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촌에서 피어나는 예술의 꿈

2008.11.12 13:46:49

정선, 영월, 태백, 삼척 청소년에 문화예술교육
교과 틀 벗어나 일상 속 미술, 연극, 국악 체험

고무장갑을 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하얀 손수건을 치자와 소목을 우려낸 물에 넣고 주무르며 염색을 했다. 염색된 천의 이곳저곳을 고무줄로 묶고 철매염에 조금씩 담갔다. 고무줄을 풀어 그늘에 건조하니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무늬와 색이 조화를 이루고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 11월 5일 강원도 영월 봉래중의 방과후 시간에 진행된 '천연 염색' 수업이다. 지난 시간에 화학염색 수업에 이어 이날 천연 염색을 배우면서 우리 고유의 색을 경험하게 됐다. 1학기에 미술의 기초인 데생과 수채화 수업에 이어 2학기부터는 미술체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술이 수업교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생활 속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지난 4월부터 강원도 영월, 정선, 태백, 삼척, 4개 지역의 7개 학교를 대상으로 미술, 연극, 국악 전문 강사가 찾아가는 문화예술 지원사업 BEST 2015 '탄광을 예술광으로'가 펼쳐지고 있다. 이 사업은 문화적 혜택을 받는데 제한이 따르는 강원도 폐광촌 학생들의 문화 예술적 소양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나아가 학생들의 다양한 분야의 진로를 탐색해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자는 뜻이다.

정선의 고한중은 연극, 사북중은 미술, 정선중은 국악 수업이 연간 20회에 걸쳐 진행된다. 태백의 함태중과 영월 봉래중은 미술, 석정여중은 국악, 삼척의 도계중은 관악 수업이 이어지고 있다. 예술 강사들이 매달 3차례씩 이 학교를 방문, 2시간씩 수업을 하는 것이다.





이곳의 수업은 정형적인 교과서의 틀을 벗어나자는 데에 있다. 그렇다고 이론을 배제하는 수업이 아니다. 다만 흥미로운 방식으로 관심을 이끌어내면서 학습의 효과를 높인다는 것이다. 연극수업에서는 주변의 사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오브제를 통한 나의 소개'시간, 미술수업에서는 컴퓨터를 이용한 콜라주, 도자기페인팅 시간, 대금으로 영화 음악 연주하기 등 기존의 교과서에 없는 실기수업이 진행되다보니 학생들의 호응도 높다. 사북중 진수민 군은 "사북에서 접하지 못하는 것을 처음 배우니 감회가 새로웠고 기회가 되면 모두가 꼭 한번씩 해봤음 하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함태중 박보영 양도 "하나하나 작품을 만들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고 앞으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꾸며 가족과 친구에게 자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2월 29~30일에는 '겨울방학 문화예술 캠프'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뽐내는 시간도 마련돼 있다. 여름방학에는 서울을 찾아 난타공연, 국립중앙박물관의 '페르시아전' 전시회, 국립국악원 청소년 음악회 등을 관람하는 '문화예술캠프'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하이원리조트의 예산을 지원받아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사)문화우리 관계자는 "탄광마을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키워가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처럼 강원도 청소년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직접 체험한다면 단순한 교육적 수혜의 효과를 넘어설 것"이라며 "이 프로그램이 지속적인 사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문영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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