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규정개정안에 봇물 의견

2007.01.02 10:24:26

“충분한 경과조치 필요”
"작은 학교, 승진 못해”

본지가 지난해 12월 18일자로 보도한 교원승진규정개정안(www.hangyo.com 참조)에 대한 현장 교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교총과 본지에 쏟아진 교원들의 문의 전화와 이메일은 매일 수백 건에 달했고, 이들은 자신이 처한 입장에 따라 의견을 피력했지만 ‘학교 실정을 모르는 탁상공론에 좌절감을 느낀다.’ ‘충분한 경과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2009년 근평서 2006년 반영 안돼”=가장 많은 의견은 2009년도 승진명부 작성 시 2006년도 근평은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백령도에 발령받았다는 20년 경력 A교사는 “25년 내외 경력을 가진 선배들에게 1, 2등 수를 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관행이다. 지난해 여기에 들어와 ‘아주 낮은 미’를 받았다. 2006년 근평이 반영돼서는 도저히 승진할 수 없다. 2006년 근평은 반드시 제외돼야 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입장의 B교사도 “개정안의 근평 산정일에서 2009년을 2010년으로 수정해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소규모 학교 교사 승진 못해”=근평 비중이 확대됨으로써 소규모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승진하기 어렵게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 근무하는 C 교사는 “근평 점수 상향 조정과 반영 기간 연장은 대도시 학교 다학급 교사에게만 유리해 모두가 도시학교로 몰릴 것”이라며 “농어촌 교육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처지의 D 교사는 “1등수와 2등수의 차이가 학급수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2년 반영하는 근평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것에 대해 교원들은 ‘지나친 부담’이라는 반응이고, 동료교사 다면평가 후 근평 결과를 공개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부작용을 전망했다.

◆“도서벽지 근무 절대 불리”=병약한 아내와 어린 두 자녀를 육지에 남겨두고, 몇 시간씩 배를 타야 하는 낙도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E교사는 승진규정개정안을 보는 순간 절망감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4명의 교사가 복식수업을 하는 아주 작은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올해 발령받았기 때문에 아마 최하위 근평을 받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가산점 얻으려 왔다가 매년 2~3점씩 손해 보게 돼, 도서벽지 근무 교사들은 도저히 승진할 수 없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F 교사는 “도서벽지 점수를 줄이려면 모든 교사에게 도서벽지를 의무적으로 근무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경력단축으로 승진 꿈 접어”=25년 경력 반영을 2단계 걸쳐 20년으로 줄이는 안에 대해 고경력 교사들은 ‘승진 꿈을 접었다’며 좌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직경력 23년 8개월 됐다는 G 교사는 “2008년에 0.5점의 경력점수가 보태져 충분히 승진할 수 있었는데 규정개정으로 23년 된 후배에게 완전히 압도당할 위기에 처했다. 소수점 셋째 자리로 몇 명의 교사가 경쟁하는 판국에 날아간 0.5점 경력점수는 저의 인생을 크게 바꿔 놓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최소한 3년 이상의 경과기간을 둬 규정 개정으로 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구 활동 위축될 것”=연구점수를 3점으로 유지하면서 전국규모 연구대회 1등급을 1점에서 1.5점으로 상향조정한 것에 대해서 연구 활동을 위축 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도서벽지 근무가 어려운 여 교원들은 연구점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21년 6개월 됐다는 H 여교사는 “농어촌, 도서벽지 점수는 턱없이 부족한 대신 연구점수는 10점 가까이 획득했다”면서 “여 교원들의 승진 확대를 위해서 연구점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무관련 박사학위 만으로 연구점수 3점을 채울 수 있게 된 데 대해 I 교사는 “요즘 돈만 있으면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받을 수 있는데, 누가 힘들여 연구 활동 하겠냐”고 반문하면서 “연구점수 비중을 높이고, 학위점수와 연구점수를 분리하자”고 주장했다.

◆그외 의견들=이번 기회에 1정 자격연수 점수 부여 방식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J 교사는 “시도별로 들쭉날쭉하게 점수를 부여했던 시기에 불리하게 점수를 받았는데, 그 점수가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며 “대학원 성적으로 대체하는 1정 자격연수 점수를 상향 조정해 달라”, K교사는 “자격연수와 직무연수 성적 반영비율을 뒤바꾸자”고 요구했다.

일본 한국학교서 5년간 파견교사로 근무했다는 L교사는 “해외파견 5년간 부장경력 및 연수경력을 갖지 못했는데 해외파견 특별가산점마저 0.5점 잃게 됐다”며 “국가의 필요에 의해 파견해놓고 지금 와서 축소하는 것은 횡포”라고 주장했다.
정종찬 chan@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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