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확보, 교육부 권한 분배 고민하라"

2007.10.25 17:08:50

좋은교육바른정책포럼, 대선후보 교육공약 진단과 과제

17대 대선은 어느 때보다 교육공약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현 정부가 사학법,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금지, 특목고 통제 등 많은 쟁점을 차기 정부의 숙제로 넘긴 점과 평준화의 현실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사실상 3불 정책(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을 흔드는 공약을 내놓음으로써 교육공약이 대선의 승부처가 될 만큼 중요사안으로 부각됐다. 25일 한국교총에서 열린 이번 포럼의 주제발표를 맡은 허종렬 서울교대 교수는 여기에 착안, 한나라・민주신・민주당 등 3당 대표 토론자에게 정책에 대한 궁금증을 질의하는 형식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후보별 정책 비교표는 아직 완성본이 아님을 참고 바랍니다.)

한나라 - 평준화 보완이 우선, 경쟁・격차 해소지원 병행, 상향평준화 유도
민주신 - 3불 정책 포기는 평준화 포기・서열 고착화, 사교육비 급증 유발
민주 - 수월성・평준화 동시 강화, 자사고・특목고・개방형 자율학교 확대
교총주장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설치 3당 모두 찬성, 교육부 슬림화 공감
 

공교육 질을 높여 사교육 축소를 피력하고 있다. 어떻게 높이겠다는 것인지.

이중호(한나라당 전문위원
)=현장 자율화로 공교육 품질을 높여야한다. 그래야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경쟁하는 학교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서 자율형 사립고 100개, 150개의 기숙사형 공립고교, 50개의 마이스터 학교 안이 나온 것이다. 이런 학교들이 많아지면 잘 가르치려는 경쟁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공교육 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구동수(민주신당 전문위원)=정동영 후보의 교육정책공약 방향은 기회균등과 인적투자다. 핵심 실천목표로 ▲대학교육경쟁력 강화-세계200위권 대학 15개 육성 ▲우수공립고 300개교(실업고 60곳 포함)집중 육성 ▲ 공교육혁신으로 사교육의존 획기적 축소(영어교육 실질화) 등 3가지를 꼽고 있다. 특히 대학경쟁력향상을 위해 진력하겠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세계적 대학육성을 위해 5조원의 재원을 확충할 방침이다.

심연미(민주당 전문위원)=공교육고품질화를 통한 서민·중산층 교육 불만족 해소, 교육부부터 평가받는 교육품질평가제 도입, 학교(교사)의 자율성·책무성·전문성 향상, 초중고교 교육과정 개편, 주요과목 개별교육실시 등을 추진할 것이다. 또 상향평준화를 위해 수월성・평준화 교육을 동시 강화할 것이다. 자사고와 특목고를 확대하되 설립취지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지도 관리하는 한편, 공립학교는 차터스쿨(Charter school, 협약학교)을 모델로 한 ‘개방형 자율학교’를 확대할 것이다.

유문종(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매니페스토 방식으로 교육정책이 발표되어야 한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공약들은 비전과 목표는 있으나 타당한 추진방안이나 일정, 우선순위, 예산관련 언급이 거의 없다. 예산 언급이 없는 공약은 空約이 될 수밖에 없다. 활발한 정책토론을 통한 매니페스토 선거를 위해서는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

민주신당이 한나라당과 유사한 우수공립고 300개 선정, 집중지원 안을 들고 나온 배경은. ‘인적자원 투자’ 표방의 의미는.

구동수=과외에 의존하지 않고 다닐 수 있는 우수 공립고교 300개를 선정, 집중 지원한다는 것이다. 사교육의 절반이 영어때문인 점을 감안, 초·중등 영어도 공교육화로 내실화를 다질 계획이다. 정 후보의 교육정책비전 핵심은 인적자원(HR)의 투자확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수한 인적자원이야말로 국가 미래를 담보하는 것으로, 상응하는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민주신당 공히 우수고교를 지원하겠다는데, 이는 평준화를 깬다는 것인가.
이중호=3불 정책을 도입한 사회적 배경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평준화는 과열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아니다. 다양성 도입해 평준화를 보완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둬야 할 시점이다. 다양한 형태의 학교를 만들어 우수한 교육을 받고자 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고 경쟁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을 병행, 상향평준화를 유도해야 한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자율형 사립고 100개)가 그것이다.

구동수=사회통념은 아직도 학생의 능력 외에 금전적 대가(기여 입학제), 선배들의 입학성적(고교등급제) 등을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3불 정책을 포기한다는 것은 평준화 포기이자 학벌세습을 고착화를 부추기는 것 아니겠는가. 이는 또한 교육 서열화로 이어져 사교육비 급증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우리 당의 결론이 우수 공립학교 지원인 것도 그 때문이다.

백경선(서울 도곡초 교사)=뜨거운 감자이긴 하지만 ‘3불 정책’에 대한 논쟁, ‘수월성과 평등성’의 대립으로 교육공약 논쟁이 끝나서는 안 된다.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표를 의식하는 후보에게 정략적으로 필요하겠지만 교육은 정략적이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의 저소득층 장학금 지원 대책은 교육복지 면에서 약한 정책 아닌가. 고교 무상교육이 공약에서 빠진 이유는.

이중호=무상교육 폭을 극대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한정된 재원으로 효율성을 극대화 하는 방안은 학생 및 학부모의 형편을 고려하는 맞춤형 지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국가 차원의 맞춤형 장학금을 신설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전체 고교를 대상으로 학교운영지원비 및 수익자부담경비를 제외하고 입학금 및 수업료를 무상으로 하는 교육을 실시할 경우 약 1조9650억 원이 소요가 추정된다. 재원마련에 힘쓰겠다.

권일남(명지대 교수)=적어도 17대 대선만큼은 청소년정책이 교육공약과 긴밀한 유대와 협력을 통한 정책공약의 수용과 전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청소년 복지차원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한나라당 공약에는 영·유아 무상교육 언급이 없는데, 그 이유는.
이중호=그렇지 않다. 만 0~2세 영아는 보육대상인데 반해 만 3~5세 유아는 부모 선택에 따라 교육부 소관인 유치원에 보낼 수도 있고 여성 가족부 소관인 보육시설에 보낼 수도 있다. 소관업무 조정은 거시적 정부조직 개편차원에서 논의하겠다. 우리 당은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을 3조원으로 밝혔고, 3조원 규모 정도는 국가가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심연미=영유아의 경우 장기적으로 3~5세까지 기간학제화해서 무상교육을 실현하되 우선 5세의 완전무상교육을 추진하고, 고교 무상의무교육은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 

한나라나 민주신당은 교육부 폐지론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교총이 제안한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한 의견은.
이중호=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해서는 이명박 후보가 밝혔듯이 찬성이다. 인재양성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각 부처도 기능에 따라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국가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위원회를 만드는 교총 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구동수=정 후보는 신중하게 선진교육의 씨를 뿌리고 가꾸어 가겠다는 각오로 고민하면서 내실 있는 교육정책을 가다듬어 왔다. ‘국가미래전략회의’를 설치, 교육 대협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해 놓고 있다. 집권하면 2008년을 ‘사회적 교육대협약의 해’로 선포할 것이다.

심연미=민주당은 교육 행·재정의 비효율성 극복을 위해 관료기구의 슬림화 및 내부혁신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다.

강희붕(성남외고 교감)=단위학교에 많은 재량권을 부여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교육부의 정책이 일선학교에 옮겨지면서 자율성은 없고 더 많은 책무만 요구되고 있다. 자율적으로 학교가 창의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외국어교육 강화에 한나라당이 특히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이중호=영어교육을 실용화해야 한다. 특정언어를 전략적 언어로 규정하고 그 언어의 학습강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은 어느 나라건 고민하는 문제다. 미국에서도 공교육에서 중국어를 가르칠 인적자원이 턱없이 부족, 미 의회 내에서 외국어로서 중국어 교육 강화를 주요내용으로 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 역시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추진, 고교만 졸업하면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교육재정 확보방안은 어느 당도 제대로 공약화하지 않았는데, GDP 대비 목표치는 얼마이며, 또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중호=교육예산이 OECD 평균에 비해 적은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 한꺼번에 6%로 올리기는 힘들다. 예산을 어디에서 끌어오고, 보충할 지는 현재 검토 중이다. 점진적으로 6%까지 올릴 것이다.

심연미=교육재정을 GDP대비 6%로 늘릴 것이다. 실질GDP 성장률을 4.8%로 추정했을 때 GDP대비 6% 예산확보는 약 53조원규모다. 예산확충방안으로는 공공부문 효율적 조직개편을 통한 예산절감, 국가 SOC 사업에서 불필요한 사업예산 절감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할 것이다. 

대입시제도에 관해 한나라당은 본고사 부활의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3단계 자율화와 초중고교육 정상화를 같이 도모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민주신당이나 민주당의 방안은.

이중호=3단계 대입자율화의 1단계는 다양성 키우는 단계다. 대학이 학과 특성에 따라 학생부나 수능을 자유롭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다음 단계는 수능 과목을 줄이고 반영 비율을 낮추면서 대학이 여러 가지 평가기준을 통해 학생의 잠재력을 보고 뽑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대학 자율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할 것이다. 대학에 선발자율을 주어야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심연미=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당분간은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본다.

김희규(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현행 공교육 정상화 방안은 입시제도 변화를 통해 교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측면이 크다. ‘창의적 인재 양성’에 공교육 정상화의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이를 통해 교육내용을 조절하고 점진적으로 입시제도 개선에 이르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대입자율화가 사교육을 줄일 것이라 하는데, 본고사・유사시험 도입으로 사교육비 증가의 예가 많았다. 안전장치는.

이중호=앞서 밝혔듯이 평준화를 앞세워 3불 정책을 도입한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합이라는 발전 과정을 거쳐 교육 발전을 이루고자 함이다. ‘3불 재검토’에서 본고사 부활만을 떠올릴 것이 아니라 대학이 입학사정관제와 같이 발전된 모델을 개발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고교 및 대입 전문가로 입학관련 업무만 전담)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대학 자율권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작년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처음으로 입학사정관제 시범실시 예산 20억 원을 배정한 바 있으며, 교육부는 2008년 예산안에서 입학사정관제 시범실시 예산으로 198억 원을 요구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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