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문화] 평화와 화합의 합창으로…아듀 2025

2025.11.27 14:46:37

클래식 공연장에는 유독 연말이 되면 자주 울려퍼지는 곡이 있다. 바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다. 4악장에서 성대한 합창으로 마무리되는 대편성의 교향곡은 베토벤 최고의 역작이자,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더라도 친숙할만한 곡이다.

 

 

왜 유독 이 곡이 연말에 자주 연주될까?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작품은 베토벤이 마지막으로 남긴 교향곡으로, 완성하는 데에만 30년이 걸렸다. 1824년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처음 연주됐다. 초연 무대가 끝나고 지휘봉을 잡고 있던 베토벤의 등 뒤로 엄청난 환호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미 청력을 손실했던 베토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악장 카롤리네 운터만이 그를 뒤로 돌려 관객들의 반응을 보게 했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4악장으로, 교향곡에 처음으로 성악을 도입한 부분이다. 원 작품에는 따로 제목이 없었으나, '합창'이라는 부제가 붙은 것도 이 덕분이다. 4악장에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가사로 붙이며 '합창'이라는 부제가 만들어졌다.

 

가사는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리라(Alle Menschen werden Brüder)"는 구절을 비롯해 인류의 형제애와 평화, 화합의 메시지를 그린다. 덕분에 연말뿐 아니라 역사적인 순간마다 연주되곤 한다. 이를테면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에는 유럽 각지에서 이 작품이 울려퍼졌다. 전쟁이 끝나고, 화합과 평화에 대한 갈망을 달래주기에 이보다 적합한 작품이 있었을까. 이 밖에도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 이벤트, 유로(Euro) 통화 출범 기념식에서도 이 곡이 연주됐다.

 

200년이 지났지만 작품이 가진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나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갈등으로 지친 2025년에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듯하다. 거장의 따뜻한 위로를 느끼고 싶다면 합창이 공연되는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콘서트>

12월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콘서트는 어쩌면 이 작품의 취지를 가장 잘 살린 공연일지도 모른다. 한국과 일본 양국 시민으로 구성한 합창단 90명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지휘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수석 객원 지휘자 최수열이 맡고, 양국의 성악가들이 솔리스트로 함께한다.

12월 5일 롯데콘서트홀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베토벤 '합창'>

매년 12월 '합창'을 선보여온 서울시향은 올해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의 지휘로 감동을 이어간다. 솔리스트로 소프라노 서선영,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테너 김우경, 베이스 심기환이 참여하고, 고양시립합창단과 성남시립합창단이 웅장한 화음을 완성할 예정이다.

12월 18일 예술의전당

12월 19일 롯데콘서트홀

 

〈정명훈 x KBS교향악단- 베토벤 9〉

kbs교향악단은 정명훈이 지휘하고 솔리스트로는 소프라노 최지은,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테너 손지훈, 바리톤 김기훈이 무대에 오르고, 고양시립합창단과 서울모테트합창단이 함께한다.

12월 24일 고양아람누리 / 12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2월 28일 세종예술의전당 / 12월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김은아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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