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 후원하다 처벌받는 일 없어야

2007.10.25 09:32:49

일본의 학부모회는 회비를 자율적으로 책정해 그 중 절반가량을 교원과 학교를 위해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다양한 자체 활동 경비로 쓴다. 물론 학부모 회비를 한 푼도 걷지 않는 가난한 동네의 학교들도 적지 않지만 이 경우 교육청이 좀 더 배려한다. 학부모 회비의 자율적 결정은 학부모들의 권리로 인정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학부모 회비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고3교실에서 입시전쟁을 치르는 교사와 학생들을 위해 일부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새참과 야참을 준비하는 일도 마치 범법행위를 하는 양 몰래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21일 서울시교육청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학부모가 교사에게 촌지를 제공하면 해당 학생은 학교의 각종 내․외부 포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학부모회 등 학부모 관련 단체가 학교지원 명목으로 찬조금품을 모금하는 일도 전면 금지된다. 이에 대해 교총은 “불법 찬조금도 개인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게 아닌 만큼 금품수수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대의 학교발전기금은 26조 6800억 원이다. 하버드대의 경우 연간 기부자 총수 중 10만 원이하 소액 기부자가 절반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도 사적 촌지문화를 공적 기부문화로 승화시키면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촌지문화를 건전한 방향으로 살리기보다 죽이는 일에만 몰두하는 듯해 안타깝다.

올 들어 조선일보와 교총, 전경련이 벌이고 있는 스쿨업그레이드 운동은 학부모 단체 활동의 새로운 이정표로 삼을 만하다. 서울시교육청의 지나친 간여와 결벽주의로 칭찬받고 권장돼야 할 행위마저 죄악시되는 일이 있어선 곤란하다. 학부모 단체들도 가난한 학교 살림살이를 감시하기보다 건전하게 후원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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