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음료에 이어 서울 각급학교 매점 등에서의 커피, 라면, 튀김류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물론 서울시교육청은 92년부터 ‘학교보건 기본방향’을 통해 음식점으로 허가받지 않은 학교 매점, 구내식당에서의 식품 가공․조리를 금지했기 때문에 올해 처음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 지침들은 ‘구내매점․식당의 취급품목은 학교장이 정하되…’ ‘무신고(무허가) 식품 조리 및 가공․판매 금지’ 등으로 규정이 다소 모호했던 것에 비해 올 지침은 ‘커피, 탄산음료, 라면, 튀김류 등 판매금지’를 명확히 했다.
교육청 담당자는 “매점 등에서의 조리․가공식품 판매를 금지해 왔기 때문에 예전부터 라면, 튀김, 떡볶이를 파는 학교는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청의 지침이 무색하게도 최근까지 일부 학교 매점에서는 외부에서 조리된 튀김, 컵라면 등을 팔고 있다. 일례로 서울 O고 매점은 커피, 라면, 떡볶이도 팔고 있었다.
앞으로도 외부에서 들여온 튀김이나 물만 제공하지 않으면 라면을 계속 팔아도 되는냐는 질문에 교육청 담당자는 “그런 것도 안되고 그런 학교도 없다”는 답변이다. 결국 교육청은 매년 지침을 내려 보내는 것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식이고, 법망을 교묘히 피하며 편법 운영하는 매점이 학생들의 건강을 빼앗고 있는 셈이다.
한편 급식지침이 라면, 튀김 등은 금지하면서 대표적 비만 유발 패스트푸드인 햄버거, 도넛 등은 ‘자제 식품’으로 분류한 것도 논란이다. 시교육청은 “햄버거가 못 먹을 음식도 아니고 사실 수백여 품목 중에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되고는 식약청이 할 일”이라며 “올 2월 어린이식생활안전특별법이 제정돼 고열량 저영양 식품에 대한 식약청 고시가 곧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교육청은 커피, 라면, 튀김에 대해서는 ‘비만유발’을 들며 자신 있게 금지시켰다. 그런 이유라면 햄버거, 샌드위치, 도넛 등 빵 종류가 금지품목이 아닐 이유가 없다.
실제로 보통 도넛 한 개의 칼로리는 200~250㎉로 밥 한 공기(300㎉)에 육박하고, 최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의 보도에 따르면 샌드위치 대부분이 햄버거보다 열량이 높고 소금과 지방도 더 들어가는 것으로 드러났다.
햄버거의 경우도 최근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빅맥 590㎉, 와퍼 680㎉인데다 더 큰 문제는 함유 지방량이 각각 52%로 34~39그램이나 돼 비만의 요인이 된다.
조희자 영양교사회장(대전 회덕초)는 “햄버거 등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주는 포화지방 성분이 많아 비만의 원인인데다 지방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칼슘, 비타민, 무기질 함량은 너무 낮아 영양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에 들어오는 햄버거 패티(다진 고기)는 단가가 150원~700원인 저질 재료를 쓰는 경우도 많고 제조일자도 불분명해 식중독 발생 위험이 늘 존재한다”며 “솔직히 학교가 제공하는 음식물 외에는 어떤 것도 팔지 않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 모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박 모씨는 “아이 매점서 파는 빵, 튀김 등이 제조사를 알 수 없는 조잡한 것들이어서 놀란 적이 있다”며 “라면보다는 빵 종류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