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치유 지상상담소⑨] 아이들의 갈등, 중재하기 너무 힘드네요

2025.11.13 11:27:38

 

저희 교실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 간의 작고 사소한 다툼이 일어납니다. 민서(가명)는 늘 정우(가명)가 괴롭힌다고 울거나 이르면서 찾아오고, 정우는 다른 친구들과도 갈등이 종종 있는 아이라 이럴 때면 민서 이야기를 듣고 정우를 제지합니다. 이런 일이 4월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다 보니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이 일도 곧 끝나겠구나’ 하다가도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민서는 정우가 괴롭힌다며 도와달라고 찾아오고, 정우는 억울하다고 오히려 큰소리치고, 저는 두 아이를 중재해 보려고 하지만 결론은 두 아이 모두 저에게 원망만 쏟아냅니다.

 

민서 보고 혼자 알아서 하라고 할 수도 없고, 정우는 다른 아이들과도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기에 혼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민서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너무 심각한 문제가 아니면 저한테 오기 전에 직접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어떤 날은 둘 다 밉기도 합니다. 저는 두 아이 모두 잘 도와주고 싶은데 제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사연자: 권은정(가명) 교사)

 

선생님들께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생활지도 업무 외에도 정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중재자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교사에게 찾아와 “선생님, 누가 이랬어요” “선생님, 누가 저 괴롭혀요” “선생님, 쟤가 저 놀려요” 등 이렇게 말하는 아이는 정해져 있는 편입니다. 놀리거나 괴롭히는 아이 역시 정해져 있는 편이지요.

 

 

그러다 보니 한 아이가 와서 다른 친구가 괴롭힌다고 호소하면 가서 중재를 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누구야. 친구 놀리지 마”라든지 “누구야. 그런 행동 하는 게 아니야”와 같이 말입니다. 이 때 문제는 그렇게 해서 행동이 고쳐지면 너무도 좋겠지만 보내주신 사연처럼 유사한 상황이 매일 반복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이 장면에는 3가지의 역할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괴롭히는 아이’와 선생님께 ‘의존하는 아이’ 그리고 ‘지쳐버린 중재자’ 이렇게 말이죠.

 

아이들 성향 바로 알기

 

선생님께서 잠시 멈춰서서 관찰해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저 아이가 겪는 갈등 상황에서 나는 어느 시점에 등장했지?’라는 것을 우선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후, 이야기를 들어주실 때, A는 나한테 늘 무언가 호소하는 아이, B는 늘 억울하다고 하는 아이로 설정해봅니다. “선생님, 얘가 저를 놀려요”라고 말을 하는 A라는 아이, 즉 놀림을 당하는 아이는 대체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잘 없습니다. 놀림을 당했다고 찾아오는 아이는 대체로 자기 감정을 어른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높은 아이입니다. 불편하면 표현할 줄 알고, 도움을 청할 줄 압니다.

 

반대로 늘 억울하다고 하는 아이는 자신의 입장을 말하는 기술이 부족한 아이일 수 있습니다. 또한 친구들과 관계를 잘 다룰 줄 모르기 때문에 사회적 신호를 잘 읽지 못하고 갈등의 주동자가 되다 보니 자주 혼나는 역할에 익숙해져 있고, 자기 방어도 서툽니다. 그런데 교사가 이 장면에 매번 ‘심판’으로 등장하면, 의존적인 아이는 점점 교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억울한 아이는 “어른은 항상 저쪽 편이야”라는 인식을 강화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때 선생님께서는 ‘무조건적으로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한다’ 또는 ‘A가 도움을 요청했으니까 A의 말을 들어주고 내가 B를 혼내야 해. B에게 올바른 방향을 가르쳐줘야 해’라는 생각부터 내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이 갈등과 유사한 모습을 우리는 가정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째가 놀고 있을 때 둘째가 끼어들면, 첫째는 짜증을 내고, 둘째는 울고, 그때 엄마가 등장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울고 있는 아이에게 먼저 갑니다. 첫째는 ‘내가 아무리 말해도 부모는 내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경험을 쌓게 됩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학교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낍니다. “선생님은 왜 쟤 편만 들어요” 또는 “다들 내 말만 안 들어”와 같이 말입니다. 그러면 교사는 이 상황에서 무력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와주기

 

그렇다면 교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우선 멈추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의 호소를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움직이지 말고, 우선 멈춰서 듣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누가 그랬어?” “그럼 내가 가서 혼내줄게”가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니?”를 물어봐주시는 것이 우선 필요합니다. 그런 후 아이가 “그 친구가 놀렸어요”라고 말하면, “그랬구나. 속상했겠구나”까지만 반응을 보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 다음은 “그래서 선생님이 가서 혼내줄게”가 아니라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라는 질문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00이가 저를 자꾸 놀려요. 못하게 해주세요”라고 합니다.

 

이때 교사는 다시 멈춰야 합니다. 바로 달려가서 “00아! 친구 놀리지 마”라고 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이 이어지면 좋습니다.

“민서는 정우가 놀리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렇다면 정우한테 놀리지 말라고 말해봤어?”와 같은 질문을 통해 아이가 어떤 대처를 했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많은 아이가 “했어요”라고 답하지만 실제로는 “싫어” “그만해”와 같이 소극적인 표현을 하는 것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싫다는 감정표현도 중요하지만 정확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교사는 아이와 함께 연습해야 합니다.

 

“그 말은 싫어. 나한테 그런 별명 부르지 마” “그건 장난이라도 듣기 싫어”

 

이런 식으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연습하는 겁니다. 그 후 교사는 “다음에 이런 일이 있으면 방금 연습한 것처럼 해볼 수 있겠어? 그리고 네가 해보고 나서 혹시 안 되는 것이 있으면 그때 선생님한테 물어봐주면 좋겠다”라고 하시며 아이를 돕는 것이 좋습니다. 학생을 돕고 중재자 역할을 해주는 것도 정말 중요하지만 습관적으로 아이가 요청할 때마다 재빨리 해결사가 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아이와 선생님 모두를 위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부터 선생님은 아이의 대리인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해결사보다 안내자 되기

 

물론 아이들의 갈등을 다루다 보면 직접 중재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땐 무엇보다 공평한 발언의 기회를 보장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한테 말해줄래?” 이 한마디로 시작해서, 두 아이에게 각각 3분씩 말할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반드시 명시적으로 공정성을 언급하세요.

 

“지난 번엔 A가 먼저 말했으니까, 오늘은 B가 먼저 말해볼까?”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은 ‘선생님은 공평하다’는 신뢰를 갖습니다.

 

이야기를 들을 때는 판단하지 않고 요약하기만 하세요. “그랬구나. 네가 그런 말을 들었구나. 그래서 속상했겠네” 그게 전부입니다. 그 다음에 교사는 “이런 말은 누구에게나 상처가 되는 말이라서 우리 반에서는 쓰지 말자” “친구와 놀고 싶을 때는 이렇게 말하면 더 좋을 것 같아” 즉, 평가가 아니라 교육으로 마무리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고 교실에서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목적은 교과 내용의 학습뿐 아니라 관계를 배우고, 갈등 해결 방법을 배우기 위한 것도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들을 연습해가면서 아이들은 ‘어른이 대신 해결해 주는 세상’이 아니라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 드리고 싶은 당부는 아이들이 선생님께 하는 모든 호소나 갈등을 모두 해결해 주려고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갈등을 경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때로는 교사가 개입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도 교육입니다.

 

“이 아이가 스스로 해볼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그래도 어렵다면 방법을 알려주고 다시 보내는 겁니다.

“너 그 말이 힘들었다면, 다음엔 이렇게 말해볼까?”

“그래도 안 되면 그때 다시 와”

 

이렇게 말하면 아이는 ‘내가 먼저 해볼 수 있다’는 경험을 쌓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상황을 읽어주려고 했다는 것만으로도 교사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경우가 많습니다. 멈춰서서 아이가 스스로 자라는 시간을 지켜봐 주는 선생님이 되어 보는 것. 선생님께서 모든 것을 다 책임지려 무리하지 않는 것. 내년 선생님의 목표로 삼아보면 어떨까요.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조아라 이온심리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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