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이 매년 발표하는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실적 보고서’는 그 시대의 교권 실태를 가늠해볼 수 있다. 8일 발표된 2024년 보고서 내용을 보면 스승 존경의 의미가 담긴 ‘스승의 날’이 무색해진다.
2023년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교권 침해 사건이 504건에 달했다.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20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중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관련만 80건에 달했다. 또한 교권 침해,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소송이나 신고한 사례도 여전했다. 교실 내 학부모에 의한 몰래 녹음과 현장 체험학습 불안감과 우려도 증가했다. 이러한 통계치는 교총이 지난 3월 전국 유·초·중등 교원 6111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교권5법 시행 1년 평가에서 ‘긍정적이지 않다’는 비율이 79.6%에 달했고, ‘수업 방해 등 학생 문제행동이 감소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86.7%였다. 그렇다면 보고서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 법과 제도의 개선에 비례해 의식과 실천의 변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라의 근간은 법과 제도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국민이 이를 잘 지키지 않으면 소용없다. 집을 잘 지어도 사람이 잘 꾸미고 잘 관리해야 좋은 집이 되는 이치와 같다.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 이후 교실 붕괴와 교권 추락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컸고 조심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그러한 사회적 경각심도 많이 사라졌다. 학생 때부터 교사 인권과 교권을 존중해야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고, 나아가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소중한 권리와 책임의 균형이 무너지면 교권도 함께 추락하기 마련이다.
사회적 의식과 실천 변화 아직은 미약
교권5법 미완성 문제 시급히 보완해야
둘째, 교권5법의 미완성 문제다. 정서학대의 광범위성과 무분별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가 대표적이다. 예측할 수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정서학대라는 이유로 갑자기 아동학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교직 사회를 지배한 지 오래다. 신고만 당하면 무조건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되니 신고자는 발을 뻗고 자도 가해 혐의자인 교사는 오랫동안 고통에서 허덕인다. 설사 무혐의나 무죄를 받아도 신고 남발자를 처벌하기는 매우 어렵다. ‘괘씸하다, 고생 좀 해봐라’식의 아동학대 신고가 남발될수록 교사의 열정은 식게 된다.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 이후에도 하루에 2회꼴로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발생하고 있다. 그중 70%는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인정받는다.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인정하고 경찰에서 무혐의로 처리된 아동학대 사건은 즉시 종결처리하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정서학대의 범의를 명확화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이 시급하다.
셋째, 교육위기 전조증상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쁜 일은 꼭 전조증상이 있다. 미리 알고 해 대비하면 위기를 피할 수 있다. 교직 만족도 수치 최하점, 2025학년도 교대 입시 결과 수시모집 7등급, 정시모집 4등급 중반대까지 하락, 교장·교감 명퇴자 급증, 20~30대 교사 상당수가 이직 고민 등이 대표적 예다. 열정을 갖고 헌신하는 교사, 제자를 사랑하는 선생님을 가진 나라 교육 강국이 될 수 있다.
교총이 발표한 보고서가 교권 실태를 사회에 알리는 것을 넘어 교육을 살리고 학교를 지키는 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