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문화] 가을에는 로맨스를

2024.10.21 09:00:01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만큼 로맨스가 잘 어울리는 계절이 있을까. 뮤지컬계에 찾아온 낭만적인 블록버스터 작품들.

 

 

 

시라노

 

‘콧대 높은 남자’ 시라노는 거칠 것이 없다. 불의를 보면 절대 가만두지 못하고,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응징하고야 만다. 시를 쓸 정도로 언변에도 남다른 재주를 가졌으니, 그야말로 지혜와 힘을 모두 갖춘 남자다.

 

그러나 그에게도 단점은 있으니, 얼굴 한가운데 말뚝처럼 자리 잡은 거대한 코다. 이 때문에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시라노는 어릴 적부터 사랑해 온 록산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망설인다. 그 사이 록산은 빼어난 미모를 가졌으나 말솜씨가 부족한 크리스티앙에게 반하게 된다. 그의 편지를 기다리는 록산을 위해 시라노는 매일 크리스티앙의 이름으로 대신 러브레터를 쓰게 되고, 록산과 크리스티앙의 사랑은 깊어져만 간다.

 

뮤지컬 <시라노>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한다. 유려한 화술과 낭만적인 감성을 지닌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는 1세기가 넘는 동안 많은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장르에서 재탄생됐다. 특히 뮤지컬은 시라노의 정의롭고 명예로운 삶과 고귀한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시라노의 편지에 담긴 로맨틱한 언어와 위트 넘치는 대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음악 역시 시라노의 낭만을 더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전설적인 넘버 ‘지금 이 순간’을 탄생시킨 콤비,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작가 겸 작사가 레슬리 브리커스가 의기투합해 감성적인 음악을 완성했다.

 

작품은 5년 만에 무대 위에 오른 만큼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온다. 대본, 음악, 무대 등 작품 전체적으로 대대적인 수정을 거쳤다. 이야기에서는 시라노와 록산, 크리스티앙 세 사람의 관계와 사랑은 물론, 개성이 뚜렷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더욱 부각할 예정이다. 이에 맞게 넘버가 추가되고, 무대 역시 새롭게 제작된다. 또, 이번 시즌에는 라이브 오케스트라가 매회 생생한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줄 예정이다. 화려한 언변과 뛰어난 검술을 지닌 ‘콧대 높은 영웅’ 시라노는 배우 조형균, 최재림, 고은성이 맡아 열연할 계획이다.

 

 

알라딘

 

낭만과 로맨스를 이야기할 때 디즈니의 러브스토리를 따라갈 작품이 있을까? 거기다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블록버스터라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뮤지컬 <알라딘>의 한국 초연에 기대감이 쏠리는 이유다.

 

뮤지컬 <알라딘>은 뮤지컬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히트작이다. 2024년 현재 3500회 이상 공연하며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으로 15위를 기록했다. 초연 이래 10년간 <알라딘>보다 높은 흥행 성적을 낸 작품은 <라이온 킹> <위키드> <해밀턴>까지 단 3편이니 그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 미국 브로드웨이 외에도 영국, 일본, 스페인에서 공연하며 20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니,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작품이 이렇듯 사랑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원작인 애니메이션의 환상적인 비주얼과 음악을 무대 위에서 완벽히 재현했기 때문. 1992년 개봉한 영화 <알라딘>은 그해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한 최고의 흥행작. 주제가인 ‘어 홀 뉴 월드’는 빌보드 핫100 1위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서 사랑받았다.

 

뮤지컬은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할 당시의 원안에서 무대에 어울리는 요소들을 살려냈다. 디즈니의 무대를 전담하는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은 무대 연출, 이국적이고 관능적인 안무, 특수 효과를 더해 뮤지컬만의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알라딘의 추격신 ‘원 점프 어헤드’, 검무·벨리 댄스·탭 댄스·스틱 댄스 등이 쉴 새 없이 펼쳐지는 넘버 ‘프렌드 라이크 미’ 등이 대표적이다. 뮤지컬에는 원작에는 없는 새로운 캐릭터인 카심, 오마르, 밥칵이 알라딘의 조력자로 나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원작의 주옥같은 넘버 역시 무대에서 살아난다. ‘아라비안 나이츠’, ‘어 홀 뉴 월드’ 등 다섯 곡은 고유의 매력은 유지하면서 무대에 맞게 편곡했다. 특히 ‘프렌드 라이크 미’는 스윙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돼 지니가 이끄는 약 8분가량의 스펙터클한 쇼로 펼쳐질 예정이다.

 

한국 최초의 <알라딘>을 이끌 배우들에게도 이목이 쏠린다. 디즈니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은 실력과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고려해 10여 차례의 오디션 끝에 캐스트를 선발했다. 알라딘 역은 김준수·서경수·박강현, 지니 역은 정성화·정원영·강홍석, 자스민 역은 이성경·민경아·최지혜가 맡는다.

김은아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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