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대운하’ 영어전용교사

2008.04.29 13:06:27

6개월 연수로 교직개방? 임용적체 6만명 '어떡하나'
임기내 욕심 버리고 현직연수.양성임용 개선부터

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영어 공교육 강화 방안으로 화두가 됐던 ‘영어전용교사’ 도입논란이 잠복기에 들어갔다. “5월초 정책연구를 시작해 7월말 시안을 내놓을 예정”이라는 교과부는 “인수위가 ‘제안’한 채용 규모, 자격, 지위 등에 대한 현장 의견수렴을 통해 다양한 대안들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과부는 인수위의 영어전용교사제 도입과 관련해 “인수위 안을 무시하겠다는 것도 아니지만 꼭 인수위 안대로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고 못 박았다. 3월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관련 법령 개정(12월)’에 대해서도 “꼭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말했다. 영어교육강화팀 담당자는 “인수위가 제안한 영어전용‘교사’를 도입하는 것으로 예단하진 말아 달라”며 “영어전용‘강사’나 영어전용‘기간제교사’로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면 그쪽으로 갈 것이고, 그럴 경우 법 개정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업무보고 때, 제도 도입 예산 확충방안을 밝히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인수위는 2010년부터 4년간 2만 3000명의 전용교사를 배치하는데 1조 7천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내놨었다. 이에 대해 교과부 담당자는 “그들의 ‘자격’에 따라 인건비가 달라질 수 있고, 또 인수위 제안과 달리 좀 더 점진적으로 선발․배치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연구결과가 나와야 예산 규모, 확충방안도 세울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인수위는 2010년부터 현재 주당 1시간인 3,4학년, 주당 2시간인 5,6학년의 영어시수를 3시간으로 늘리고, 중등 영어수업 학급 규모를 25명으로 축소하기 위해 전용교사 대규모 채용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지만 교육부는 “더 시간을 두고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요즘 교과부의 업무란 게 인수위 제안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어서 결국 영어전용교사도 청와대 뜻대로 될 것”이란 교육계의 우려가 높다. 28일 정부가 내놓은 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에도 영어전용교사제 도입이 명시돼 있다.

이 경우 7월 이후 청와대․교과부와 교원단체․교사대 간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인수위는 △영어권 국가 석사학위 이상 취득자 △국내외 영어교육과정 이수자 △미임용 예비교사 △전직 외교관․상사 주재원을 대상으로 회화 중심의 전용교사 채용시험을 실시하고, 6개월 연수 후 교실에 배치한다는 복안이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영어교사만 두 트랙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이에 교육계는 “영어교육은 청계천 공사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민족사관고 윤정일 교장(한국교육학회장)은 “몇 개월 연수로 교사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들은 강사일 뿐”이라며 “10년, 20년을 내다봐야지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고 무리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교․사대생과 미임용 예비교사들은 “교사 자격증을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반발한다. 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도 “영어 하나만 잘해도 교사로 채용하겠다는 발상은 예비교사간의 임용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듦으로써 진정 교사로서의 자질과 소양을 갈고닦을 기회는 오히려 축소시킬 뿐”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현재 영어교사 자격증 취득 후 임용되지 못한 예비교사는 6000여명, 일반 교사자격증 취득 미임용자는 6만여 명 정도다. 엄청난 임용적체를 가중시킬 대규모 ‘교직개방’에 총력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게 교사대 학생회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교총은 “영어전용강사나 기간제 교사로 변경해 도입하되, 3만 3000여명의 현직 영어교사 심화연수에 시간과 재정을 투입하고 교사대 양성과정을 개선해 이를 점차 대신해 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총은 “이를 도외시하고 전용교사를 강행한다면 새 정부가 제2의 청계천 사업으로 의욕을 내비친 영어 공교육 강화는 ‘제2의 대운하’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성철 chosc@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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