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동반자적 사랑

2005.03.29 15:13:00

오랜 결혼생활 유지시켜 주는 사랑
격정, 풍랑거친 사랑의 최종 목적지


지난 호에서 본 열정적인 사랑은 6개월에서 길어야 30개월을 넘지 못합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길게 유지시키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그것은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가령 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간다든가 생일날 꽃 배달을 하여 놀라게 해주는 것 등이 좋은 방법입니다. 또 약간의 훼방꾼이나 장애가 있으면 보다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몬타규가와 캐퓰렛가의 반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열정에 부채질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을 쓰더라도 열정적인 사랑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이에 반해 친밀과 책임에 바탕을 둔 동반자적인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렬해져서 평생 동안 지속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의 결혼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것이 바로 동반자적인 사랑입니다.


동반자적인 사랑은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입니다. 이것은 보다 현실적인 것이며, 따라서 신뢰와 보호, 인내를 요구합니다. 이 동반자적인 사랑의 감정은 온화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반자적인 사랑은 두 사람이 만족스런 관계를 유지해 오면서 천천히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동등한 관계이며,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해 줍니다.


그러면 왜 열정적인 사랑은 동반자적인 사랑으로 변할 수밖에 없을까요. 사랑의 초기에는 격렬하다가도 나중에는 왜 그런 열정이 없어질까요. 사랑이 식어서일까요?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정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에 대한 고귀함이나 환상은 깨지게 됩니다. 이상적인 사람으로 생각했던 상대는 역시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의 상호관계는 일상적인 것으로 되어가고, 격렬한 감정에 휩싸였던 생활은 점차 안정됩니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의존적으로 되어갑니다. 오래 된 커플들은 지금껏 그들의 감정을 잘 조절해 왔기 때문에 강한 감정을 나타내는 일은 드뭅니다. 눈빛만 봐도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여 사랑이 식었다든가 격렬한 감정이 사라져 버린 것은 아닙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더 큰 감정으로 잠재되어 있습니다. 잠재된 감정은 가끔씩 폭발합니다. 파트너가 멀리 여행을 하든가 출장을 가 서로 떨어지게 되면 강한 외로움을 경험합니다. 만나 사랑한 지 오래 되었으나 부득이 헤어져야만 하는 커플의 경우에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감정이 찾아옵니다.

 

 또 상대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을 때 느끼는 질투 또한 잠재되어 있는 격렬한 감정입니다. 질투는 관계의 붕괴에 대한 두려움과 자존심 손상으로 인한 분노가 섞여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상대방에 대한 의존 정도가 크고 그런 위협을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질투는 최고에 달합니다.


어느 날씨 좋은 오후 공원에서 손을 맞잡고 걷는 노부부의 뒷모습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의 얼굴표정은 어떠할까요. 아마 온화함일 것입니다. 수많은 격정과 풍랑을 거치고 난 다음 사랑의 최종 목적지가 바로 동반자적인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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