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역사관, 교실부터 바로잡아야

2008.09.25 14:22:17

한·중·일 평과교재실천교류회
“객관적인 역사 인식이 평화 지키는 핵심”

‘근·현대의 동아시아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의 역사는 서로 큰 영향을 미치며 진행돼 왔다. 특히 일제의 전쟁 도발은 한국과 중국에 큰 상처를 남겼고, 결국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카시마에 원폭이 투하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이런 관계의 3개국은 근·현대의 동아시아사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20~22일 서울 우면동 교총회관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진행된 제3회 한·중·일 평과교재실천교류회는 각 나라의 역사교육개요와 교육 사례를 발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3개국 60여명의 교원들은 “각 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사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개회식에서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각국의 대표 교원단체가 모여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실천 방안을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며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기보다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3국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역사적 인식을 이끌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은 “교사들이 교실에서 평화를 위한 실천활동을 해나가면서 동시에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 성과를 확인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카하시 무츠쿠 일본교직원조합 부위원장도 “우리에게는 역사적 사실과 진실에 근거하는 역사인식을 공유하고, 현재와 미래의 평화를 지켜야할 의무가 있다”며 “교류회가 동아시아의 평화·우호·연대의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리커 중국교육과학문화위생체육공회 부주석은 “청소년에게 평화교육을 하고 정확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근본적인 길”이라며 “평화와 화합의 아시아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개회식에 이어 각국의 역사교육 현황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교총은 권오현 경상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동아시아사, 새로운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2007년 고교 역사 선택과목으로 신설된 ‘동아시아사’의 등장 배경과 특징, 평가 과제들을 살펴봤다. 권 교수는 “동아시아사가 교육현장에 정착되기 위해 넘어야할 많은 과제들이 해결된다면, 중국과 일본의 역사교육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석규 전교조 국제국장은 ‘한국의 역사교육현황 고찰과 한중일 평화교육세미나에 드리는 제안’을 통해 “‘전쟁과 분쟁으로 인한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교육’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평화교육세미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다카시마 노부요시 류큐대 교수는 ‘평화교육의 관점에서 본 최근의 상황’에서 “일본은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는 목표를 갖고,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피폭·도쿄대공습·오키나와전 등 전쟁의 비참함에 대한 것과 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학습을 심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페이 슈리 베이징대 부속중 역사교사는 ‘역사를 기억하며 미래를 바라보자’는 발표에서 “현재 중국은 교과과정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 내용은 중국의 미래세대들이 시대에 맞는 국민가치관, 세계관 그리고 역사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현황 보고에 이어 각국의 평화교육 실천사례가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각국의 교과서와 교육사례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입장 차를 들어내기도 했다. 중국은 권 교수가 동아시아를 한·중·일 외에 베트남, 몽골, 티베트 등을 포함한 지역이라고 정의한 것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티베트는 중국에 포함되는데 특별히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특정 민족을 언급한 것이 아니라 지역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종합토론에서 참석자들은 교류회를 더욱 확대시키고 다양한 주제를 토론하자는 의견을 냈다. 교류회가 정착되는 과정에 있는 만큼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 심도 있는 토론을 하자는 것이다. 또 인터넷을 통한 화상 공동수업을 활성화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공동수업을 통해 더욱 효과적인 평화교육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자리에서 조은경 교사와 장웨이 교사는 빠른 시일 내에 공동 수업을 하자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2일간의 세미나를 마치고 박용조 교총수석부회장(진주교대 교수)은 “평화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답게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뜻 깊은 자리였다”며 “3국의 학교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길 희망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진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수원 제일중 교사)도 “교류회가 거듭될수록 더욱 다양하고 심도 있는 내용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평화에 대한 생각으로 더욱 가까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교류회는 중국에서 열린다. 허리커 부주석은 “내년에 중국에서 개최하게 돼 기쁘다”며 “세심하게 준비해서 올해처럼 의미 있는 교류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3국의 역사·평화교육 사례 리포트

"평화를 사랑한 사람들"
▲교총=조은경 전주 근영중 교사는 2005년부터 일본과 안중근의 사상과 행위에 대해 공동 수업을 진행한 것을 바탕으로 수업 전후 안중근 의사에 대해 한국 청소년들이 어떤 의식의 변화를 보였는지 발표했다. 중학생 150명, 고등학생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에 대해 조 교사는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안중근 의사의 생애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또 이토 히로부미 저격·사살에 대해서 ‘독립을 위한 당연한 일’로 생각하는 일방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공동수업은 안중근의 생애뿐만 아니라 안중근이 주장한 ‘동양평화론’에 대한 교육이 함께 이뤄진다. 조 교사는 “대부분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안 의사가 모든 인류가 사이좋게 살 수 있는 이상향을 지향하고, 우선적으로 한·중·일 3국이 공동체를 구성하자는 사상을 전개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 해결 위한 교육"
▲전교조=김찬수 수원 동원고 교사는 지난 5년간 진행된 동원고 학생들의 일본 역사문화탐방 활동과 수원 지역 중고생들의 국내 한·일 관련 역사유적 탐방활동에 대해 발표했다. 일본 역사탐방은 주로 방학을 이용해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4박 5일의 일정으로 실시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일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고치고, 잘 보전된 문화유적을 통해 문화재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는 유익한 여행이었다”고 밝혔다. 역사탐방은 현지 지역신문을 통해 일본에도 소개됐다. 또 국내에 있는 역사유적 탐방도 교육효과가 컸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 등 현장을 찾은 학생들은 분노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는 등 현장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줬다. 김 교사는 “한일 상호간에 막연한 반감이나 호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양국이 서로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쟁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일교조=모리타 히로코 효고현 교직원조합 교사는 ‘1945년 8월을 어떻게 가르칠까’를 주제로 발표했다. 모리타 교사의 학교는 매년 6학년을 대상으로 히로시마 수학여행을 간다. 원폭 피해현장을 방문함으로써 전쟁·침략의 비참함과 어리석음을 깨닫고, 평화를 원하고 행동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다. 수학여행 전 전쟁에 대한 공부를 하고, 이후에는 히로시마에서 학습한 것을 바탕으로 ‘평화집회’를 갖는다. 지난해 있었던 평화집회에서는 관련 노래와 아이들의 시 낭독으로 진행됐다. 모리타 교사는 “수학여행 전 학생들은 원폭투하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는 의견과 잘못됐다는 의견이 반반으로 나뉘지만, 학습 이후에는 원폭투하 자체는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잘못된 것이며, 무엇보다 전쟁은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항일전쟁 승리의 의미"
▲중국교육공회=장웨이 베이징시 하이디엔 교사연구학교 교사는 ‘1945년 여름’을 주제로 발표했다. 교사연수학교에 근무하면서 교과서의 부분을 발췌해 교사들의 세부 교과활동에 대한 예시를 들었다. 1945년은 중국 근대사와 세계 현대사에서 다루고 있다. 각 교과서는 중국역사의 발전이라는 각도에서 미국과 소련의 대일전쟁, 중국의 반격 등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에게 반파시즘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가르쳐 애국심을 함양하기 위한 수업이 되고 있다. 1945년 항일전쟁 승리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교사들은 ‘항일전쟁 승리의 의미’, ‘항일전쟁에서 중국인민이 입은 재앙과 피해’, ‘역사를 바탕으로 한 중일관계 전망’ 등의 내용으로 세부적 교과활동을 수행한다.
엄성용 es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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