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1시, 경기 구리여중 과학실. 40여명의 구리시 관내 초중고 과학교사 앞에서 이원춘 수석교사(경기 성남서고)가 라이터 불을 켠다. “자, 불을 손수건에 대면 어떻게 될까요? 탄다고요? 이제부터 라이터 불이 손수건 위를 자유자재로 돌아다닙니다, 얍!”
손수건 끝을 양쪽에서 팽팽히 잡아당기며 도우미로 나선 여교사들의 눈초리가 왠지 미덥지 못하다. 이윽고 이 수석교사는 라이터를 손수건 아랫면에 붙였다. 그러자 불꽃이 손수건을 뚫고 위로 올라왔다. 라이터를 이리저리 옮겨본다. 불꽃도 따라 움직인다. ‘이제 탈 일만 남았구나!’ 교사들의 기대가 무너지며 흰 손수건 위의 불은 그저 홀로 흔들린다.
믿기지 않는 듯, 삼삼오오 조를 이룬 교사들도 직접 실험에 나섰다. “성공이다!” 박수도 나오고 재빨리 기념촬영도 이뤄진다.
이 수석은 “타지 않는 손수건은 파란색 불꽃이 공기와 접하지 못한 가스 상태여서 연소가 되지 않기 때문인 거 다 아시죠? 이걸 그냥 말로만 연소의 3요소를 설명하는 걸로 그친다고 생각해보세요. 애들 잡니다.”
이 수석은 70센티미터 길이의 구리관을 세로로 들고 위쪽 구멍에 쇠구슬을 넣었다. 0.5초 만에 아래 구멍으로 구슬이 떨어졌다. “이번엔 구슬이 한참 만에 떨어집니다. 얍!” 다시 들어간 구슬이 떨어질 줄 모른다. 5초 정도가 지나 겨우 떨어졌다. 손안에 있던 또 다른 자석 구슬을 떨어뜨린 탓이다.
“전자기 유도원리를 마술로 풀어낼 수 있는 겁니다. 근데 구리관은 2만 5천원이나 하니까 3천원 정도 하는 알루미늄 관을 쓰세요.”
이날 이 수석이 진행한 ‘매직사이언스를 활용한 과학수업’ 연수에서는 ‘초능력으로 추 흔들기’ ‘손 위에서 타는 불’ ‘물에 녹는 동전’ 등 17가지의 과학마술이 더 선보였다. 교사들은 직접 시연하며 마술사의 언변, 제스처까지 함께 연습했다. 나중에 놀랄 제자들을 상상하니 신이 난다. 미금초 과학부장 권지현 교사는 “방학 중 여름동산에서 아이들과 꼭 함께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학습주제와 간련된 과학마술을 수십가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며 “다만 그 마술이 단순히 흥미에 그치지 않고 수업목표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수업전략을 잘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자는 아이를 깨우되 수업에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진건고 임기정 과학교사는 “단원마다 여러 가지 실험방법을 익히고 정리를 잘 해 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원춘 수석교사는 벼룩 얘기를 꺼내며 수업을 마쳤다.
“제 몸의 400배를 뛰는 벼룩을 유리병 속에 넣으면 두 번까지 높이 뛰다 마개에 부딪힙니다. 근데 세 번째부터는 정확히 마개 바로 밑까지만 뛴답니다. 제 능력을 잊고 적응한 거죠. 선생님들은 벼룩이 되시겠습니까, 아니면 과학교육 개혁에 주체가 되시겠습니까.”
EBS 7년 출연 스타강사, 중앙과학교육심의위원, 한국창의력교육협회 이사, 올해의 과학교사상, 스승상 수상, 중등수석교사회장, 건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초중고대학서 20여 주제로 400여회 강의, 연수…. 교사로서 더 이상 이룰게 없어 보이지만 그는 아직 배고프다.
그는 “그간 연구하고 강의하며 쌓은 노하우, 자료들을 많은 선생님과 나누는 게 첫 번째 목표고, 두 번째는 교사가 존경받는 교직사회를 위해 수석교사제 정착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