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학교에 가니 북한군이 월남했다는데…”

2007.07.23 09:05:13

서원大 ‘해방과 전쟁기 교육’ 전시회


“참다 참다 못하여 읍사무소에 가서 국군지원서를 제출하였다. 죽음은 두렵지 않으나 어머니를 생각하니 적막한 마음이 끝이 없다.”

경북 달성군 구지고등공민학교 엄원탁 교사가 1951년 국군에 자원입대하면서 쓴 일기의 한 토막이다.

청주 서원대 한국교육자료박물관에서 열리는 ‘해방과 전쟁기, 우리교육의 풍경’ 전시회에 가면 “조국을 위해 죽음을 결심했다”는 글이 담긴 엄 교사의 ‘교무수첩’을 비롯해 6.25전쟁 관련 각종 교육자료를 만날 수 있다.

전시회에는 해방 직후와 6.25전쟁을 전후해 발간된 초․중등학교 교과서, 교사 참고자료, 방학 책, 교지, 잡지, 상장, 성적표, 시험지, 졸업장, 신문, 학생증, 전쟁일기, 사진, 포스터, 화폐, 삐라, 각종문서, 해방공간의 좌․우익서적 등 600여점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공산당의 6.25전쟁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담은 자료, 월북 천재시인 오장환의 시가 실린 1947년 중등국어교본, 동해를 동조선해로 표기한 1947년 중등지리부도, 해방 후 연변에서 발행된 한글맞춤법 통일안 등 흥미로운 자료도 함께 공개됐다.

“유월 이십칠일 화요일 청(晴). 이제껏 가정실습으로 인하여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세사(世事)와 국가에 대변(大變)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었는데 금일 학교에 가니 교장선생님께(서) 25일 오전 6시에 북한군이 월남했다는 소식을 전하여 주는데 백천, 옹진, 장단, 강릉, 연백 다섯 군데라고 하였다.”

전쟁이 일어난 직후 충남의 한 중학생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일기에 적고 있다. 또 북한군 포병부대 포장 김용철이 “서울네거리, 오늘 놈들이 전쟁의 불길을 저즐은지(저지른지) 사흘 만에 조선인민군 용사들의(에) 의하여 해방되었다. 나는 벅찬 가슴 펼치고 억센 발자욱을 내디었다”고 한 병영일기도 엿볼 수 있다.

지난 2005년 해방 60주년을 맞아 ‘식민지교육의 풍경’ 전시회를 국회도서관, 독립기념관, 대구시립중앙도서관 등에서 순회 개최해 큰 관심을 끈 바 있는 서원대는 “일제 식민지시대에 이어 8.15해방과 6.25전쟁이라는 미증유의 격변기를 거치면서 동시대 사람들이 겪었던 혼란과 대립, 그리고 힘든 극복과정을 다양한 교육자료를 통해 살펴보기 위해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8월 25일까지 월~토요일(10:00~17:00)에 관람할 수 있으며 요금은 없다. 문의=043-299-8194 
이낙진 leenj@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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