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창가에서] 한글 사랑 넘쳤던 재외한국학교의 추억

2024.10.07 09:10:00

배우기 쉽고, 글자 원리는 매우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우리글 한글이 578돌을 맞았다. 한글로 공부하는 아이들을 만난 지 30년이다. 8년 6개월의 재외한국학교 시절엔 현지인들과 한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한 소중한 경험이 있다.

 

습득력이 빨랐던 조선족 아이들

처음엔 중국 천진과 소주의 재외한국학교에서 만났다. 주중엔 교민 자녀들과 한국 교육과정을 공부하고, 주말엔 한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한글학교 문턱을 드나드는 아이들은 한국인으로 정체성을 지니기 위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려고 온다. 이들과 배우는 한글학교 교육과정은 한국어 중심이다. 우리 글에 대한 애착도 깊고, 우리 글로 된 독서도 아주 많이 한다. 때론 이들의 글쓰기 실력도 아주 좋다.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귀국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 말과 글은 필수 중의 필수다.

 

중국 현지 아이가 한국어를 배우려는 경향은 아주 드물었다. 한국어를 공부하러 오는 아이일 경우는 조선족이다. 조선족은 글을 읽고 쓸 줄을 모르기에 공부하러 온다. 가정에서 부모가 한국어 말을 쓰기에 금방 한글 배움에 익숙해진다. 조선족 아이들이 한글학교에 오면 아주 반갑다. 이 아이들은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더 짙지만, 우리 말과 글에 관심이 깊다는 것만으로도 느슨한 유대감이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2년간 생활했다. 하노이로 밀려드는 한국인을 수용할 한국국제학교는 포화상태였다. 국제학교와 로컬로 간 아이들은 주말이면 한글학교로 몰려왔다. 2018년 하노이 주말 한글학교는 학년별 다섯 반이 넘쳤다. 그렇게 한글학교에서는 한글을 공부하고자 하는 열의가 가득했다.

 

한국국제학교 내에 마련된 한글학당에는 기초반에서 심화반까지 한글을 배우려는 베트남인으로 넘쳤다. 그들이 한국어학당으로 몰려오면 운동장은 베트남 젊은이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로 넘실거렸다.

 

베트남인들이 가장 큰 열정을 보여줄 때는 한국어능력 시험날이다. 취업, 결혼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이 시험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다. 그들이 시험을 무사히 마치도록 온 학교 직원이 동원돼 오전 오후에 시험을 치른다.

 

주경야독 모습에 감동하기도

한국어학당에서는 아이 아빠는 복도에서 아이를 업고 있고, 엄마는 교실 안에서 공부하는 감동적인 상황도 볼 수 있었다. 일주일에 두어 번 와서 한국인에게 직접 배우는 한국어는 그들에게 참으로 귀한 주경야독의 시간이다. 이처럼 베트남인들은 한국어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 열정을 쏟는다.

 

하노이에 있는 지인 이야기로는 아직도 한글 배우기 열정이 거침없다고 한다. 실제 베트남인들은 몇 주 배우고 나면 제법 우리 말을 잘 알아듣고, 쓰기도 한다.

 

소중한 우리 한글, 외국인들이 취업의 시장을 넘어서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소중한 수단으로 세계 곳곳으로 널리 퍼지길 바란다. 또한 한글을 접한 그들의 유창성이 날마다 좋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권나은 경기 용문초 교사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