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문화] 무대 위에 다시 쓰는 역사

2026.05.14 10:50:08

역사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다. 정해진 결과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약간의 희망과 상상을 더해볼 수는 있다. 이번 봄에는 이렇게 다시 써본 역사가 무대 위에 펼쳐진다.

 

 

뮤지컬 <헤이그>

 

1907년. 대한제국의 청년 세 명이 블라디보스토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화란국(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려는 특사 이준·이상설·이위종이었다. 고종의 밀명 아래, 을사늑약이 일본의 강압으로 이루어졌음을 폭로하고 한국의 주권 회복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함이었다.

 

뮤지컬 <헤이그>는 독립운동의 불쏘시개가 되었던 헤이그 특사 파견을 재조명한다. 작품은 역사적 사건에 상상력을 더했다. 특사들의 여정을 돕는 이들이 함께했다는 설정이다. 법관양성소 우등생이었으나 법관의 꿈을 이루지 못한 '나정우', 정우의 형이자 이준 특사의 친구인 '나선우', 정우의 친구이자 특사들을 돕는 '홍채경' 등이 그들이다.

 

기나긴 여정 끝에 세 명의 특사는 마침내 헤이그에 도착하지만 일본 대표단의 방해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러나 조국 독립을 향한 이들은 작품 속에서 생생히 되살아난다. 특히 올해는 헤이그 특사 파견 120주년을 맞는 해인 만큼 깊은 울림을 남긴다.

작품은 극작가 김도희의 몰입감 넘치는 텍스트를 <어쩌면 해피엔딩> <쓰릴미>의 연출가 박지혜,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음악상을 수상한 작곡가 김보영이 극적으로 풀어냈다.

 

<헤이그>는 그룹 god의 멤버 김태우가 처음 뮤지컬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프레스콜에서 "가수로 참여했던 공연과는 다른 새로운 도전이라 의미가 깊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4.1~6.21

서울 NOL 유니플렉스 1관

 

뮤지컬 <렘피카>

 

'아르데코의 여왕' '아르데코의 아이콘'. 화려한 수식어는 한 여성을 가리킨다. 바로 화가 타마라 드 렘피카. 뮤지컬 <렘피카>는 20세기 초, 러시아 혁명과 세계대전 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지켜내기 위해 투쟁한 그의 드라마틱한 생애를 그린다.

 

전쟁의 포화를 피해 러시아에서 파리로 떠나온 렘피카. 아는 이 하나 없는 타지에서 생계를 잇기 위해 시작한 그림은 그에게 뜻밖의 명성을 가져다준다. 렘피카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는 파리 상류층과 예술계를 매혹시키고, 그는 점점 더 큰 인기를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렘피카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성 라파엘라를 만난다. 그에게 매료된 렘피카는 라파엘라를 모델로 그림을 그려나가고, 두 사람 사이에서는 묘한 기류가 생겨난다. 안정된 가정과 라파엘라로 인해 깨어난 열정 사이에서 갈등하던 렘피카는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을 내린다.

 

작품은 뮤지컬 <하데스타운> <그레이트 코멧>으로 토니 어워즈를 수상했던 레이첼 챠브킨의 최신작이다. 렘피카의 생애에 매료된 그는 10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작품에 깊이를 더해나갔다. 여기에 세계적인 창작진의 의기투합으로 작품에 완성도를 높였다. 극작가 칼슨 크라이저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했고, 작곡가 맷 굴드는 클래식 선율에 팝, 록, R&B를 결합해 렘피카의 극적인 생애를 표현해냈다. 그 결과 <렘피카>는 2024년 토니 어워즈에서 뮤지컬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무대 디자인상 등 3개 부문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 초연은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의 감성을 중심으로, 한국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연출을 더했다. 볼거리도 다채롭다. 무대는 아르데코 미술 특유의 기하학적 미학으로 꾸며진다. 명화를 감상하는 듯한 조명과 시각 효과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작품은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아르데코의 여왕 '렘피카'는 김선영, 박혜나, 정선아가 맡는다.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렘피카의 뮤즈 '라파엘라'는 차지연, 린아, 손승연이 캐스팅됐다.

3.21~6.21

서울 NOL 씨어터 코엑스 우리은행홀

김은아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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