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창가에서] 교사와 선생님, 그리고 스승

2025.05.12 09:10:00

교사에게 있어 선생님이란 호칭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전을 찾아보면 ‘선생님’이란 용어는 윗사람을 높여 부르는 말 또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즉 교사를 높여 부르는 말을 의미한다.

 

상황에 따라 호칭 다른 직업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교사라는 직업은 ‘선생님’이라 불리며 존중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불특정한 상대방을 부르는 2인칭 대명사로 확장되면서 모든 사람이 ‘아무개 선생님’이 돼버렸다. 상대방을 서로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는 좋은 현상이지만, 과거 선생님이란 호칭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던 교사들에게는 정체성의 혼란이 올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상황에 따라 호칭이 달라지는 직업도 흔하지 않다. 직업란에는 ‘교사’라고 쓰면서 호칭할 때는 선생님이 되고, 졸업한 제자들을 만나게 되면 스승님이 되는 별난 직업이다. 물론 여기서 스승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스승이 되려면 반드시 ‘제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스승과 제자는 자기력처럼 반드시 쌍으로 존재할 때만 성립되는 용어다. 하지만 한 사람의 스승이 되기는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이에 한 번도 스스로 스승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누구에게 스승으로서 본이 되는 삶을 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스승의 날’이 부담되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교사라는 용어 속에는 직업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녹아있다. 과거에는 교사라는 직업에서 가장 많이 요구되는 역량이 학생을 가르치는 지식이었으나 현대사회에서 필요한 교사의 역량은 학생을 가르치는 지식뿐만 아니라 교육 이해관계자들과의 의사소통 역량, 교육 관련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행정수행 역량 등이 점점 더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에 ‘교사’라는 호칭 속에는 이에 걸맞은 직업인으로서의 전문성이 함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즘처럼 누구나 ‘~선생님’이 되어버린 사회에서는 직업인으로서의 교사에 대한 전문성을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상황에 교사로서 ‘선생님’이란 호칭은 교사의 전문성에 더해 지식인으로서의 품격과 모범, 도덕성을 요구하는 용어가 된다. 사회적 지위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르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봤을 때 선생님이란 호칭은 직업인으로서의 교사 그 이상의 무언가를 요구받는 용어가 된다.

 

직업인 이상의 전문성 필요해

지금도 많은 교사는 ‘교사’와 ‘선생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선배 교사들도 이러한 후배 교사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를 몰라 고민하고 있다. 스승의 날을 즈음해 앞으로 대한민국 교원들이 전문 직업인으로서 ‘교사’라는 호칭 자체에 권위를 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지, 아니면 교사에 더해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존중을 받는 ‘선생님’으로 살아가야 할지, 더 나아가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스승’으로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되는 시점이다.

김영준 한경국립대 교육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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