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치유 지상상담소⑦] 가르침에만 집중했는데, 이젠 갈 길을 잃은 듯 해요

2025.09.04 17:31:14

 

 

저는 올해 교직 15년차의 초등 교사입니다. 아내도 초등교사인 부부교사입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선생님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아 이 직업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물론 힘든 순간도 있지만 아이들과 수업하며 반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에서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평교사로 살자는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한 번씩 제가 맞게 살아가고 있는 건지 걱정이 됩니다. 얼마 전 대학 동기들을 오랜만에 만나보니 처음부터 승진 준비를 했던 친구들은 점수도 잘 쌓고 체계적으로 잘 준비해서인지 어느새 승진이 코앞인 경우도 있고, 교사가 아닌 친구들을 만나면 직장에 근무한 연차는 별 차이가 없는데 벌써 과장도 달고 승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제가 작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승진 준비를 하는 것이 맞는 건지 평교사로 은퇴를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됩니다. 특히 방학을 한번씩 보내고 나면 주변에서 열심히 연수도 듣고 실적도 쌓는 모습을 보며 제가 뒤쳐진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무엇이 옳은 걸까요?

 

(사연자: 박준석(가명) 교사)

 

우리가 미리 인생을 살아보고 어떤 선택이 더 좋은지 알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고민은 아마 많은 분이 교사가 되기 전과 교사가 된 이후에도 계속되는 고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는 교사라는 직군의 특수성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물론 모든 직업이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대부분의 직업은 연차가 쌓일수록 실제로 직급 체계도 달라지고 주로 결재자의 위치가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처음부터 투 트랙으로 나뉘지요. 처음부터 계속 평교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승진 트랙을 할 것인지요. 처음부터 승진 트랙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워낙 초반부터 체계적으로 준비를 하다 보니, 다소 늦게 시작하시는 분들은 ‘나도 승진을 준비해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됩니다.그렇다보니 많은 방해 요소가 장벽으로 자리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는 승진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치열하게 느껴져서 ‘내가 저 도전을 해낼 수 없을 것 같아’라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교직 입문 전을 돌아보기

 

선생님께서는 언제 교사의 길을 걷기로 결정하셨을까요. 제가 현직 교사분들께 이 질문을 드리면 대체적으로 두 가지 답변 중 한 가지를 답하시곤 합니다. 하나는 대입 전까지 뚜렷한 진로에 대한 기대가 없었는데 대입을 치르고 입학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길을 걷겠다고 결정을 하시는 분들과 다른 하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교사라는 꿈을 갖고 계신 분들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교사의 길을 걷게 되셨는지 제가 알 수 없습니다만 둘 중 어떤 계기로 교사가 되셨건 모든 분은 결국 같은 진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학을 입학한 순간부터 진로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전까지는 사실 진학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는 거지요. 구체적으로 ‘나라는 사람은 정말로 이렇게 살아가야 되겠다’, 혹은 ‘살아보니까 나는 직장생활을 못할 것 같아. 나는 자유롭게 좀 살아야 되겠어’라든지 ‘나는 무조건 철밥통이 좋아’ 이런 등등의 고민을 대학교 입학 후부터 서서히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런 진로 고민을 교사분들도 똑같이 하게 됩니다.

 

초등교사의 경우 교대 진학 후 임용고시와 교사라는 진로가 결정돼 있다 보니 진로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나 탐색의 시간이 풍부하지 않았음에도 우선 교사가 되고 나면 교사라는 직업이 갖는 안정성과 눈 앞에 닥친 교사 업무를 수행하느라 잠시 휴지기를 맞이하며 적응에 시간을 쏟게 됩니다.

 

내 길의 가치 부여

 

진로를 결정함에 있어서 흥미나, 자신의 능력도 중요하고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만 그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진로가치입니다. 이를테면 ‘나는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무엇을 최우선 가치로 할 것인가? 교사라는 직업을 왜 선택했는가?’에 대한 답입니다. 아마 선생님께서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셨던 최초의 순간이 있었을 겁니다. 가르치는 일이 좋아서건 공부를 잘해서건 주변에 너무 멋있는 교사분이 계셔서건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 선택을 내렸던 기준과 실제로 교사가 된 이후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것인가에 대한 것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진로 가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흔히 사람들은 교사라는 직업을 두고 안정성이 높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이때 교사라는 직업이 제공하는 안정성이 내가 기대하는 안정성에 부합하는가라는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사람은 교사를 10년 정도 하고 난 뒤 어딘가에 가서 교육봉사를 하고 싶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대학원에 가서 더 공부를 한 뒤 연구자가 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즉, 교사가 된 다음부터 긴 인생에서 무엇을 중요한 가치에 놓고 살 것이고, 또 교사라는 업무 안에서 평교사로 살고 싶은지 혹은 승진 트랙을 가고 싶은지, 승진을 한다면 교감-교장 트랙을 가고 싶은지 등의 고민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기 때문에 승진을 하고 싶은지, 혹은 어떤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교사로 살고 싶은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즉,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한번 탐색해보실 것을 저는 권유드립니다. 모든 것을 다 충족시키는 진로라는 것은 없습니다.

 

평교사로 사는 것도 승진 트랙을 밟는 것도 모두 좋은 진로입니다. 다만 평교사를 선택하신 교사분들께서는 한 번씩 마음의 불편감을 호소하시곤 합니다. ‘내가 승진트랙을 밟는 사람들처럼 열심히 살았어야 맞나?’라는 질문에 부딪히곤 하는 거지요. 저는 반대로 이렇게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평교사로 산다면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일까? 승진 트랙을 밟지 않는다면 그 삶은 과연 뒤쳐진 것인가?라고 말이죠.

 

내가 추구하는 삶이 중요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일반적으로 승진한 상태, 즉 지위가 더 높은 상태를 더 좋은 거라고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교직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학창 시절에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성실하게 단계를 밟아오신 분들, 목표를 설정하고 노력해서 달성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우수한 학습자로서의 경험이 많은 분들이죠. 그러다 보니 그동안 내가 주어진 인생의 트랙을 차곡차곡 밟았는데 이번에는 승진트랙을 밟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자문을 계속 하기 쉽습니다.

 

평교사가 자신의 진로 가치나 인생의 다른 여러 요소를 고려했을 때 직관적으로 더 적합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진로에 대해 충분히 탐색의 기회를 갖지 못했고, 평교사에 대한 가치 부여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민에 부딪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시기일수록 인생 전반에 있어서 내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에 대한 탐색이 필요합니다. 또한 선생님께서 교사로서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져야 합니다. 삶에서 추구하는 40대의 안정성, 50대의 안정성은 무엇인지, 행정가의 기능인지, 연구자의 기능인지, 혹은 학급 안에서 한 해 한 해 아이들과 시간을 누리는 것을 더 중시 여기는지 말이지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교사로 적응해 오시면서 분명 잘해오신 선생님만의 고유한 역량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기에 또 우수한 학습자였기에 내가 지금 잘해 나가고 있다는 확인과 맞게 가고 있다고 누군가 타당화 해주는 경험들을 누릴 수 있으면 참 좋습니다만 교사라는 직업이 그런 경험을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스스로 자신에게 교사로서 성장했다 싶은 영역, 많이 발전했다고 여겨지는 영역, 잘 극복했다 싶은 영역들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주시는 것도 좋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고민이 결국 잘 살고 싶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인생이란 살아봐야 무엇이 좋은 선택이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한 번씩 멈춰 서서 인생의 각 단계에서 내 삶의 중요한 가치와 내 삶에서 잘해 나가고 있는 부분들에 대해 확인해보는 시간들이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조아라 이온심리상담센터 대표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 wks123@tobeunicorn.kr, TEL: 1644-1013,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강주호 | 편집인 : 김동석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