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능력인증제 “흥미・자신감 높일 대안될 것”

2007.04.16 11:13:56

⑥ 시리즈를 마치며… 좌담

본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 영어교육정책연구센터의 공동기획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논의된 내용의 의문점을 명확히 하고 보다 심화된 대책을 찾아보는 좌담을 마련했다. 참여자들은 영어교육혁신정책이 효율적으로 영어를 학습하고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를 연구자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좌담은 이메일로 진행됐다.

<참석자> 진경애 KICE 영어교육정책연구센터장, 장경숙 KICE 부연구위원, 김미경 KICE 부연구위원, 김성연 한양대 교수, 김재혁 광주교대 교수

진경애 “교육부내에 영어교육정책을 위한 전담 연구센터가 설립된 것은 처음입니다. 영어교육혁신을 위한 정부의 의지이자, 영어교육혁신을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김성연 “영어능력인증제는 학생의 필요와 기관 성격에 따라 도입여부가 결정되어야 합니다. 학습자의 요구, 학습 환경 등을 고려해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영되어야겠습니다.”

장경숙 “법안으로 교사의 영어수업 문제를 풀 수는 없습니다. 계량화된 제도보다는 연수를 통해 교사의 영어구사력 및 수업개선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김재혁 “원어민 교사의 이직률이 매우 높습니다. 처우와 근무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어민 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미경 “영어마을과 영어몰입교육은 분리되어야합니다. 어린 학생일수록 전면 몰입교육이 효과가 있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효과를 검증받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삼진아웃제’ 등 교사능력을 시험으로 수치화 하는 것은 위험

- 시리즈를 통해 영어교육의 문제점과 과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모색해봤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영어교육정책센터와 한국교육신문의 시리즈에 대해 평가한다면.

진경애=온 국민의 관심사이자 교육부의 중점 추진사업인 영어교육에 대해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금까지 영어교육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었으나 이번 경우처럼 교육부내에 영어교육혁신을 위한 전담팀이 구성되고 영어교육정책을 위한 전담 연구센터가 설립된 것은 처음입니다. 영어교육혁신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자, 영어교육혁신을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장경숙=영어교육을 주제별로 분리, 심도 있게 다룸으로서 이해를 도왔다고 여겨집니다. 영어교육 및 교육 관련자의 인식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성연=현장교사 관점에서 접근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합니다. 교수나 연구자의 관점에서 조사, 분석하다 보면 현장과 괴리될 수 있으니까요.

- 영어능력인증제 도입으로 교육부는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교총은 “학생들을 영어 사교육시장으로 내몰아 경제력에 따른 학력이 오히려 고착화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영어능력인증제 도입 효과, 어떻게 보시나요.

진경애=영어교육혁신정책에는 양면적 성격이 있습니다. 그 첫째는 우리 학생들과 국민들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영어의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영어능력인증제는 정부차원에서 교육과정과 연계된 의사소통 중심의 평가도구를 개발, 보급해 효율적으로 영어를 학습하고 자신의 능력을 측정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영어능력인증시험이 사교육을 부추기지 않으면서 왜곡되어 있는 영어평가시장과 학교 영어평가 방식을 개선, 장기적으로 영어교육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성연=영어능력인증제는 학생들의 필요와 기관의 성격에 따라 그 도입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 정착을 위해서는 영어교사를 양성하는 학과나 기관에서는 인증제도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영어인증제의 속박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능력인증제는 학습자의 요구, 학습 환경의 특성 등을 고려해 좀 더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영되어야겠습니다.

- 영어마을 등 영어몰입교육에 대한 관심이 대단합니다. 지자체는 물론 학교단위까지 그 숫자가 매일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요. 영어몰입교육, 효과는 있는 것일까요?

김재혁=영어몰입교육은 효과적 교육법입니다. 영어는 도구교과이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해 수학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과학 실험을 하면서 영어를 연습하고 어휘력과 표현력을 증진시키는 몰입과정은 매우 이상적인 교육방법입니다. 그러나 교육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어린이가 완전 몰입과정에서 기본적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데는 2년 이상 기간이 소요되므로 초기에 별 효과가 없는 것처럼 보일 때도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또 영어 몰입과정은 비용이 많이 드는 교육법입니다. 영미권 학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원어민 교사가 충분히 확보되고, 적절한 교육과정, 교재, 교수-학습 방법 등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영어 몰입교육 도입에는 철저한 준비와 연구, 장기간에 걸친 투자가 필요합니다. 1, 2학년 시범학교 운영처럼 실정에 맞는 모형을 연구, 개발한 후 관심이 있는 지자체나 학교에 보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김미경=일단 영어마을과 영어몰입교육은 철저히 분리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몰입교육이란 영어를 수단으로 해 교과수업을 진행하는 것이고, 영어마을은 영어를 생활 속에 체험하는 형태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캐나다에서 처음 실시된 몰입교육은 우리와는 다른 환경에서 실시되었습니다. 우리처럼 영어가 철저히 외국어로서 학습되는 환경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린 학생일수록 전면 몰입교육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데는 동의합니다. 일본의 성공사례도 발표된바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모 초등학교에서 실시된 바가 있지만, 보편적 효과를 검증받으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 영어교육지원특별법안이 앞 다퉈 국회에 제출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 발의한 ‘영어교사 삼진 아웃제’ 등 급격한 영어수업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데, 이런 법안들이 교사와 교실 수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요.

장경숙=발의 안은 영어수업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영어교사의 능력을 수치화 할 수 있는 시험으로 구현화해 이를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이런 경우, 교사는 단지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준비를 하게 됨으로서 수업의 질 개선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까요. 계량화된 제도도입보다는 영어교사가 양질의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구사력 및 수업을 개선해 가도록 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여겨집니다.

- 원어민 교사 도입 초기에는 교포 2~3세 숫자가 꽤 많았는데요.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수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지.

김미경
=조금 강한 어조로 들릴까 우려되긴 하지만, 우리나라 교사들이나 학생들이 소위 푸른 눈을 가진 원어민 교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어민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담감 해소 등을 생각한다면 서양 사람을 교사로 해 이질감을 해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테니까요. 그러나 교포, 흑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원어민을 채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김재혁=교포 원어민 교사뿐만 아니라 일반 원어민 교사들도 이직률이 매우 높습니다. 처우와 근무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방에서는 한 학교에 1년 이상 근무하는 원어민 교사들이 흔치 않은 실정입니다. 월 200만원 내외의 봉급으로, 우리말을 잘 못하는 외국인 교사가 영어가 매우 서툰 아이들을 주당 20시간 이상씩 수업을 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신분도 불안정해 동료 교사로 인정받기도 어렵습니다. 원어민 교사들의 근무 실태 및 요구에 대한 연구 조사가 있어야겠지만 안정적으로 한 학교에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처우와 근무조건을 개선하고 동료애를 형성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대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 1, 2학년 연구학교 운영에서도 제기된 문제였지만, 현재 교사용 지도서와 교과서가 대개 우리말로 되어 있는데, 영어로 잘 설명된 원어민 교사용 지도서와 교과서가 필요합니다. 원어민 교사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초등영어 도입 10년의 효과를 분석한 설문조사에서 중ㆍ고교로 올라갈수록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가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초등에서 얻은 영어자신감을 지속시키려면 초・중・고교에서는 어떤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좋을 지.

진경애=초등 영어교육의 목표가 영어에 흥미와 친숙감을 주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말하기와 듣기 등 음성 언어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영어는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내용이 고루 있으나 교육 내용상 읽기, 듣기, 쓰기, 문법 등이 강조됩니다. 이제는 초등 영어에서도 듣기와 말하기 뿐 아니라 읽기와 쓰기, 단어 등도 균형적으로 가르쳐야 할 것이며 중・고교에서도 말하기와 쓰기를 의사소통 중심으로 균형 있게 가르쳐야 학생들이 혼란과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될 것입니다.

김재혁=학생들이 흥미와 자신감을 계속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초등영어와 중등영어, 그리고 고등영어를 특색을 다르게 편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과서를 구성이나 내용, 수준 등을 학생들 연령대와 취향에 맞게 다양하게 편성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어 교과서 외에 영어 필독서를 선정해서 초등학생은 영어 동화책을 3~5권, 중·고등학생은 청소년 영어 교양서를 각 5~10권씩 읽도록 권장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목표를 현재보다 더 구체화, 차별화시켜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갖추어야 될 영어능력을 명시하면 좋겠습니다. 성취목표가 현실적이고 분명해지면, 그래서 자신이 어떤 수준의 영어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흥미도와 자신감이 저하되는 현상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 박사님이 연구하고 계시는 영어능력인증제도를 잘 활용하면 학생들의 영어 흥미도와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김미경=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에 대한 자신감이나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영어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초등학교는 재미위주 수업에서 탈피, 영어를 문장단위 이상으로 학습해 대화의 맥락을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또 중등학교에서는 입시위주보다 영어능력을 키우는데 주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문제를 푸는 전략을 영어수업에서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영어로 쓰인 책을 많이 읽고 영어로 표현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나가는 수업이 중요합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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