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부패방지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학부모 감사청구제’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이를 두고 현장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 측에서는 학습권 침해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정 수 이상의 학부모가 학교 또는 교육청의 사무처리가 법령을 위반했거나 부패행위로 공익을 현저히 저해했을 경우 감사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로 감사원의 ‘국민감사청구제’와 유사한 제도다.
서울시교육청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3년 연속 국가청렴위원회 기관청렴도 평가에서 16개 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한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 해 ‘2007 맑은 서울교육’ 방안 등을 내놓고 올해 초에도 ‘2008 맑은 서울교육 추진계획’을 발표하는 등 의욕을 보였으나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초강수를 제시했다는 것이 교육청 안팎의 분석이다.
교육청의 부패종합대책과 관련해 현장 교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김수현 교사는 “학부모 감사청구제 도입으로 인해 기본적으로 ‘교사는 부패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교사의 자유로운 학습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고 말했다.
또 이성현 교사도 “감사권 남발을 제한할 제도가 없다면 결국 행정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여러 가지 보완대책이 없는 제도 도입은 반대”라고 밝혔다.
교총도 “부패행위로 공익을 현저히 위배하는 경우라면 각종 법률이나 제도를 통해 처벌이나 시정이 가능하다”며 “지금도 교과부나 청와대, 국가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상부기관에서 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또 다른 감사제도 도입은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수현 학부모는 “학교에서 부패행위에 대해 외부에서 감시하는 눈이 필요하다”며 “제도도입이 결국 교원의 부정행위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학부모감사청구제 2005년 교육부에서 도입을 추진했다가 공청회 등에서 반대 여론을 확인하고 법제화를 철회한 바 있고, 지난 5월에도 교과부가 ‘클린 365종합대책(안)’을 발표하면서도 이 내용을 포함하려다 감사권 남발에 따른 학습권 훼손 우려 때문에 사실상 유보한 바 있는 제도여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시교육청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재탕을 했거나, 아니면 교과부의 행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교사, 학부모의 여론 추이를 보고 있다"며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무릅쓰면서까지 강행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