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2] AI 시대, 디지털 윤리를 가르치자

2025.02.05 10:00:00

 

AI 디지털교과서 등 교육현장의 디지털 도구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디지털 도구로 인해 기초학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딥페이크나 사이버 폭력 등 디지털 윤리 측면에서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교육현장에서 디지털 도구와 디지털 윤리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학생들의 디지털 윤리 현주소를 바탕으로 교육현장에서의 디지털 윤리교육 과제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윤리교육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학생들의 디지털 윤리 현주소
한국 학생들이 남보다 빠르게 성취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계속 이어지던 현상이다. 사회는 점차 불안정성이 강해지고 있고, 수많은 정보 속에서 학생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해결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와 불안감 같은 역기능적 정서를 디지털 안에서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디지털 윤리의 현주소를 대략 확인할 수 있다.

 

● 첫째, 디지털 과몰입이다. 
예를 들어 다수의 짧은 영상을 장시간 시청하면서 현실 세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즉각적으로 해소하려는 행동을 들 수 있다. 디지털 세계에 대한 몰입이 지나치면 현실 윤리를 벗어난 역기능적 디지털 정체성 형성, 디지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둘째, 역기능적 디지털 정체성 형성이다. 
여기에서의 정체성은 현실 세계의 정체성과 괴리가 있는 정체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진이나 영상 필터 앱 등을 통해 SNS로 타인이 선호할 수 있는 모습만 드러내면서 현실 세계에서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행동을 들 수 있다. 

 

● 셋째, 디지털 폭력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특정인을 혐오하는 발언을 하면서 현실 세계에서의 스트레스와 불안 등이 특정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논리로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특정인에게 전가하려는 행동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경향들이 모여 딥페이크 성범죄와 같은 디지털 범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디지털 세계에 과몰입한 이들이 현실 세계에서는 수용될 수 없는 디지털 정체성을 형성하고, 딥페이크 기술과 같이 발전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일종의 놀이이자 문화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따라서 교육현장에 도입되는 디지털 도구는 기초학력 향상뿐 아니라 디지털 윤리 측면에서의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교육현장에서의 디지털 윤리교육 과제
디지털 도구를 통한 맞춤형 학습은 기초학력을 향상시킴으로써 학생들의 스트레스나 불안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나 불안의 감소가 학생 스스로에 의한 것이 아니라 디지털 도구의 도움에 의한 것이라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상적인 디지털 도구는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고, 수준에 맞는 문제를 제공하며, 문제를 맞혔는지 등에 따라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학습에 에너지를 집중하며 교사나 동료들과 상호작용하는 수업에 비해 사회적·정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모습의 이면에는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디지털 시대 윤리교육의 과제를 확인할 수 있다.

 

● 첫째, 문해력 저하이다. 
학생들이 학습 시 디지털 도구에 의존하는 상황은 삶의 문제에 대응해 다양한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문해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학생들이 디지털 도구가 제공하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면 이는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제공된 맞춤형 콘텐츠까지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디지털 과몰입이나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반향실 효과에 기반한 허위 정보 유포로 이어질 수 있다.

 

● 둘째, 윤리성 저하이다. 
디지털에 기반해 새롭게 형성되는 정체성은 교실 안에서도 유효하다. 생성형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빠르게 다양한 지식을 생산해 낼 수 있고, 나아가 다양한 지식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학생들이 디지털 기술 활용과정에서 필요한 정직성·투명성의 가치를 망각한다면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디지털 기술을 윤리적으로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윤리적 침식에 기반한 역기능적 디지털 정체성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셋째, 공감력 저하이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의사소통은 대면 의사소통에 비해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므로 더 높은 주의력이 요구된다. 학생들이 대면 의사소통 기술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교사의 관리를 벗어난 디지털 의사소통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디지털 폭력을 일종의 유희로 여기는 문화를 재현함으로써 디지털 의사소통 상황에서 서로가 자신이 피해자고 상대가 가해자라고 주장하는 갈등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이러한 원인을 자기 자신과 관련짓지 못하고 디지털 기술만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기 자신이 마주한 문제에 대한 책임감이 저하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육현장에 도입되는 디지털 도구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윤리교육과 균형을 이루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정서역량’을 키우는 디지털 윤리교육 방안
디지털상에서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임시의 정체성을 형성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않고 타인에 대한 공감 없는 의사소통 등 책임감 없는 행위를 한 후, 해당 정체성을 폐기하고 또 다른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 윤리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이 디지털상에서 바람직한 정체성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사회정서역량’이다.

 

이는 개인이 삶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역량으로 자신에 대한 인식과 관리를 바탕으로 타인에게 공감하고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체성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사회정서역량이 대면 상황뿐만 아니라 디지털상에서도 효과적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디지털 윤리교육을 지향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첫째, 디지털 안전의식과 연계한 디지털 윤리교육이다. 
디지털 윤리교육이 디지털상에서 윤리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에티켓 준수와 저작권 보호 등의 주제를 다룬다면, 디지털 안전의식은 디지털 과의존 예방, 개인정보 보호, 그와 관련된 디지털 범죄 예방 등의 주제를 다룬다. 안전의식과 윤리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디지털상에서 자신과 타인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않으면 윤리적으로 소통하는 데에 한계가 발생할 수 있고, 디지털상에서 윤리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자신과 타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 역시 한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 자신의 디지털 안전의식과 연계한 디지털 윤리에 대해 인식하고, 디지털상에서 자신의 행동을 관리하는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 둘째, 인공지능 윤리교육을 강조하는 디지털 윤리교육이다. 
인공지능 윤리교육의 초점 중 하나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과 그에 대한 성찰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디지털 안전의식 및 윤리에 새로운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우리가 디지털에 과의존하게 하고, 허위정보를 생산해 타인과 윤리적으로 소통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를 누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 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질문에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 인공지능 기술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공감하고, 타인과 협력적으로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 셋째, 학생이 주도해 기술과 융합하며 문화를 조성하는 디지털 윤리교육이다. 
교육현장에서의 디지털 윤리교육은 ‘학생이 문제를 일으킬 만한 행동을 할 경우 원하지 않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므로 문제를 일으킬 만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학생이 문제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 계속 이어질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 나가는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생들이 학습한 디지털 윤리를 자신의 언어로 변환해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공유하고, 디지털 기술에 적용하며, 디지털 시대의 윤리적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내면화하는 교육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소양교육에 대한 교육적 관심을 바탕으로 많은 교원연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각 연수 커리큘럼에 있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수업, 개별화 교육, 업무 노하우’ 등과 같은 키워드 속에서 ‘디지털 윤리’를 찾는 것은 아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리’라는 키워드가 매력적이지도, 혁신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은 데다 ‘디지털’과 연계되면서 더 복잡해지기만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각 연수에서 디지털 소양교육의 출발점이 디지털 윤리교육임을 강조하고, 이를 활성화해야 한다. 학생들은 여건만 된다면 학교 밖 교육기관을 통해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문제해결역량을 높일 수 있지만, 각 교육기관의 경제적 이익과 관련성이 적은 디지털 윤리의식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오직 학교에서만 디지털 윤리교육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디지털 시대에 휩쓸리지 않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윤리성을 가진 존재로서 살아가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최동민 경기 송우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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