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중도입국한지 1년 정도 된 학생이 사회 수업마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담임교사도, 학생 자신도 '학습 부진'이라 여겼다. 그런데 한국어 학급에서 우연히 사회 교과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부진의 원인이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촌락', '도시', '공공기관'과 같은 교과 핵심 어휘를 이해하지 못해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학생 수준에 맞춘 한국어 수업이 병행되자, 불과 몇 달 만에 사회 교과 성취도가 점차 향상되었다. 부족했던 것은 학습 능력이 아니라, 그 능력을 드러낼 수 있게 해 주는 한국어 교육이 절실했던 것이다.
이 사례가 예외적이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의 이주배경학생은 2021년 1만9368명에서 2025년 2만2002명으로 13.6% 증가했다. 반면 서울 전체 학생 수는 2021년 82만8546명에서 74만6503명으로 9.9% 줄었다. 학생은 빠르게 줄고 있는데, 이주배경학생은 빠르게 늘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는 전체 학생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70%를 넘어선 곳도 있다. 전국에서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는 2020년 47곳에서 2025년 123곳으로 5년 사이 260% 증가했다. 2025년에는 20만2208명으로 전체 학생의 4%를 차지했고, 지난 4년간 중도입국 학생은 28.2%, 외국인 가정 학생도 61.8%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제 이주배경학생은 예외적 존재가 아닌 대한민국 교실의 일상이다.
학습 한국어 습득 기간은 달라
학교생활 초기에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아파요”처럼 당장의 생존에 필요한 한국어가 급선무다. 이어 또래와 관계를 맺고 교사의 안내를 이해하는 생활 한국어를 익힌다. 이 단계까지 도달하면 '이제 한국어를 한다'는 판단 아래 대부분 지원이 종료된다. 한국어 교육 지원이 입급 후 2년 이내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증발', '비례', '사회적 갈등'처럼 교과 개념어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학습 한국어를 습득하는 데는 평균 5~7년이 걸린다. 2년과 7년 사이의 간극, 그 빈자리를 학생 혼자 메워야 하는 것이 지금의 구조다. 체계적 지원 없이 방치된 학습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지고, 일부 학생은 조용히 배움을 포기하게 된다.
이주배경학생의 학습 배경은 저마다 다르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가정에서 한국어 노출이 적은 학생, 초등 저학년에 입국해 기초를 다진 학생, 고학년에 입국하자마자 일반학급에 배치된 학생이 한 교실에 앉아 있다. 모국어 문해력이 탄탄한 상태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모국어조차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채 두 언어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학생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지원 체계는 이 다양한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 채, '입급 후 경과 시간'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교육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기준은 ‘시간’ 아닌 ‘수준’ 돼야
이제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 먼저, 입·취학 초기에 학생의 모국어 문해력과 학습 이력, 한국어 수준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체계부터 갖추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생존 한국어에서 생활 한국어, 나아가 학습 한국어로 이어지는 단계적 교육과정을 공교육 안에 제도화해야 한다. 지원의 기준은 '시간'이 아닌 '수준'이어야 하며, 일반학급과 한국어 학급 사이의 유기적 연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주배경학생을 위한 체계적 한국어교육은 특정 집단을 위한 특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출발선에 선 학생들이 각자의 속도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공교육의 기본 책무다. 오늘도 대화는 되지만 수업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교실에 조용히 앉아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에 기반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한국어 교육이다. 그 책임은 교사 개인을 넘어 학교와 교육청, 더 나아가 국가 교육정책이 함께 짊어져야 할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