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아닌 진학 비중 높아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연계과정은 직업탐색 수준에 준하는 교육과정이 바람직
훈련기간 특성 따라 한 달, 한 학기, 1년 등 다양화 필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의 실업 및 직업교육은 산업계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어떠한 형태로든지 적정한 실업교육을 담보하기 위해 이론과 실무를 통합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실업고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이론에 치우치고 낡은 시설과 장비로 인해 실무능력을 키워주지 못하는 실업계학교로선 우수한 기자재 및 시설을 갖춘 직업훈련기관과의 학점 연계를 통해 직업적 능력을 배양시킬 필요가 있다.
■ 직업훈련기관과의 연계 필요성과 한계=양 기관 간 학점 연계의 필요성은 무엇보다 산업구조와 기술변화로 인해 직업훈련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직업훈련의 영역은 과거 정규 교육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주요기능(향상훈련)을 제공하는 데 한정됐지만 현재는 정규 교육기관과 협력하여 실업자 등의 재취업훈련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평생직장이 없어지고 평생 동안 능력개발이 필요한 평생학습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직업훈련과 직업교육간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에도 발을 맞춰야 한다. 현재 많은 OECD 국가에서는 직업훈련과 직업교육을 동일 혹은 상호보완적인 개념으로 규정하고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학습자 중심의 직업교육ㆍ훈련 운영체제 구축의 필요성도 양 기관간의 연계 필요성을 강화시키고 있다. 학습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질 높고 다양한 직업교육ㆍ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과 직업훈련 제도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이처럼 연계의 필요성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 과연 훈련기관이 실업고보다 시설과 기자재가 더 우수한가에 대한 반론 △ 우수할 경우에도 여전히 산업현장과 괴리가 있는 시설 △ 훈련기관에 위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학생에 대한 생활지도와 학사관리의 문제 △ 학교현장에서 연계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인력과 운영상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 △ 결코 높지만은 않은 학생들의 호응도 등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실업계학교의 최근 추세가 취업이 아닌 진학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연계의 현실적 한계이다.
■ 연계의 기본 방향=직업훈련기관과 연계의 기본 방향은 △직업교육의 내실화 △ 교육과정중심 △현장실무능력배양 △운영의 현실성 확보 등 크게 4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직업교육의 내실화를 기하면서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실업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실업고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훈련기관으로 떠넘기는 식의 연계는 곤란하다. 이에 따라 초기단계에선 희망학생 위주로 동일 학과 및 계열에 한정하여 운영하고, 효과를 분석하여 비 동일계열 및 학과에 확대·운영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 중심의 연계를 위해서는 실업고의 교육과정이 주가 되고 부득이 학교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과정에 한해 다양한 형태(특정 과목, 실습, 인턴십 등)의 연계 프로그램을 추진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학교 교육과정의 일부로서 공동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직업훈련기관과의 협약에 의하여 운영하도록 한다. 필요할 경우 훈련기관의 교사를 산학겸임교사로 위촉하여 인사 교류 차원에서 활용하는 연계체계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의 실업고 교육과정은 직업기초능력의 각 영역을 발달시키며 직업탐색을 위한 내용으로 편성되어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직업훈련기관과의 연계과정은 직업을 탐색하는 수준에 준하는 교육과정이 바람직하다. 1학년 때 국민공통기본교과를 이수한 후, 2-3학년 과정에서는 학교에서 정한 필수 과목군을 이수하면서 학교에서 개설이 불가능한 코스를 해당 직업훈련기관 또는 다른 학교에서 일정한 시기에, 일정한 기간을 학교교육과정에 편성된 단위 수에 정해진 대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실무 능력 배양의 관점에서 연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훈련기관에 대한 최소 기준(학사관리, 교육과정의 연계가능성, 취업지도, 시설장비 확보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시설과 장비가 우수하고 대체적으로 학사관리가 내실 있는 공공훈련기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담당토록 해야 한다. 교육과정도 훈련기관의 우선선정 직종을 우선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직업연계성과 장래성이 낮은 직종, 취업률과 자격취득률이 저조한 직종, 국가차원의 인력 수급상 별도 인력양성이 필요 없는 직종은 당연히 연계과정을 운영하지 않도록 한다. 운영의 현실성 확보를 위해서는 △학교의 적극적 참여 △학생에 대한 상담 강화 △예산 확보 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 연계의 구체적인 방안=연계를 위해선 우선 직업교육훈련과정의 편성, 운영, 평가 사항에 관한 운영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형성된 계획은 학교교육과정위원회를 통하여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운영해야 한다.
또, 학교와 훈련기관 모두 연계과정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운영할 필요가 있다. 전담교원에 대한 유인책으로 ‘교육공무원승진규정’ 제41조(가산점)에 담당교원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개정이 필요하다. 학생의 요구조사는 매년 9~12월에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훈련기관 선정은 교육훈련수준, 전년도 자격취득률, 취업률 등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우수 기관을 선정하도록 한다. 시설과 장비, 학사관리가 우수하고,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되는 훈련과정이 개설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학생의 학사관리와 과정운영이 학교 교육과정과 부합하여야 한다. 학교 인근의 직업훈련기관으로서 접근가능성을 우선 확인하고, 교육훈련과정의 연계 가능성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학생들의 통학거리 이내 혹은 일정 행정구역내의 훈련기관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여야 한다.
훈련기관을 선정할 때에는 시설과 장비, 학사관리가 우수한 공공훈련기관을 우선 선정하고 공공훈련기관에 개설되지 않은 직종에 한해 직업·기술계 학원을 선정한다. 민간훈련기관의 경우에는 노동부에서 실시하는 직업능력개발훈련기관 및 훈련과정 평가결과 일정 등급 이상인 훈련기관에 한하도록 한다.
훈련기관 선정은 노동부의 훈련기관 평가결과를 일차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이를 기초로 하여 학교교육과정과 부합하는 훈련과정을 운영하고 있는지, 학사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이러한 내용이 학교교육과 부합하는지를 평가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우수한 훈련기관이라도 학교의 교육과정과 연계할 수 있는 훈련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력이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훈련기간은 1년(10개월), 1,440시간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일반계 직업과정과는 달리 과정의 기간을 다양한 형태로 운영하도록 한다. 교육과정의 특성에 따라 한 달, 한 학기, 1년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이수시간은 연계 형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연계교육과정 편성 시 과정의 특성에 맞게 최소 이수시간을 정하도록 하되 32시간(하루 2시간, 16주 기준) 이상으로 한다.
연계의 범위도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한다. 특정과목에 한할 수도 있고, 과목 내에 특정 단원으로 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체 교육과정을 연계하여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계과정은 학교 내에 실과부를 중심으로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학교교육과정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아 편성·운영한다. 과정의 운영은 필요할 경우 (가칭)학교연계과정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직업훈련기관의 장과 협의 및 계약 절차를 거쳐 실시하도록 한다. 학생에 대한 철저한 출결관리 등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학급편성은 통합반, 별도반, 혼성반 등의 구성형태와 연령, 반편성 인원, 수준 차이, 교육과정 운영방법 등에 따라 다양한 운영이 요구되는데, 훈련기관의 인적·물적 자원의 수용능력과 교육목표 달성도, 학생 생활지도 등을 고려한 반편성이 요구된다.
끝으로 이상과 같은 학점연계가 성공적으로 실시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중등단계 직업교육기관과 직업훈련기관간의 연계를 금지하는 법령의 개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학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제도 도입 이전에 하나의 지역을 연계교육 클러스터로 지정하여 시범적으로 운영하거나, 연계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전에 우선 실업고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맞춤식교육과정으로 위탁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