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교육감의 첫 인사 ‘교육 사람’이어야

2026.08.17 09:10:00

새 교육감들이 취임 한 달을 넘긴 지금, 하반기 인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비서실과 별정직, 개방형 직위부터 본청과 직속기관의 주요 보직까지, 새 교육감의 국정 철학이 사람의 얼굴을 하고 교육청에 들어서는 것이다. 이 첫 인사가 임기 4년의 성패를 가르는 첫 단추가 된다.

 

교육청 현실 녹록치 않아

교육감의 인사권은 생각보다 넓다. 일반 행정직은 물론 별정직과 개방형 직위, 각종 위원회 위촉직까지 교육감이 사실상 임의로 앉힐 수 있는 자리가 적지 않다. 선거를 도운 이들에 대한 보은과 측근 챙기기의 유혹이 스며드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그러나 교육청 인사는 무게가 다르다. 그 결정의 끝에 교실이 있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 인사가 정치 인사로 흐르는 순간 흔들리는 것은 조직도가 아니라 교육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다.

 

제주의 사례는 이 문제를 생각하는 데 좋은 거울이 된다. 제주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무부교육감이라는 직위가 있다. 2024년 전임 교육감과 도의회가 공론의 과정을 거쳐 조례로 신설했고, 임명에 앞서 도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치기로 양 기관이 합의했다.

 

2년째 공석이던 이 자리의 임명 논의가 새 교육감 취임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제주교총은 최근 논평을 내고 입장을 밝혔다. 임명에 반대하지 않지만 합의된 절차인 인사청문회를 온전히 이행할 것, 교육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인선의 첫째 기준으로 삼을 것 그리고 교육재정 위기 대응과 교권 보호 같은 현장의 과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그 소임을 분명히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

 

중요한 것은 제안의 논리다. 3가지 조건은 임명을 가로막는 문턱이 아니라, 오히려 명분을 세워 주는 주춧돌이다. 검증을 제대로 거친 인사는 논란이 아닌 신뢰 속에서 일을 시작하고, 그것이 결국 교육감의 인사권에 힘을 실어 준다. 반대로 절차를 건너뛰고 측근을 앉히면 그 직위 자체를 논란거리로 만들어, 일할 사람의 발목부터 잡는다.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그 자체로 기관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지금 교육청들이 마주한 과제를 보면 이 문제는 더욱 절실해진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각 시·도의 교육재정에는 비상등이 켜졌고, 재정 여력을 보완해 온 기금은 곳곳에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교권 침해와 학교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AI 디지털 교육의 확산은 교실 풍경을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교육과 학교를 알고,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의 마음을 아는 사람이라야 답을 찾을 수 있는 과제들이다.

 

교육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중요

새 교육감들에게 청한다. 이번 하반기 인사의 기준을 ‘내 사람인가’가 아니라 ‘교육 사람인가’에 두길 바란다. 선거 캠프에서의 공로가 아니라 교단과 교육행정에서의 실력을, 정치적 충성심이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양심과 안목을 중시해야 한다. 학생 성장을 먼저 생각하고 학부모 걱정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 교사 어려움을 제 일처럼 여기는 사람이 교육청의 요직에 앉을 때, 교육감이 내건 공약도 비로소 교실에 가서 닿을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교육청에서 더욱 무겁다. 교육감의 첫 인사는 조직 내부를 향한 메시지이기 이전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모든 가정을 향한 메시지다. 새 교육감들의 첫 인사가 “이 교육청은 교육을 중심에 두는구나”라는 신뢰의 첫 단추가 되기를 바란다. 그 신뢰야말로 재정 위기와 교육 대전환의 파고를 넘어야 할 교육청의 가장 든든한 밑천이 될 것이다.

장정훈 제주교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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