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원후추첨 등 다양한 전형으로 사교육증가 막아야

2008.03.20 09:23:42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성공의 조건

대통령 공약사항인 자율형 사립고 100개·기숙형공립고 150개·마이스터고 50개 등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맞도록 고교를 다양화하고 특성화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부에 따른 교육격차’와 ‘300개 외 고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벌써부터 거세다. 19일 교총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정책협의회에서는 이런 논란에 대한 의견과 대안이 논의됐다. 협의회는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교총수석부회장의 사회로 강성화 경기 고양외고 교장・전국외고교장장학협회장, 권대봉 고려대 교수, 권순환 서울 현대고 교사, 김용호 대한사립중고교장회 정책연구부장, 송요원 서울 용산고 교사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뒷줄 왼쪽부터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교총수석부회장, 송요원 서울 용산고 교사, 앞줄 왼쪽부터 김용호 대한사립중고교장회 정책연구부장, 권대봉 고려대 교수, 강성화 경기 고양외고 교장・전국외고교장장학협회장, 권순환 서울 현대고 교사.



강성화 외고 등 기존 특목고와 고교다양화 입장 합리적 조율을
김용호 법인 전입금 부담비율 완화 않으면 자율형고는 ‘불가능’
권대봉 초·중 다양화 함께 추진돼야 고교 단계 과열 현상 예방

송요원 일반계고 슬럼화 우려, 학생생활지도 대안 등 개발해야
권순환 선정조건 ‘재정’보다 ‘사교육 감소 프로그램’운영 우선을
박용조 300개교 넘어 ‘고교 다양화 2159 프로젝트’ 함께 검토를



- 자율형 사립고 100개교 육성 정책은 취지와 달리 입시경쟁으로 인한 사교육비 증대를 가져올 개연성이 크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이에 대한 입장과 대안을 말씀해 주세요.

강성화=자율형 사립고는 학생들에게 학교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실력 있는 교사들과 책임 있는 교육을 통해 학교를 신뢰 하게해 사교육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 선발방법에 따라 중학교 이하 학교에서의 사교육비가 영향을 받을 수는 있으니 선지원후추첨제 전형방법과 지역제한을 통해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인한 사교육 증가를 막아야 할 것입니다.

김용호=그렇습니다. 건학이념 구현에 필요한 ‘좋은’ 학생을 선발해 교육시키겠다는 의지는 최대한 존중하고 장려해 나가야 합니다. 다만 일정 기간은 지필고사 선발을 금지하고, 다양한 특별전형 방안을 강구해 과도한 경쟁이 일어나는 것을 완화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권순환=자율형 사립고 선정 시 학생의 유지·관리 프로그램 강화로 사교육비를 감소시킬 수 있는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조건에 포함시켜야할 것입니다. 특히 재정 자립도보다 사교육을 감소시킬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교원 확보율, 인적자원 관리(교원 학력, 연수) 현황, 시설 및 설비 확보율, 교육 기자재 및 자료 확보율, 재단과 교원의 의지와 능력(개별 교원의 자율고 찬성 서명 서류),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 특색 있는 학교 운영 방안 등을 기준으로 선정해야 할 것입니다.

권대봉=자율형 사립고 정책은 다양화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나, 초·중학교 다양화도 함께 추진돼야 고교 단계에서의 과열 현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초·중학교 과정에서 조기유학과 탈(脫)학교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고교뿐만 아니라 초·중학교에서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방증입니다.

송요원=학교를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설립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원래 모든 사립학교는 학교설립 목적에 따라 국가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해야하는 것 아닙니까. 공약으로 내세운 100개교뿐 아니라 모든 사립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해 창의적 학교운영을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학부모 의식과 사회인식이 변화하지 않는 한 사교육비 지출은 줄지 않을 것입니다. 특정한 학교를 만든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박용조=자율형 사립고는 교육과정이나 교육활동이 차별화되고 특성화되어 그야말로 ‘자율’적이고 ‘창의’적 모습을 띠게 될 때, 사교육비 증가 우려도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 입시 중심의 ‘자율’과 ‘창의’가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 또는 교육적 의미에서의 ‘자율’과 ‘창의’가 각 자율형 사립고에 일반화되도록 정책실행 초기부터 확고히 해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입니다.

-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의 핵심은 자율형 사립고 정책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자사고가 교육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강성화=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의 핵심이 자율형 사립고 정책이라는 점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자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경제 곤란자나 사화기여자 전형 등 특별전형이나 이미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빈곤층에 대한 장학금의 획기적 확충이 이런 우려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권순환=맞습니다. 소외계층(생활보호대상자, 지체부자유자, 국가유공자) 자녀들끼리 경쟁을 통한 일정수의 입학 정원(15~30%) 유지로 귀족학교란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선정 시 대도시 편중을 막고 전국 시구 단위당 1~2개 학교로 고르게 인가해야 할 것입니다.

김용호=대통령 공약대로 교육취약계층 30%에 대한 국고보조의 장학금 혜택을 두는 한편, 정원의 일정부분을 취약계층에 배정하는 방안을 장려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송요원=자율형 사립고는 재단 전입금을 기존 자립형 사립고보다 낮출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학교 재정은 결국 등록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율형 사립고가 귀족학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는 여기에 있습니다. 자사고 설립을 인정한다면, 국가는 비슷한 여건을 일반계 고교에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율형 사립고 이외의 학교는 슬럼화 될 것입니다.

권대봉=관건은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자율형 사립고 100개는 가난해서 못 다니는 일이 없도록 장학제도를 확립해야 할 것입니다, 기숙학교의 특성은 사교육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기숙형 공립고 150개는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고교특색 살리기 플랜’이 마련되어 있지만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에 해당하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 간 위화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는데요.

권순환=300프로젝트에 포함되지 않은 1859개 고교를 ‘학교안의 학교(the school in a school)’로 전환할 것을 제안합니다. ‘학교 안의 학교’란, 일반계 고교 안에 ‘외국어 특성화 학급’ ‘과학 특성화 학급’ ‘체육 특성화 학급’ 등을 만들어 해당학급을 교육과정 운영, 학생 선발, 대입 등에서 특목고 수준으로 제도화시키는 것입니다.

권대봉=85%의 학교에 대해 핀란드나 캐나다처럼 학교를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단위학교 자율경영권을 보장한다면 고교단계의 치열한 입시경쟁도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용호=자율형 사립고에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550개 사립교도 언제든 자율형 사립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준비기간을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학생 수 부족이나 재정난이 극심한 사립의 경우, 정당한 보상을 받고 명예롭게 학교 운영을 포기할 수 있는 '자발적 해산 유도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강성화=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참여 여부는 각 학교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정책은 어느 학교에나 기회가 열려있습니다. 위화감 조성 등의 문제로 정책 자체를 거부해서는 안 됩니다. 의식을 바꾸고 생각을 전환해야 합니다.

송요원=정부는 사학규제를 최소화함으로써, 모든 사학들이 학교를 창의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부모나 학생들이 자신의 종교나 취향에 따라 사립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도 이제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시행에서 예상되는 추가적 문제점과 해결 방안이 있다면.

권대봉=학교선정과 선정된 학교의 운영평가 두 가지 차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에 속할 학교를 선정하는 데 있어 선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지역적으로 편중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학교운영평가의 입장에서 보면,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의 본래 취지를 얼마나 반영하느냐 즉,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 단위학교 자율경영권을 얼마나 존중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지, 나아가 학교운영을 학습자들의 교육요구에 맞게 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강성화=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와 기존 수월성교육을 담당했던 특목고 간 관계와 입장이 합리적으로 정해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외고는 그동안 글로벌리더를 육성을 목표로 외국어 영재육성과 수월성 교육을 담당해왔음에도 부정적으로 왜곡 평가되었습니다. 다양화 차원에서 자율형 사립학교 설립을 추진한다면, 수월성 교육과 외국어교육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외고 육성정책이 세워져야 할 것입니다.

김용호=기존 ‘자사고 정책’에 규정된 학교법인의 전입금 부담 비율이 다소 완화된다 하더라도, 이를 진입을 위한 조건으로 부과할 경우 100개 자율형 학교의 지정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입니다. 전입금 부담 의무를 단기적으론 제거시켜 보다 많은 학교들이 자율형으로 진입하거나, 진입 준비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주고, 점차 재정적 의무 요인을 부과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송요원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우수한 학생들이 특목고, 자사고로 빠져나가면 대다수 학교의 학생들은 공부의욕을 잃어, 부적응학생이나 부등교 학생이 점점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도 1류 고교가 아닌 나머지 학교 학생들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대안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입니다.

권순환=교육개혁은 국민의 표를 의식하기보다 현장 교사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반영시켜 미래지향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이전 정부와 똑같은 잘못을 저질러 국민과 교원이 고통 받는 사례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박용조=여러 패널의 의견을 종합하면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가 고교 다양화 2159프로젝트로 진행될 때, 또 고교뿐 아닌 초중학교 다양화도 함께 추진될 때, ‘고교다양화 프로젝트’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주신 의견이 정부의 액션 플랜에 영향으로 줄 수 있도록 교총을 통해 노력할 것입니다. 긴 시간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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