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색소폰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니 더 특별하고 행복합니다.”
11일 오후 2시, 수원보훈요양원 1층 강당. 50여 명의 환우들이 휠체어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며 박수를 보냈다. 무대에서는 트로트 가수 나소연(72)이 노래를 부르고, 옆에서는 색소폰 연주가 울려 퍼졌다. 색소폰을 부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소연 가수의 중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 강태준(84) 전 화홍고 교장이다.
학창 시절 스승과 제자가 수십 년의 세월을 건너 이제는 봉사 현장에서 함께 무대에 선 것이다. 스승은 색소폰으로 제자의 노래를 받쳐주고, 제자는 노래로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객석의 박수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두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따뜻한 이야기였다. 두 사람은 ‘사랑·행복봉사단’의 일원으로 매월 한 차례 수원보훈요양원을 찾아 위문공연을 펼치고 있다.
강태준 전 교장은 제자 나소연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중학생 때 실장과 오락부장을 맡을 만큼 성격이 활달했고, 학급 분위기를 잘 띄웠어요. 공부도 상위권이었지요.” 세월은 흘렀지만 제자의 밝고 적극적인 모습은 스승의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제는 교단을 떠난 스승과 가수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제자가 봉사라는 같은 길에서 다시 만나고 있는 것이다.
나소연의 가수 인생은 2017년 ‘인생은 육십부터’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어린 시절부터 가수가 꿈이었지만 형편이 여의치 않아 꿈을 접어야 했다. 수원에서 결혼 후 평범한 삶을 살던 중 지인의 소개로 10인조 밴드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묻어두었던 꿈을 다시 꺼냈다. 작곡가를 만나 노래를 부르게 되면서 마침내 가수의 길에 들어섰다.
“어려서부터 가수가 꿈이었지만 이루지 못했어요. 돌고 돌아 다시 노래를 시작하게 됐으니 더욱 소중하고 감사하지요.” 그의 데뷔곡 ‘인생은 육십부터’에는 자신의 삶뿐 아니라 지금의 인생관도 담겨 있다. “백세시대에 육십은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청춘의 마음으로 멋지게 살아가는 노년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이후 ‘세월아’, ‘추억의 광교산’, ‘양재동 브루스’, ‘청담대교’, ‘변산아 격포야’, ‘구절초 사랑’, ‘무지개 사랑’ 등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며 현재 45집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추억의 광교산’은 수원에 대한 애정을 담은 곡이다. 수원으로 시집온 뒤 처음 찾았던 곳이 광교산이었다는 그는 광교산에 얽힌 추억과 수원에 대한 사랑을 노래로 표현했다.
“수원에 광교산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수원을 노래하면서 ‘가수 나소연’도 함께 알리고 싶었지요.” 그에게 수원은 단순한 삶의 터전이 아니라 자신의 추억과 음악 인생이 함께 자란 특별한 도시다.
나소연이 찾는 무대는 대형 공연장만이 아니다. 복지관과 주간보호센터, 요양원, 요양병원, 노인대학과 경로당 등을 찾아 재능기부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자신의 무대가 없는 시간에는 객석으로 내려갔다. 환우들의 손을 두 손으로 따뜻하게 잡아주고 이야기를 들으며 눈을 맞췄다. 그에게 봉사는 단순히 노래를 불러주는 일이 아니다. 노래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만나고 외로운 이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선물하는 일이다.
공연을 마친 뒤 한 어르신이 “노래 잘 들었다”며 흐뭇한 미소로 두 손을 따뜻하게 잡아 줄 때면 가수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내 노래를 들어주시고 고맙다고 마음을 표현해 주시는 것이 정말 감사하지요.”
가수 나소연이 생각하는 좋은 무대도 특별한 기교보다 관객과의 소통에 있다. 감성을 살리면서도 가사는 정확하게 전달하고, 어르신들이 쉽게 따라 부르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수원보훈요양원에서 만난 강태준 전 교장과 나소연 가수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교실에서는 수학을 가르치던 스승과 학생이었지만, 이제는 색소폰과 노래로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전하는 동료 봉사자가 됐다. 강 전 교장의 색소폰 선율이 흐르고 나소연의 트로트가 이어지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졌다. 오랜 세월을 뛰어넘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음악을 통해 다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나소연은 앞으로도 ‘찾아가는 가수’로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몸과 마음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꾸준히 찾아가 즐거운 노래를 많이 불러드리고 싶어요. 희망과 꿈을 드리고 즐거움을 전하는 멋진 가수로 살고 싶습니다.” 그는 현재 수원보훈요양원 외에 장안마을주간보호, 선재주간보호, 행복가득한주간보호, 수원요양병원에서 공연 봉사를 하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수원시민과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환하게 웃었다.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나소연을 불러주시는 곳이라면 언제라도 힘차게 달려가겠습니다. 흥겹고 즐거운 노래, 기억에 남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남고 싶어요.”
‘인생은 육십부터’를 노래하며 가수의 길에 들어선 나소연. 그의 청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 길에는 학창 시절 자신을 가르쳤던 스승 강태준 전 교장이 함께하고 있다.
스승은 색소폰을 불고 제자는 노래를 부르며, 두 사람은 오늘도 어르신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선물한다. 수원보훈요양원에서 울려 퍼진 색소폰과 트로트. 그것은 단순한 위문공연이 아니라 세월을 뛰어넘은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인연이 만들어낸 따뜻한 하모니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