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회 수원화성문화제 낙남헌 양로연 초대 받다

2024.10.07 13:53:31

정조대왕의 효심, 애민정신 체험
양로연의 숨은 의미 생각해

 

수원특례시가 공개 모집한 제61회 수원화성문화제 낙남헌 경로연에 초대를 받았다. 모집대상은 60세 이상이다. 가족 등이 대리 신청도 가능하게 하였다. 지인들에게 홍보하였다. 잔칫날은 10월 5일 오후 5시. 장소는 화성행궁 내 낙남헌. 과연 누가 모였을까? 수원을 비롯해 인근 지역은 물론 수원에 자식이 살고 있는 통영시와 울산시 부모가 참석했다. 축제가 전국에 홍보가 된 것이다.

 

마침 아내도 함께 선정되어 낙남헌 연회장을 함께 찾았다. 신분증을 보여주며 본인 확인 후 참가자 증표인 손목밴드를 찼다. 일찍 도착한 분들은 벌써 자리에 앉아 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에 익은 분들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지인 경로당 회장님, 포크댄스 회원 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제일 궁금한 것은 오늘의 메뉴. 차려진 상 밥상보를 펼치니 놋그릇에 여섯 가지 음식에 놓여 있다. 떡갈비, 오이 무침, 약과, 우엉, 연근, 새우다. 후식용 빠알간 오미자차도 보인다. 수저는 놋쇠다. 밥상 우측에 놓인 종이가방에는 붉은색 종이꽃과 황금색 손수건이 들어 있었다. 마치 정조대왕이 하사한 듯이 보였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식사가 시작되었다. 주식인 연잎밥과 타락죽이 배달되었다. 타락죽은 그 당시 아주 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쌀을 빻아 가루로 만들고 우유를 넣어 끓인 죽이라고 한다. 1795년 당시 사회상을 회상하며 식사를 했다. 음식을 먹으며 정조대왕의 효심과 애민정신, 경로사상을 생각하게 되었다.

 

잔치에 음악과 춤이 뒤따랐다. 어떤 음악이 나올까? 가야금과 생황 이중주 ‘천년만세’다. 생황독주 ‘풍년가’가 연주된다. 부채춤도 보았다. 장구춤 ‘어랑타령’도 보았다. 국악공연 참으로 오랜만이다. 당시 풍류를 현대식으로 해석하면 궁중 클래식 음악이고 춤이다. 우리 것이 이렇게 좋은 줄 미처 몰랐다.

 

잔치에 참석한 정자동 거주 포즐사 동아리 회원 오희강(69) 씨는 “타이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돌아가 나라에서 어르신들에게 베풀어주는 잔치에 와 있다”며 “지금 초대된 100여 명이 어르신들이 각자 독상(獨床)을 받고 연밥에 6찬을 먹으면서 풍류를 즐기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앞서 축제에 참가하니 또 다른 체험을 선물로 받았다”며 즐거워 했다.

 

 

잠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정조는 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소를 화성의 융릉으로 옮긴 뒤 11년간 13번 원행(園行·왕 친족의 산소에 가는 것)을 했다. 1795년에는 환갑을 맞은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정조가 함께 8일간 원행을 했는데, 당시 상황을 그림과 글로 엮어 정리한 것이 <원행을묘정리의궤>다. 의궤에는 원행에 참석한 약 6000명의 명단과 단원 김홍도와 그 제자들이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 함께 담겨있다고 한다.

 

정조는 1795년 원행 때 70세 이상의 관리들 15명, 자신의 부모처럼 환갑(61세)을 맞은 노인들과 80세 이상의 백성 484명을 모아놓고 ‘양로연’을 펼쳤다. 축제에 초청받은 이들이 정조와 같은 음식을 담은 밥상을 받았고, 노란 손수건과 지팡이도 하사받았다. 백성들에게 부모에 효도하는 모습을 솔선수범한 것이다.

 

 

오늘 체험 축제의 현장을 찾은 필자는 양로연의 깊은 뜻을 생각해 보았다. 당시 ‘양로연’(養老宴)은 장수를 축하하고 노인이라는 지위와 권위를 사회가 인정하며 존경을 표시하는 상징으로, 왕이 주관해 행해지던 잔치였다. 노인공경은 시대를 뛰어넘는 바람직한 사회적 가치다. 이 정신은 대대로 유지, 계승해야 한다. 축제를 통해 노인 존경의 다양한 방법을 찾아 볼 수 있다.

 

임금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솔선수범은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깨뜨리게 될 것이다. 자식으로부터 효도를 받는 긍정적인 모습은 존경의 대상인 노인들에게는 자존감이 올라간다. 수원특례시처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양로연을 재현하면 국민들 호응은 물론 축제의 훌륭한 관광상품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양로연을 국가와 지방에서 재현해 노인 존경과 전통문화를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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