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展요? 수업연구죠.”

2008.05.08 15:04:02

프랑스서 개인전 여는 김원희 수석교사


경기 대지고 김원희(미술) 수석교사가 프랑스 안시 아르에모숑 갤러리에서 4월 30일~6월 1일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해 11월 제네바 팔엑스포에서 열린 ‘현대작가전’에 초대된 그의 작품이 눈에 띈 결과다. 각각 10여 차례의 국내, 국외 개인전을 연 중견작가로서 왕성한 창작활동 중인 김 수석은 “내게 있어 개인전은 치열한 수업연구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분당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작품 ‘엔디워홀과 뒤샹과 나’를 보여주며 “평론가들은 제 그림에 팝적인 요소와 포스트모던적인 경향이 섞여 있다고 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차용미술’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술 용어로는 ‘시뮬라크르 하기’로 표현되는데, 근현대 유명작품과 잡지, 광고이미지 등을 캔버스로 옮겨와 그 안에 자신을 투영시키며 이리저리 변형시키는 형식니다. 일종의 ‘리메이크’라고나 할까.

“이를테면 마티스의 ‘붉은방’ 안에 제 모습을 넣기도 하고,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과 베이컨의 작품 이미지를 빌어와 그 안에 제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넣는 식이죠. 예술사 속에서, 동시대의 상황 속에서 내 자신의 욕망 등을 드러내며 정체성 따위를 탐구하는 과정이랄까요?” 그의 작품에 ‘리히텐슈타인과 베이컨으로부터’ ‘잡지로부터’ 같은 제목이 붙은 것은 그런 이유다. 석사논문도 ‘포스트모던 미술에서 차용과 반복에 관한 연구’였다.

이번 아르에모숑 갤러리에는 ‘마티스로부터’ ‘고갱으로부터’ 등 최신 미발표작(30호~50호․아크릴) 20점이 전시된다. 그에게는 한국의 현대미술과 자신을 알릴 좋은 기회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화풍은 아니었다. “70년대 말부터 15년간 추상표현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그게 내가 그렸다고 내 그림이 아니었어요. 독창성에 한계를 느낀 거죠.” 2000년 대학원에 진학해 프랑스 후기구조조의 미학을 연구하면서 그는 새로운 길을 찾았고, 2003년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겪으며 작품세계의 전기를 맞았다.

“삶과 예술, 그 속에 놓인 제 자신을 돌이켜보게 됐어요. 2003년 그린 자화상 ‘잔인한 4월’은 진화한 작풍의 첫 결과물이고요.” 게르니카와 이라크 전쟁의 이미지 속에 수술대에 놓인 작가의 모습이 뒤섞인 작품은 그이 시뮬라크르 하기의 전형이었다.

일선 학교 미술교사, 그것도 수석교사인 그에게 개인전은 작가로서의 ‘배설’ 그 이상이다. “미대 교수도 2년에 한번 연구비를 지원받아 개인전 등을 갖는다. 동시대 작품연구와 제작활동을 통해 학생 실기지도를 업그레이드하고 독창적인 수업모형을 개발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렇게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교사의 수업은 아이들의 태도부터가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심신이 파편화된 학생들이 물감을 갖고 놀며 변화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며 “내가 미술사 속에서 꿈꾸듯, 아이들이 미술에서 꿈과 기쁨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경기도교육연구원 인터넷방송에서 그의 수업을 촬영해 서비스하기로 했다. 그는 “미술과 수석교사로서 성남시, 나아가 경기도 미술교사들과 다양한 수업모델과 경험을 나누고 싶다”며 “교육청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다”고 말했다.

조성철 chosc@kfta.or.kr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