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맞은 경복고 崔泰祥교장

1999.03.01 00:00:00

"교육계 거목…행복한 퇴임"

崔泰祥 서울경복고교장이 42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2월말로 정년퇴임했다. 지난 57년 서울사대 역사과를 졸업하고 그해 명문 경복고에서 첫 교편을 잡은 崔전교장은 성동·경기·반포·중경고 등에서 후진을 양성했으며 문교부 장학관과 서울시교육청 학무국장을 역임했다.

崔전교장은 또 서울국공립고교장회 회장, 한국국공립인문고교장회 회장, 한국중등교육협의회 부회장, 서울사대 동창회장 등을 맡으면서 수도 교육계의 거목으로 자리잡았다. 96년에는 제2대 민선교육감 선거에 나섰으나 금품과 흑색선전, 지역주의가 만연한 선거판에서 그의 `인물론'은 빛을 보지 못했다.

崔전교장은 학교측과 제자들의 성대한 퇴임식을 극구 사양했다. 자신이 퇴임식을 하게 되면 같이 학교를 떠나는 다른 두분 선생님의 퇴임식이 초라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신 그는 지난해 6월부터 준비한 회고록 "교육과 함께한 영광의 길" 마무리에만 몰두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그의 경복고 평교사 시절 제자인 박범진(35회·국민회의 국회의원), 배희병(36회·경복고교감), 이원평(39회·데코회장), 정도원(40회·강원산업회장)씨 등이 주축이 돼 지난달 23일 서울타워호텔에서 회고록 발간 축하연을 마련해 주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수백명의 제자와 동문, 교육계인사들은 "최전교장은 평생을 후진양성과 우리 교육발전을 위해 애써 온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이었다"며 그의 정년을 못내 아쉬워했다.

한편 최근 기자와 만난 崔전교장은 "교원의 자존심과 권위를 무참히 짓밟고는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며 현 정부의 교원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또 한때 경쟁자였던 劉仁鍾교육감에 대해서는 "논평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으나 "지금은 대학교수가 다 하는 세상이다. 보통교육에도 인재가 많고 사람을 발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여 여운을 남겼다.

崔전교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광화문에 있는 서울사대 동창회 사무실에 나가 일을 보고 제자들이 마련해 준 금강산 관광도 다녀오겠다"며 "기회가 되면 그동안의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교육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봉사'가 내년 교육감 선거 등과 어떤 관련이 있을지 교육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낙진 leenj@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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