 따라 담당 교사들과 학교 관리자들의 도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도 하다. 정서 및 행동조절 문제를 보이는 아동·청소년의 경우에는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5)’에서 기술하고 있는 정신장애 중 파괴적, 충동조절 및 품행장애의 분류 중 하나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정신장애들이 정서 및 행동조절의 문제를 보이기는 하지만, 파괴적, 충동조절 및 품행장애에 속하는 장애들은 다른 정신장애들과 달리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고, 사회적 규준이나 권위자 및 성인들과 눈에 띄는 갈등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다른 특징을 보인다. 또한 이들은 그 문제의 핵심이 정서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행동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혹은 정서 및 행동 둘 다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

 

품행문제·간헐적 폭발·적대적 반항

전문가도 유형 식별하기 어려워 해

 

먼저 품행장애는 다른 사람의 기본권리를 침해하고, 사회적 규범 및 규칙을 위반하는 행동을 지속하고 반복한다. 가령,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위협하거나 협박하며, 신체적 싸움이 잦다. 또한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는 무기를 사용하기도 하고, 사람이나 동물을 잔인하게 대한다. 더 나아가 타인에게 성적 활동을 강요하거나, 도둑질, 거짓말, 방화, 재산파괴, 가출, 무단결석 등의 행동문제도 나타낸다.

 

간헐적 폭발장애는 매우 친하거나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사소한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공격적인 충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반복적인 행동폭발을 보인다. 흔히 분노조절장애로 쉽게 이해되는 이 장애는 계획없이 충동적으로 나타나 30분 이하로 지속된다. 그 행동의 정도는 재산상 피해나 파괴, 혹은 동물이나 타인에게 상해를 입힐 수 있는 정도의 신체적 폭행을 동반하는 폭발적 행동을 나타내는 경우, 혹은 그보다는 경미한 수준의 행동을 나타내는 경우 중 하나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분노 및 과민한 기분, 논쟁적이고 반항적 행동, 또는 보복적인 특성이 자주 지속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집이나 학교같이 하나의 상황에서만 나타날 수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여러 상황에서 나타난다. 대체로 교사나 부모 같은 권위자와의 관계나 또래 혹은 이성과의 관계에서 나타나 갈등이 빈번하고, 결국 적응문제를 야기한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에 대해 화를 잘 내거나 반항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타인의 부당한 요구나 분위기에 대한 정당한 반응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이처럼 파괴적, 충동조절 및 품행장애는 전문가가 아닌 경우 식별하기가 어려울 정도의 유사성과 특징적인 차이점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을 궁극적으로 개선하고 안전한 교실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감정 증폭되지 않도록 하는 조절연습,

부정적 생각·인지왜곡 전환 훈련 필요

 

정서 및 행동조절 문제를 보이는 아동·청소년들의 문제를 개선하고, 교실 내 적응을 조력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려움인 낮은 자기 조절력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해당 아동·청소년의 감정은 쉽게 악화(escalate)되는 속성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보통 감정을 표출하는 아동·청소년에게 무심코 반응했다가 예상치도 못한 급작스런 분노폭발로로 당황하거나 되려 외상경험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들은 아주 작은 자극에도 감정이 급격히 증폭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아주 낮은 수위의 감정표현을 보일 때 더 증폭하지 않도록 그 순간 멈추고 감정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효과적이다.

 

격한 상황에서 벗어나 천천히 들숨과 날숨을 조절하도록 돕는 호흡법과 긴장상태의 근육을 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이완훈련을 안내하고 가르치는 것이 좋다. 이러한 경험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통제감을 느끼게 하며, 연습이 반복되고 성공경험이 늘어남에 따라 감정 조절에 대한 효능감도 갖게 된다.

 

그 다음으로, 자신의 감정이 얼마나 정당한 것인지 점검하고, 잘못된 정당성을 반박해 보며, 예전과 같이 감정폭발을 했을 때 어떠한 결과를 얻게 될지 예측해 보는 인지요법을 적용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이 상황에 적절한지, 그 정당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관적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입장을 조망할 수 있게 되고, 뒤이어 공감하는 훈련도 가능해진다. 이러한 인지적 과정과 훈련은 감정을 차분하게 만들고, 강렬한 감정과 거리를 두게 하며, 언어적 표현으로 건강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할 수 있게 한다.

 

폭발적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이들은 자신이 겪은 상황을 상당히 적대적이며 피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같은 사고경향 때문에 사소한 상황에서도 급작스럽게 분노감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반사적, 습관적으로 보이는 부정적 생각과 인지왜곡을 줄이고, 더 나은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인지훈련이 필요하다. 특정 상황에 대해 반사적, 습관적으로 드는 자신의 생각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고, ‘마치 탐정이 된 것처럼’ 자기 생각의 합리성을 의심하고 반박해 보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검증해 보고 객관화하는 인지훈련이 진행됐다면, 합리적 생각에 근거해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을 훈련할 수 있다. 때로 생각은 객관적으로 할 수 있게 됐지만, 그 생각을 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술이 없어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부족한 것이 의사소통 기술이든, 사교 기술이든, 운동 기술이든 폭발행동으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동, 청소년들에게 문제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폭발적 행동 감정적 대응 자제하는

의연함 갖춰야 학생 변화시킬 수 있어

 

끝으로, 정서 및 행동조절 문제는 부모나 교사와 같은 권위대상과의 관계에서 자주 일어나고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들을 다루는 부모 및 교사교육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부모나 교사는 이들이 반항적이고 적대적인 폭발행동을 보일 때마다 자신의 권위에 대한 저항과 투쟁이라 보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들의 행동이 자신의 권위에 저항하고, 다른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적인 대응을 하게 되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감정 증폭의 촉매제가 된다.

 

또한 폭발행동을 관찰한 다른 아이들도 자신을 만만하게 볼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폭발행동을 통제하는데 필요한 의연함을 잃게 될 수 있다. 이쯤 되면 아이의 폭발행동은 겉잡을 수없게 되고, 다음 훈련으로의 진전 또한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들의 행동을 자신의 권위에 대한 저항으로 보지 않고, 자기조절 실패라는 개인의 취약성으로 보려는 마인드를 갖추는 것은 단계를 밟으며 아이들의 행동을 변화시켜 나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원천이 된다.

 

더 나아가 학교는 아이들의 행동을 중재하고 다른 아이들의 모방을 방지하며 교사와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외부 전문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효과적인 중재를 고안하고 지원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김민녀 임상심리전문가·교권침해 교사상담, 상담센터 빚음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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