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사회=실업고 명칭을 ‘특성화고’로 바꾸자는 공청회가 지난 7월 있었습니다. 명칭변경의 이유가 실업고 홀대에 기인한 것 같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이 2일 교육부에서 받은 ‘2004년 이후 실업교육 예산확보 현황’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ㆍ도교육청 중 2004년과 비교해 2005년 실업교육 예산이 줄어든 곳이 13개나 됐다는군요. 명칭변경이 예산삭감으로 이어지는 실업고 홀대에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이용순(이하 용)=명칭변경은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실업계와 기타 특목고와 개방형자율고 등을 합쳐 특성화고로 바꾸자는 것이 당초 안이었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당초엔 이번 국회에 명칭변경 건을 상정해 12월 중으로 확정하려했지만, 아시다시피 이번 국회에 이 안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실고 외 학교들의 입장 차이가 있어 어떤 식으로 가닥이 잡힐지는 모르겠습니다. 시・도로 예산이 이관되면서 실고예산은 삭감된 곳이 많습니다. 교육감의 마인드가 그만큼 중요해진 것입니다. 서울의 예산비중이 오히려 높아진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
박동열(이하 박)=고등학교 분류 명칭을 변경한다는 것은 단순히 행정적인 분류 명칭 변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분류 명칭 변경에 따라 추구하는 교육 목표와 양성 인재상이 변화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교 분류 명칭 변경은 평생 직업교육체제에서 중등 직업교육기관의 정체성과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뿐만 아니라 시도교육청에서 실업교육 예산이 감소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 환경 변화에 따라 중등 교육기관의 정체성과 위상이 재정립되어야 하고, 이에 따른 예산 확보 방안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김현수(이하 김)=학부모・학생에게는 계열의 의미보다 학교명이 오히려 크게 다가옵니다. 전문대학들이 ‘전문’이라는 말을 빼면서 어감이 확 달라진 것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실업고들도 상고 공고에서 정보고, 생활과학고 등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인지도가 높아지지 않았습니까? 물론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특화한 학교 브랜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성화고 육성사업과도 일맥상통하죠. 우수한 학생이 모집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학교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교육청으로부터 예산확보도 가능해 질 것입니다.
이병욱(이하 욱)=현재의 명칭은 다양한 직업세계에 맞게 안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하나씩 만들어진 특목고, 특성화고 등 학교의 성격을 정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런 명분에 앞서 실업고의 ‘낙인효과’ 극복책으로 명칭변경을 들고 나왔다는 인상을 강하게 줌으로써 그 가치를 오히려 하락시키고 만 것입니다. 명분대로 제대로 정비가 된다면 실업고의 ‘낙인효과’도 자연스레 극복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사회=실업고 위기를 말할 때 가장 자주 이야기되는 것이 직업교육의 실종입니다. 실고의 대학진학률이 67%에 달하고 진학률을 학생 모집에 공공연히 이용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실고의 직업교육과 입시 교육 비율이 어느 정도나 되나요. 그 실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용=작년 기준으로 진학과 취업 절충안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가 62%로 가장 많습니다. 그러나 교사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진학 비율은 35%, 취업비율은 65%로 나타났습니다. 실제와 정반대인 셈이죠. 이젠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보여 집니다.
욱=그렇습니다. 7차 교육과정은 실업고가 계속교육과 직업교육의 두 가지 기능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학률 때문에 실업고 정체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동일계 진학이 양질의 인력 양성에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고 이미 가속화되고 있는 진학열기를 정책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박=진학・취업률 통계는 사실 의미가 없습니다. 실고 졸업 후 취업했다가 다시 진학하는 비율은 90%에 육박합니다. 현 실업계 고교 위기는 직업교육의 실종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정체성과 위상을 재정립하는 상황에서 제기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중등 직업교육기관은 완성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였지만, 최근에는 취업 경로와 진학 경로 모두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모든 고등학생이 기초(직업)교육을 받고 자신의 적성과 특성에 적합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변화되어야 합니다.
김=맞습니다. 당분간 학력에 대한 매력 때문에 실고졸업자의 높은 대학진학률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최근 높은 청년실업률로 인해 대졸자의 하향취업과 직업훈련기관의 훈련이수 증가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아 조만간 대학진학의 무용론이 대두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실고교육이 종국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졸업 후 취업하고 다시 희망할 경우 대학교육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사회=실고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해 산학연계 활성화나 임용제도의 유연화 등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산학겸임 교사 비율은 어느 정도 되는 지 궁금합니다. 또 실고에서 어쩌면 소외되어 있다고 보여 지는 보통교과 교사들의 문제는 무엇인지도 말씀해주세요.
욱=2005년 현재 산학겸임교사 비율은 실고교사의 2%인 416명에 불과합니다. 탄력적 인력 양성과 산업현장과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겸임교사는 꼭 필요함에도 말입니다. 근본적 원인은 보수・수당 등이 현실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간당 1만5000~2만원을 그것도 학교회계에서 지출하고 있는 현실에선 우수한 겸임교사를 유치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박=실고 교사의 역량 강화 방안 수립 시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바로 보통교과 담당 교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기업에서 강조되는 직업기초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은 전문 교과 교사보다는 보통 교과 교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실고의 보통교과 교사는 기업의 요구를 분석해 학생들의 직업기초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소홀한 것이 사실입니다. 실고 보통 교과 담당 교사에 대한 연수강화 및 참여 유도 방안 모색이 필요합니다.
용=더불어 산업체 경력교사의 경력환산 비율이 현재 80%에서 100%로 높아져야 합니다. 실고 유인책으로서 메리트를 가지려면 말입니다. 실험실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실고에 실습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적다는 것은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임용고사에 음악 미술 체육은 실기평가를 하지만, 실고는 이론평가밖에 하지 않습니다. 실기평가도입은 교사의 질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합니다.
김=실고 교사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현재의 실고교사들이 실고를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입니다. 실고 내부에 해결방안도 있고 역량도 있습니다. 실고의 발전모델은 바로 그들이 제시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이 번 특집 주제가 ‘실업고, 비상구를 찾아라’였습니다. 지금까지 하신 말씀을 종합해 보면, 글쎄요. 비상구가 있기는 한 것인 지, 불투명해 보입니다. 시리즈를 통해 풀어놓지 못한 방안이나 대책이 있으시면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욱=실업고의 비상구는 실업고만 떼어놓고 찾아서는 안 됩니다. 전체 교육적 맥락에서 다뤄야하고, 어쩌면 일반고의 비상구를 실업고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나올 정책은 다 나와 있습니다.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성공한 실업고 사례가 재정적 지원이 튼튼하기 때문에 그런 것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뭐니뭐니해도 교장과 교사의 노력과 열정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용=올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직업교육혁신체제방안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이번 시리즈로 연재된 내용들이 모두 저희 원이 주체가 되어 연구하고 있고, 그간에는 없었던 학교별 컨설팅이나 분기별 평가 등이 이번 방안에는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육부가 애초에 약속한 매년 495억 원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할지는 의문입니다만, (실제로 올해 아직 175억밖에는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교육부가 약속을 지켜 주리라 믿습니다.
박=실고 위기 극복의 장기적 방안은 학제 구조적 개편을 통해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고교생에게 기초직업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직업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것이죠. 미래사회에서는 단순 기능인보다는 숙련 기능인이나 고등 전문 인력의 요구가 높아질 전망이므로 한정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학습 능력이 낮은 실고생의 학습 능력을 높이고, 실고 근로자가 학위 취득보다는 현장 직무 수행 능력을 키울 수 있는 job-based course로 연계된 실질적 평생 직업교육 체제를 구축, 직업교육이 이류교육(stigma)이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합니다. 사회・정리/서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