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가지 조건에 합당한 경우만 인간 고유
지능으로 채택, 최종 다중지능 발견
사람에게서 발현되는 모든 능력 특성들을 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요리 지능이 높고, 기계를 잘 다루는 사람은 기계 지능이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지능'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8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그 첫째 조건이 이미 살펴본 바대로 두뇌에 그 지능을 담당하는 부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조건, 지능에는 최고와 최저의 발달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음악지능을 예로 들어 보면 조수미나 정명훈 같은 출중한 음악가들이 처음부터 지금의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닐 것이다. 아주 기초에서부터 시작하여 기량을 갈고 닦아서 현재의 전문가 수준에 오른 것이다. 음악가뿐 아니라 각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 최저 수준에서부터 최고에 이르기까지의 발달 과정을 찾아볼 수 있다.
셋째 조건, 지능은 그것이 발휘되기 위한 나름의 체계가 있어야 한다. 컴퓨터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도스(DOS)나 윈도즈(Windows) 등의 운영 체계가 있어야 하듯이 각각의 지능도 그 지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 작동 체계가 있어야 한다. 음악지능의 경우 음악적 구조에 대한 화음과 음색, 음률, 리듬 등의 체계가 확실히 구분되어 있어야 한다. 신체운동지능도 다른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는 과정을 익히기 위해 기본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넷째 조건, 지능은 실험 연구나 심리학적 연구로 검증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인지 심리학자들은 어떤 사항들이 지능과 연계되어 있고 어떤 사항은 관련이 없는지를 구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해 왔다. 그림 조각 맞추기는 공간지능, 논리적 패턴을 찾아내는 일은 논리수학지능을 알아보기 위한 것 등이 그 예다.
다섯째 조건, 지능은 독립적인 형태로 관찰 가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화 '레인맨'에서 주인공 레이먼드가 자폐 증상을 보이지만 수 계산에서는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 준 것이라든지, 모차르트가 5세 때 음악지능에서만 유난히 뛰어났던 것처럼 그 지능 자체를 독립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조건, 특정 능력은 누구나 겪는 발달 과정이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서 기본적이고 보편적으로 나타나서 그 수준에서 전문가가 되기까지, 두드러진 능력이 보이는 독특한 발달 과정을 통해 독립적인 지능이 형성되는 것이다.
일곱째 조건, 지능은 진화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원시시대의 종(種)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진화론적 역사를 갖는 능력이어야 지능으로 볼 수 있다. 새들의 음악지능, 동물과 원시인들이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공간지능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가드너는 8가지 지능들이 모두 호모 사피엔스 시대로부터 현재까지 그 진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덟째 조건, 지능은 관련된 상징 체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상징체계는 수학, 지도, 건축, 언어, 음악, 춤, 축구 등에서 사용되는 표식들로 숫자나 몸동작, 그림, 단어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상징체계는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며, 관련 지능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가드너는 인간의 많은 후보 지능 중에서 위에 언급한 8가지 조건에 합당한 경우만을 인간의 고유한 지능으로 채택하여 최종적으로 다중지능을 발견해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