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사회변동에 동반한 교육의 변화로 학교와 학생 수 감소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주요 과제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과 인구감소를 경험하면서 이미 이러한 문제에 직면해 왔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학교 수도 지속적으로 줄었고, 학교 통폐합은 학생들의 교육 환경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생활과 경제,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교를 중심으로 유지되던 지역공동체가 함께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로 나타났다.
특히 1999년 합병특례법 개정 이후 이른바 '헤이세이 대합병'이 본격화되면서 지방행정 재편과 저출생, 학생 수 감소가 맞물렸다. 여러 지역에서 지방 행정 개편과 학교 통폐합도 함께 진행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예상하지 못한 악순환이 나타났다.
학생 수 감소로 학교가 문을 닫았다. 학교가 사라지자 젊은 세대가 그 지역을 생활의 터전으로 선택하기 어려워졌다. 인구 유출이 더 심해졌고, 다시 지역의 학생 수가 감소했다. 학교의 폐교가 지역소멸을 더욱 빠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본의 지방 연구자들과 지역주민들은 이 현상을 분석하기 시작 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결론에 도달했다.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생활 인프라라는 사실이었다.
학교는 많은 역할을 한다. 입학식과 졸업식은 마을의 행사가 된다. 운동회는 주민들이 함께 하는 축제의 장이 된다. 학교 체육관은 지역회의와 문화활동의 장소가 되고, 재난이 발생 하면 주민들의 대피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학교는 지역의 사람과 활동을 연결하는 허브다. 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은 교실과 운동장만 없어지는 일이 아니다. 지역의 관계망과 기억,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함께 살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일본은 이 경험을 통해 작은학교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학생 수가 적다는 사실은 약점만을 의미하는가.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가능한 교육은 없는가." 질문이 달라졌다. 그리고 작은 학교의 장점이 다시 발견되기 시작했다.
농촌만 인구감소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도쿄 도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구립 기누타미나미중학교는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속에서 많은 부침을 겪었다. 1977년 전교생 532명으로 문을 열어 1980년 863명까지 학생 수가 늘었지만 그 뒤 학생이 급감해 1997년에는 280명대로 줄었다.
학생수 감소로 학교의 활력은 떨어졌고 빈 교실은 늘어갈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당시 지역 내 영아들을 위한 어린이집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도시로 이주하는 인구가 많은 데다 여성들의 취업도 갈수록 늘어 도쿄는 늘 유치원과 보육시설이 부족한 상태가 되었다. 기누타미나미중학교 인근 어린이집 시설 역시 입소 대기 아동이 한 해가 다르게 늘고 있었다.
세타가야구는 2001년 이 학교의 빈 교실을 활용해 어린이집을 들이기로 결정했다. 저출산 고령화 역사가 오래된 일본은 ‘학교는 공공재이며 주민과 학생이 함께 활용하는 것이고, 필요 시 통폐합도 가능하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1960년대 평생교육법 도입에 따라 일찍이 학교에 지역주민과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결합한 덕도 크다.
지자체와 학교는 건물 1층 모퉁이 교실 2개를 터서 어린이집 공간으로 만들었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운동장 한 쪽에 펜스를 쳐 공간을 구분했다. 중학생들이 야구 축구 등을 하다 어린이집 쪽으로 공이 날아올 것에 대비해 위쪽에 그물망도 쳤다. 별도의 출입문을 만들어 영아들은 따로 등하교를 한다.
어린이집 운영은 민간업자를 모집한 후 선정해서 맡겼다. 이렇게 만들어진 어린이집에는 현재 만 0∼2세 영아 30여 명이 하루 13시간, 직원 20여 명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한다.
“본래 중학생들이 천방지축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린이집이 들어온 뒤 부쩍 어른스러워졌어요. 약자에 대한 배려 같은 걸 몸으로 배우는 것 같습니다.”
야마다 노리오 교감은 교내에 어린이집이 들어오면서 장점이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직업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어린이집 교사 체험 희망자가 가장 많다. 졸업생 중 네모토 유스케 씨는 아예 어린이집 교사가 돼 지난 해까지 이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복도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어린이집이 있어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귀엽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야마다 교감은 “어린이집 입소 후 중학생들이 원아들에 대해 험담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어린이집이 들어온 뒤 중학교도 학생 수가 늘어 지금은 13개 학급 441명이 재학 중”이라고 했다.
“단점이라면 소음 정도일까요. 어린이집과 가까운 교실은 아기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어린이집 낮잠 시간에는 위층 중학생들의 책걸상 끄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젠 모두 익숙해져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요.”
이같은 일본 사례가 주는 가장 큰 교훈으로 학교는 학생을 가르치는 곳에서 학교란 아이를 키우고 지역을 살리는 공공 플랫폼이라는 의식의 변화를 이끌어 낸 점이다.
학생 수가 줄어 빈 교실이 생겼다고 해서 곧바로 폐교나 통폐합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 어린이집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평생교육과 문화·체육 시설을 하나의 지역 교육생태계로 묶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도 이미 제도적 기반은 상당 부분 마련되어 있다. 2026년 학교복합시설 사업은 학교나 폐교에 학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할 교육·문화·체육·복지·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하는 사업이며, 기존 학교의 유휴 공간을 리모델링하는 유형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에서 나타난 변화가 아니라 한국형 ‘학교 복합화 모델’을 만들어 학교를 아이들만의 공간으로 만들지 말고, 아이와 부모, 청소년, 노인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한 학교 한 지역교육센터」화 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교육에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은 자녀 출생 감소와 깊은 관계가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학생 수 감소는 한국의 대 재앙으로 연결될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의 목적을 “학생을 스스로 배우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연결하면, 학생 수 감소 시대는 오히려 획일적인 입시교육에서 개별화·자기주도 학습 중심 교육으로 전환할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대 전환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