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학교에 대한 ‘포괄적 장학지도권’이 폐지되고, 학사운영 지도지침․방과 후 학교 운영지침․수준별 이동수업 운영 지침 등 학교운영의 구체적 사항을 규정해 온 각종 ‘지침’ 대부분이 폐지된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장관 및 교육감은 학교에 대하여 교육과정운영 및 교수․학습방법 등에 대한 장학지도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 장관이 일선 학교의 세부적인 수업상황과 학습방법에 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포괄적 장학지도권 폐지는 교육과정과 학사운영의 자율을 대폭 확대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 권한으로 남아있던 교장 임명권과 교과부 장관 권한으로 되어있던 시․도교육청 국장급 이상 장학관, 교육장, 교육연수원장에 대한 임용권도 교육감에게 위임되는 등 교원에 대한 인사권 대부분이 교육감에게 넘어간다.
교과부는 15일 학사운영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초․중등교육에 관한 교육감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29개 지침을 즉시 폐지하는 한편 규제성 법령 조항 13개를 6월중 정비하기로 하는 내용의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우형식 교과부 1차관은 “이번 계획은 교육관련 규제를 철폐하여 교육의 자율과 자치의 밑바탕을 마련하고, 학교교육의 다양화를 유도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방향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폐지되는 지침=학교운영의 구체적 사항을 규정해온 지침이 폐지됨에 따라 각 학교는 방과 후 교육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학교 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되며, 수준별 이동수업의 운영도 해당 학교가 시설여건과 학생․학부모의 요구나 수준에 따라 적합한 수업방법 등을 자유롭게 결정․운영할 수 있게 된다.
또 수업시종시각의 결정 등 수업과 일과 운영에 관한 초․중등교육법상 학교장의 권한을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논란이 끊이지 않던 0교시 수업이나 심야․보충 수업이 허용되고 방과 후 학교에 영리단체인 학원의 강사도 참여할 수 있으며, 사설기관 시행 모의고사 참여 등이 가능해진다.
수준별 이동수업의 규제 장치가 사라지면서 전면적인 우열반 편성이 가능해졌다. 시사적 문제를 다루는 계기 수업내용과 지도 지침, 학습 부교재 선정지침도 없어진다. 종교외 과목을 복수 편성해야 하는 종교계 학교 운영 지침, 학교별 정기고사 출제문항 공개 지침, 단위학교의 어린이신문 단체구독 금지 지침도 폐지된다.
수능 이후 고3 학생의 정규 교육과정 운영 중 학원수강 출석 인정 금지, 학교별 재량 휴업 기간 조기 확정 계획 제출, 교육공무원 육아휴직 시 휴직 요건 및 절차 규정, 교원의 야간제 대학원 수강 시 근무상황 ‘출장’ 처리 규정 등도 없어진다. 학생 봉사활동 제도 운영 지침이나 기간제 교원 및 강사, 산학겸임교사 임용에 관한 사항, 원격연수 관련 사항, 학교 체육방향 지침 등도 폐지 대상에 올랐다.
“교장 임명권 교육감에 위임
교원 지방직화와 관련 없다”
◇정비되는 법령=교원에 대한 인사권이 교육감에게 전면 위임돼 인사에 대한 교육감의 자율권이 강화된다. 교과부는 그러나 “교장 임명권 위임이 교원의 지방직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교과부는 교원의 지방직화를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교과부 장관이 행사하던 학교급별 교원 및 보직교사 배치 기준 설정, 시․도교육청 교육연수기관 설립․폐지도 교육규칙이나 조례로 정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교육감은 단위학교별 교원, 보직교사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지역 실정에 맞는 교원연수 운영계획을 수립․실시할 수 있게 됐다. 교육공무원의 시․도간 또는 국립학교와 공립학교간의 전보계획 수립, 장관이 학교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 규정, 장관의 국립 유치원 교육과정 운영 및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장학지도권 등도 교육감에게 넘긴다.
교과부 장관의 연구학교 지정․운영 권한도 없어져 앞으로 국가수준의 특정 정책 수행을 위해 연구학교 운영이 필요한 경우 시․도교육감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운영하게 된다. 초․중등학교의 학칙 제정도 지도․감독기관(국립은 교과부장관, 공․사립은 교육감)의 인가를 받았으나 정보공시제로 전환돼 학교의 행정 부담이 줄어든다.
교육감의 자율권이 강화되는 만큼 시․도교육청은 초․중등교육에 관한 일차적․최종적인 책임기관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시․도교육감은 강화된 자율권을 바탕으로 지역 초․중등교육정책의 기획 및 집행업무를 수행하면서 관할지역 내 학교간-지역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지역사회의 교육 참여를 확대하는 지역교육 네트워크의 허부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교과부는 뭘 하나=필요한 분야의 국가기준설정 등 기획․조정 기능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되, 공교육으로 정착되지 않은 유아교육이나 지역과 개인의 노력에만 맡길 수 없는 특수교육 분야 등을 담당한다.
특히 국가교육목표에 미달하고 경쟁에 뒤처지는 학생․학교에 대한 지원 및 교육격차 해소, 학생의 건강․안전, 교육수요자의 권리보호 등과 관련된 권한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과부는 이번 조치가 학교 자율화를 위한 첫 단계이며 지속적으로 과제를 발굴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장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사례와 애로사항을 상시 발굴하기 위해 교사와 교수,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규제 발굴 현장방문단’을 12월까지 운영하고 ‘학교자율화 국민제안마당’ 홈페이지(http://madang.edunet4u.net)를 개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