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절도범에 무방비

2008.06.29 10:42:57

용의자 잡고 보니 교원 신분증 수두룩

“체육시간에도 가방 들고 나가는 현실
교원복지 차원서 근본 대책 마련해야”

서울과 수도권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절도행각을 일삼던 용의자가 교사들의 기지로 경찰에 붙잡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 체포 당일 그의 자동차에서 공무원증을 비롯한 교사들의 신분증 50여장 이상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체포 경위=용의자는 지난 2일 5개 초등교에서 잇따라 범행을 저질렀다. 경기도 안산 A초등교에 용의자가 나타난 것은 오전 10시 경. 학년연구실의 잠금장치를 열고 교사 6명의 핸드백과 손지갑을 털어 인근 B초등교로 범행 장소를 옮긴 용의자는 한 교실의 열쇠를 뜯으려다 교사에게 발각되자 학교 앞에 세워 둔 승용차를 타고 도주했다.

B초등교에서의 범행을 포기한 용의자는 점심시간이 지난 뒤 C초등교에 들어갔다. 용의자는 C초등교에서 결정적 ‘실수(?)’를 저지른다. 아이들을 귀가시킨 한 교사가 교실 벽에 기대 요가동작을 하고 있는데 불쑥 들어간 것이다. 밖에서 보기에 아무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교사가 “누구냐”고 묻자 용의자는 “조카가 아직 안 와 찾아왔다”고 둘러댔다.

쇼핑백을 들고 당황하는 모습에서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 교사는 곧바로 행정실에 연락, ‘낮선 사람 출현’을 알렸다. 용의자는 이미 교실 서 너 곳을 돌며 교사들의 금품을 훔쳐 달아난 상태였다. C초등교에서 지갑을 도난당한 한 교사는 카드분실 신고를 위해 D초등교에 근무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 카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초지종을 듣던 남편은 용의자 인상착의를 묻고는 급히 전화를 끊었다. 부인이 말한 남자가 복도를 서성이고 있었다. 용의자를 조심조심 따라가던 교사는 “어디를 찾느냐”고 물었다. 그가 외판원이라고 하자 교무실로 가자고 했다. 용의자로 확신한 교사는 경찰에 신고하는 한편 말을 건네며 시간을 벌었다. 마침내 경찰이 들이닥쳐 용의자를 체포했다. 격투 끝에 붙잡힌 용의자의 범죄행각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범죄 행각=용의자의 대범함과 용의주도함에 이 지역 교사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용의자는 수업시간과 학생들의 하교 시간 등 학교 실정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교사들은 중․고교보다 상대적으로 범행이 수월한 초등교를 집중적으로 택한 점, 범죄행위가 발각됐는데도 인근 학교에서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른 점, 교문 앞에 시동을 건 차를 주차시킨 점 등을 보면 학교를 상대로 한 ‘프로’가 틀림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는 체포 당일 A~D초등교 외에 E초등교에서도 교사들의 물품을 훔쳤으나 교사들은 용의자가 잡힌 후 피해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절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범인이 불과 몇 시간 사이에 5개의 초등교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경찰은 용의자 차량에서 나온 교원들의 신분증과 물품 등을 근거로 그의 범죄행위가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도둑×의 직업은 도둑×’이라고 말해 동일전과가 있음도 시사했다. 경찰에서 진술을 마친 교사들은 “서울의 한 교사는 통장까지 도난당해 1000만 원 정도를 털렸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대책 없나=교실이나 학년연구실에 개인 물품을 두는 초등교는 늘 범죄에 노출돼있다. 대부분의 초등교사들은 체육시간에도 가방을 들고 나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고충을 호소한다. 백승룡 오산 수정초 교장은 “각자가 조심하는 것 말고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이 더 안타깝다”며 “교사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교육당국의 근본적 해결책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알림=초등학교 뿐 아니고 중․고교에서도 절도범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다고 합니다. 피해를 보신 사례나 각급학교 혹은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대처 방안이 있으면 댓글이나 메일로 알려주십시오. 선생님들에게 유익한 공론의 장을 만들겠습니다. 한국교육신문사
이낙진 leenj@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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