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사들 사이에서도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제적 여유와 노후 준비를 위해 주식, 펀드, 연금,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에 관심을 갖는 선생님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원금 손실은 없고, 은행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률이 나는 투자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런 투자는 없습니다. 투자계의 고전 중 하나로 오랜 시간 사랑받았던 ’투자의 네 기둥(The Four Pillars of Investing-번스타인)’을 보면 작가가 여러 차례 강조하는 내용이 하나 있습니다. 긴 인류 역사 속에서 증명이 되듯이 투자 수익률과 위험은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투자란 언제나 일정 부분의 손실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는 게임이고, 투자의 본질은 ‘위험과 수익의 교환’에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손실을 싫어합니다. 이익이 나는 즐거움보다 손실이 발생할 때의 고통을 더 크게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본성은 우리를 투자로부터 멀어지게 만듭니다.

직관, 본능, 감정적 투자는 위험
다니엘 카너먼이 쓴 행동경제학의 고전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이를 ‘손실 회피’라고 부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투자에 가장 큰 장애물은 시장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사람은 합리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때로 정보를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하기보다 직관에 의존하거나 본능과 즉자적 감정에 의존하여 느끼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투자에 있어서는 그러한 직관, 본능, 감정은 우리 소중한 재산을 가져갑니다.
더구나 교사라는 직업은 정기적인 월급과 안정된 직장 구조 덕분에 ‘위험 회피 성향’을 강화하기 쉽습니다. 이 안정감은 삶의 기반이기도 하지만, 투자에서는 오히려 ‘확증편향’이나 ‘관성효과’를 강화시켜 행복한 부자라는 노후 목표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 함정과 더불어 이를 교정하기 위한 실천 전략도 함께 소개합니다.
첫 번째 심리 함정은 ‘손실 회피(Loss Aversion)’입니다. 같은 금액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잃었을 때의 고통을 두 배 이상 크게 느끼는 것이 사람의 본성입니다. ‘원금 손실’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투자는 위험하다는 이미지와 감정이 앞서게 됩니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에도 선뜻 나서지 못합니다.
하지만 손실을 완전히 피하려는 마음은 결국 ‘기회 상실’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을 낳습니다. 원금 보장이 확실한 예적금, 교직원공제회 장기저축급여만을 고수하다보면 물가 상승,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인해 나의 자산은 조금씩 녹아버리게 됩니다. 처음부터 이러한 ‘손실 회피’ 심리를 극복하기란 힘들기에 적은 금액 투자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나의 자산을 원금 손실의 가능성과 더 높은 수익률에 노출시켜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 심리 함정은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입니다. 다들 아는 것처럼 사람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보고 싶은 정보만 보려고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자신이 잘 모르던 자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조금씩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정말 부동산을 많이 사랑합니다. “부동산은 결국 오른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강한 부동산 확증편향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많은 자산이 부동산에 편향되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저출생과 고령화, 지방 위기 등의 사회 변화 속에서 편향은 “부동산은 결국 오른다”를 지나 “수도권 부동산은 결국 오른다”에서 “서울 부동산은 결국 오른다”를 지나 “강남 불패”로 어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영원할지 끝이 날지는 모르지만 편향된 자산 포트폴리오는 특정 자산 시장이 흔들릴 때 큰 손실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한 번 고민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부동산 자산뿐만 아니라 금융 자산, 달러 등 외화 표시 자산 등에도 소중한 내 자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나 현기증이 날 정도로 변화가 빠른 불확실한 시대에 더 합리적인 대응이 아닐까 합니다.
자산을 점검하는 시간 필요
세 번째 심리적 함정은 ‘관성효과(Status Quo Bias)’입니다. 교사들은 매년 반복되는 일정과 익숙한 환경에 적응합니다. 한 번 가입한 보험이나 연금 상품을 10년 넘게 점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두거나, 한 번 잡힌 방향대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쌓기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세상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금리, 세제, 환율은 물론이거니와 기술이 바뀌면 ‘좋은 상품’도 언제든 ‘낡은 상품’이 됩니다. 1년에 한 번 정도 방학 기간을 이용해 ‘재무 점검 기간’을 정해 보험, 공제회, 연금, 투자 상품을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점검을 위해서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들어갑니다. 더불어 보험, 공제회, 연금, 투자 등에 대해서도 꾸준히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서 귀찮고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안정은 내일의 안심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재무도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네 번째 심리적 함정은 ‘과신편향(Overconfidence Bias)’입니다. 과거의 작은 성공이 과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년에 ETF로 수익 봤으니 이번에도 괜찮겠지.”, “처음 투자했는데도 수익이 났네! 투자에 소질이 있나봐!”와 같이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과신하는 심리적 함정입니다.
주식 시장에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주식 투자를 처음하는 경우 투자 수익이 나는 경우가 많음을 나타내는 말인데 사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말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주식 시장에 처음으로 들어오는 이유가 주식시장이 활황이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기라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과신은 자칫 투자 원금을 높이게 만들고 이는 시장 조정 때 큰 소실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 중 수익이 발생하면 본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기대수익률을 높이지 않도록 경계하고 더욱 돌다리를 두드리며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의 투자 방법이 정답 아냐
마지막 ‘군중심리(Herding)’입니다. 집단 내 소속감을 중요시하는 교사들 사이에서는 “다른 선생님들도 하던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하지만 투자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남이 하는 방법이 나에게 맞는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투자는 협동이 아니라, 독립적인 사고의 영역입니다. 다수의 선택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닙니다. 투자에서는 오히려 ‘혼자 생각하는 능력’이 가장 큰 자산입니다.
앞서 설명한 다양한 심리적 함정과 관련하여 선생님의 투자 태도를 점검해보고자 합니다. 아래 체크리스트를 읽고 ‘예’ 혹은 ‘아니오’로 답을 달아보시기 바랍니다. ‘예’라는 답변이 달리는 체크리스트는 심리적 함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반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연습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① 손실이 날까 봐 새로운 투자 상품은 시도하지 않는다.
② 부동산 외 자산에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③ 지금 가입한 상품이 좋다고 믿고 수년째 점검하지 않았다.
④ 주변에서 추천하면 나도 비슷하게 따라 해본 적이 있다.
⑤ 손실이 나면 그 이유를 ‘운이 나빴다’로 돌린다.
⑥ 나만큼은 다른 사람보다 투자 감각이 있다고 생각한다.
⑦ 경제나 투자 관련 콘텐츠를 볼 때 평소 관심있던 주제와 관련된 것만 본다.
⑧ 손실 기록은 되도록 잊어버리고 싶어 한다.
투자에서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마음 속의 불안, 욕심, 확신 그리고 관성입니다. 교사로서 수많은 학생의 성장을 돕듯 자신의 재무 역시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 성찰과 학습이 필요합니다. 나를 잘 이해하고 다스릴 줄 아는 투자자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