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중지능 이론(Multiple Intelligences Theory)에 따르면, 인간 지능은 언어 지능과 논리-수학 지능뿐만 아니라 신체-운동 지능, 공간 지능, 음악 지능, 대인 관계 지능, 개인 내적 지능, 자연 탐구 지능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초·중·고 학생들은 어떤 힘을 길러야 할까? 바로 ‘나를 제어하는 힘’을 강조하고 싶다.
스스로 표현하는 태도 부족
이 힘은 단순히 경쟁에서 승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며, 자기를 표현하고 선택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때로 다소 어색한 상황에서도 함께 어울릴 줄 아는 힘이자, 부당한 요구에는 단호히 거절할 줄 아는 힘이다.
필자는 전북 전주에 거주하며, 경기도에 직장이 있다. SRT를 이용하는데, 통로 좌석에 앉아 있을 때 다른 승객이 안쪽 좌석으로 들어가려 하면 대개 조용히 앞에 서서 눈치만 본다. "실례합니다. 안쪽으로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100번 이상의 탑승 경험 중 단 두어 번뿐이었다. 대부분 20~30대였다는 데 놀라움이 크다. 50대 이상의 장년층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젊은 세대조차 ‘쭈뼛쭈뼛’하며 말을 건네지 못하는 모습은 교육자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단순한 예의의 문제가 아니다. 타인에게 말을 걸고 요청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필요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능력, 이것이 바로 ‘나를 제어하는 힘’이다. 타인을 통제하는 힘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조절하고 표현하는 힘 말이다.
이를 기르기 위해 초·중·고에서 체육·예술 활동과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체육과 예술은 단순한 신체활동을 넘어 정서적 안정과 사회적 기술 향상에 기여하고 창의력과 표현력을 길러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자기 결정권과 삶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또 책을 읽고 사색하며 글을 쓰는 경험은 학업 경쟁을 넘어,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선택하는 힘을 길러준다.
중요한 선택 순간 발휘돼
힘은 남을 이기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다. 힘은 자신을 단련(鍛鍊)하고,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선택의 순간에 발휘돼야 한다. 필자는 대학에서 정부학을 가르칠 때, 당연하게 여겨지는 정부 체제나 관료제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하도록 학생들을 유도한다. ‘자신을 제어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정책 변화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부모와 교육자들이 좀 더 수고를 하자.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잘 푸는 힘보다 상황을 잘 풀어가는 힘을 기르도록 도왔으면 한다. 이 힘을 지닌 사람은 외부의 흔들림에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고 분별(分別)할 수 있다. 청소년을 옭아매는 사슬을 이슬처럼 바닥에 털어버리면 어떨까. 비로소 그들은 자신을 제어할 줄 알고 솟구쳐 날아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