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론> 초등교육의 질, 국민적 합의 필요

2006.11.09 16:35:00

최근 들어 우리 국민들의 교육수요가 고급화되고 있다. 그래서 학교를 새로 지을 때 50년 뒤를 내다보며 고급 아파트 수준으로, 혹은 더 나은 자재를 사용하고 시설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들어가는 예산에 비해 그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교사 1인당 학생수나 학급당 학생수, 그리고 교사 1인당 수업시수 등을 개선하는 데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지만 학부모들은 많은 돈을 내며 보내는 학원에서 강사들이 학생들을 돌보는 수준을 염두에 두며 계속 학교 교육을 비판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최대한 고려하고, 학생들의 인성지도를 위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개인의 적성을 파악하고 발굴해 계발시키는 진로지도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교 현실을 들여다보면 학급당 35명을 초과하는 과밀학급이 전국적으로 초등교 31.3%, 중학교 27.2%, 고교 58.6%에 이른다. 초등교사의 경우 70% 이상이 주당 25~30시간 수업을 하고 있고, 30시간 이상 수업담당 교사도 10%에 이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교사 1인당 사무직원수도 OECD 국가에 비해 훨씬 낮아 교사들은 각종 공문 처리에 시달려 철저한 수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다한 업무처리 때문에 주당 발생하는 수업 결손도 심각한 상황이다.

초등 신규교사 대부분은 수업 준비나 생활지도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학교 교육에 관해 제기되는 학부모들의 불만과 몇몇 문제들은 교사 개개인의 문제인 경우도 있지만 주로 과밀학급 상황과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초등학교의 상황이 빚어낸 결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공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점차 커지고 있다. 실망은 조기유학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유학생 중에서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세계 최고이고, 최근 초등생 단계부터의 조기유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른 외화유출은 7조원에 이르는 데 이는 우리나라 교육예산의 4분의 1에 육박한다.

정부는 2012년까지 급당 학생수를 30.12명으로 하겠다고 발표함으로써 고급화되고 있는 교육수요에 부응하기를 포기하고 있다. 급당 학생수 정책도 초등은 그 규모를 더욱 작게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도 중등학교와 동일한 목표를 세우는 우를 범하고 있다. 정부가 고급수요에 부응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처럼 초등교에도 사립학교가 많이 생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면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화될 것이다.

초등교육의 여건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인데도 불구하고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예산 때문이라고 한다. 예산 때문이라는 말은 초등교육 여건개선 사업이 정부 사업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혹시라도 국가의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사람들, 그리고 소득이 높아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사람들의 자녀는 이미 초등교를 졸업한 상황이어서 더 이상의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은 걸까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이제 초등교육 여건에 대해 국민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만일 여건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교사 1인당 학생수, 학급당 학생수, 교사 1인당 수업 시수에 대해 연도별 목표치를 설정하고, 그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므로 채용 규모를 미리 결정한 후 그 규모에 맞게 교대생을 뽑아 전문성을 기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예체능 과목은 교담 교사를 통해서 학생들이 교육을 받도록 하고, 행정 업무 부담을 줄여주며, 동시에 교사들의 수업 시수를 줄여 교사들이 담당 과목에 대한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질을 자랑하고 있는 우리나라 초등교 교사들이 학생에 대한 교육애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줄 때 사교육비 부담이 줄게 되고, 우리 부모들은 우리 교육을 사랑하며 핀란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우리교육은 우리 선생님 덕분에 잘되고 있다는 답을 하게 될 것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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