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음란물 보면 내 인생 망친다”

2008.07.15 09:00:57

안산 초지초, 성폭력 예방 특별수업
토론·시청각 교육 등 다채로운 진행

“음란물을 같이 보자고 하는 친구. 의리로 같이 봐야할까요, 아니면 안 된다고 거절해야 할까요.”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엇갈리며 교실은 웅성거렸다. 10일 안산 초지초등학교 6학년 5반 교실에서 열린 ‘유괴·성폭력 예방 공개 특별수업’. 이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 음란물과 관련한 특별수업이 진행됐다. 수업은 음란물을 같이 보자고하는 친구에 대한 ‘유진이’의 고민이 담긴 동영상 시청으로 시작됐다.
 
친구의 고민에 대한 찬반입장을 조별로 정하고 발표하는 시간이 되자 요즘 초등 고학년의 생각이 속속 드러났다. “어른들도 보니까 우리도 봐도 됩니다”, “중독성이 있어서 봐서는 안됩니다”부터 “호기심을 풀기 위해서 봐도 됩니다” “성에 대한 실수를 할 우려가 있어서 안됩니다”까지 제법 어른스런 답변들이 오갔다.

엄미영 보건 교사의 음란물의 문제점과 대처방법에 대한 설명하자 학생들의 마음은 ‘봐도 된다’에서 ‘거절해야 한다’로 옮겨갔다. 엄 교사는 또 최근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예로 들어 음란물에 빠져들 경우 자칫 그것이 죄가 아닌 놀이로 잘못 이해될 수 있다며 건전한 취미를 갖거나 인터넷을 가족 모두가 함께 있는 거실에서 하는 방법 등 실천 가능한 조언했다.

엄 교사로부터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마지막으로 ‘음란물은 내 인생을 망친다’, ‘내 머리 속의 음란물을 깨끗이 지우자’ 등의 피켓을 친구들과 함께 만들며 수업을 마무리 했다.

음란물, 성폭력, 유괴 등의 위험에 학생들이 항시 노출돼 상황에서 위험의 실체를 알리고 그 대처방법을 함께 논의하는 방법으로 이번 특별수업은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초지초 6학년 백종배 학생은 “친구들에게 어떻게 거절해야 하는지 재미있게 배웠다”며 “앞으로 다른 아이들에게도 음란물을 봐서는 안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업을 진행한 엄 교사도 “초등 고학년만 돼도 또래문화가 음란물을 같이 봐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무거운 주제를 다양한 교보재와 영상자료를 통해 수업함으로써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음란물의 위험성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승호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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