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열리지 않는 1월 국회의원들의 외유가 봇물인 가운데 교육위원 일부도 해외시찰을 떠났다. 3일 출국해 15일 돌아오는 일정으로 경비는 국회 국제국에서 지원됐다. 명목은 의원외교활동으로 국회 예산항목에도 잡혀 있는 돈이다.
그런데 수 천 만원을 지원한 국제국과 당초 시찰계획을 세운 교육위, 심지어 해당 의원 측까지도 시찰 일정과 동행 의원, 지원 예산액에 대해 묻자 “국회 차원의 공식 활동이지만 알려 줄 수 없다”며 함구했다. 매년 국회의원들의 관광성 외유가 도마 위에 오르는 가운데 괜한 구설수에 오르기 싫다는 반응이 역력했다.
국제국 담당자는 “무슨 지적이신지는 알겠는데 일정이나 예산 등은 대외비라 알려 줄 수 없다. 예산을 청구한 교육위 행정실에 묻어보라”고 답변했다. 심지어 국제국 관계자는 “정히 알고 싶으면 별도의 취재원과 접촉하든지 국민정보공개청구를 이용하라”고 친절히 안내했다. 처음에는 외유 사실조차 부인하던 한 의원 측도 “나가긴 하셨는데 누구랑 나갔는지, 어딜 갔는지는 알려주기 뭐하다”며 잘라 말했다.
이 같은 반응은 결국 의원들의 해외시찰 목적이 주로 관광에 있다는 의혹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한 교육위원 보좌관은 “떳떳하지 못하니까 못 밝히는 것 아니냐”며 “교육관계자 면담이나 교육시설 견학은 구색 맞추기고 사실 관광하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의원외교활동운영협의회’에 시찰계획을 세워 예산을 신청한 교육위 행정실조차 “구체적으로 어느 기관을 방문하고 누굴 만나는 지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 한다. 설사 의혹은 없더라도 해외시찰이 치밀한 준비 없이 주먹구구로 진행돼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실제로 어렵게 입수한 시찰계획을 보면 교육위원들이 두바이(2박)→아테네(3박)→마드리드(3박)→로마(3박)를 돌며 갖는 일정에는 ‘우수 직업교육기관 시찰 및 관계자 면담’ ‘특성화교육 관계자 면담’ 등 모호하고 간략한 내용만이 적혀있다.
한편 이번 해외시찰에는 권철현 교육위원장과 유기홍 열린우리당 간사, 임해규 한나라당 간사,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과 전문위원이 동행했으며 5000만 원 이상의 예산이 지원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18개 상임위 중 매년 9개 상임위를 대상으로 해외시찰 경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상임위 별 시찰 일정, 규모에 따라 4000만원에서 6500만원까지 대고 있다. 보통은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간다. 지원 절차는 각 상임위가 ‘의원외교활동운영협의회’에 시찰계획안을 작성해 제출하면 이를 심의해 지원하는 형식이다. 시찰 후 상임위는 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