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후리다’는 여러 가지 뜻을 지닌 동사다. ‘휘몰아 채거나 쫓다, 휘둘러서 때리거나 치다, 매력으로 남을 유혹하여 정신을 매우 흐리게 하다’, 그리고 ‘남의 것을 갑자기 빼앗거나 슬쩍 가지다’는 뜻도 있다.
‘빼앗는다’는 뜻을 가진 우리말 중에는 ‘후무리다’는 단어도 있다. ‘후무리다’는 ‘남의 물건을 슬그머니 훔쳐 가지다’는 뜻이다.
“그는 노름빚을 갚기 위해 아내가 잠든 사이에 집에 있는 돈과 패물을 모두 후무려 나왔다.”
한편 ‘가무리다’라는 말은 ‘몰래 혼자 차지하거나 흔적도 없이 먹어 버리다’는 뜻이다.
“닭이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가무렸다.”
‘가무리다’는 ‘남이 보지 못하게 숨기다’는 뜻도 있다.
“그는 서운한 기색을 가무리고 입을 열었다.”
북한에서는 이 말을 조금 다르게 쓴다. 북한에서 ‘가무리다’라고 하면 ‘말하던 것을 그치고 입을 다물다, 말이나 일의 끝을 마무리하고 끝맺다’는 뜻이다. 박유학의 ‘그리운 조국 산천’에는 “주창범은 자기가 공연히 집안을 부산스레 만들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고 면구해서 말끝을 가무리지 못하였다”는 문장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