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보도로 본 2000년 교단 자화상

2000.12.25 00:00:00

'희망 찾기' 고단한 나날

2000년 우리 모두는 '희망'을 화두로 새해를 맞았다. 천년만에 찾아온 아침은 교실붕괴니 교단황폐화니 하는 것들을 아픔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었다. 김학준 교총회장은 신년사에서 "그동안 우리 가슴을 짓눌러온 갈등과 분노의 묵은 감정을 던져버리고 희망찬 학교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기대와 흥분으로 새 밀레니엄을 맞았지만 희망만을 노래하기에는 지난날의 상처가 너무 깊었다. 교총은 연초부터 "졸속 교육개혁으로 학교붕괴를 초래한 장본인들은 4.13총선에서 심판 받아야 한다"며 '총선 비상대책위'를 구성, 일단의 정치활동에 돌입했다. 이 활동의 일환으로 전 교육부장관인 이해찬씨가 출마한 서울관악을구에 교원들의 역량이 집결됐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2월말 교육적 체벌은 정당하다는 헌재의 판결이 나왔다. 교육계는 헌재의 결정은 체벌금지와 제한적 허용 사이에서 오락가락했던 교육당국의 정책혼선을 수습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환영했다. 졸업·스승의 날 감사표시는 뇌물이 아니라는 대구고법의 판결도 나왔다. 4년전 두명의 학부모로부터 15만원의 촌지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자격정지 1년의 실형을 받고 직위해제됐던 초등교사가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데 이어 복직발령을 받아 다시 교단에 돌아왔다.

학운위원 전원이 참여하도록 교육감 선거제도가 바뀐 이후 올해만 6번의 교육감선거가 치러졌다. 본지는 현직교육감이 출마하는 지역에서 교육청 직원들이 학운위원으로 대거 들어가면서 공명선거가 의심된다는 기사를 여러번 내보냈다. 교육계 선거가 정치권 선거보다 못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인사·예산권을 갖고 있는 현직교육감은 여러면에서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200억원대의 땅을 아무런 조건 없이 대전시교육청에 기부채납한 돈운학원 박병배이사장의 미담은 우리 교육에 희망이 있음을 확인시켰다. 또한 '씨랜드' 수련원 화재당시 수많은 어린이들을 구하고 순직한 고 김영재선생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본사에서 벌인 모금운동에 3300여명의 교사가 동참했다. 김선생의 숭고한 정신은 교과서에까지 실리게 됐다.

5월초 부산의 모 초등교에서는 한 학부모가 수업중인 여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이러한 사건은 과연 우리사회에 교권이 있는가 하는 자괴감을 갖게 했다. 무리한 정년단축에서 비롯된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퇴직교원이 교단으로 U턴한 기사가 끊이지 않았고 정년연장·환원 추진, 연금법 개악저지 투쟁 등에 대한 여론이 본지 곳곳에 녹아 내렸다. '원로교사 1명 내보내면 신규교사 2.5명 채용한다'는 정부 발표가 교육계 최고의 거짓말로 꼽히기도 했다.

6.15 남북 정상회담으로 통일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으나 일선에는 자료도 시간도 부족, 효과적인 통일교육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도 기사화됐다. 7차교육과정의 본격적인 도입을 앞두고 이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도 끊임없는 논란거리로 자리잡았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우리 교과서의 잘못된 부분도 수 차례 지적됐다.

학교운동장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기사는 모든 방송에서 크게 취급하기도 했다. 복사지를 공짜로 나눠준다는 보도이후 1900여 학교에서 신청, 일선의 어려운 현실을 대변하기도 했다. 특수학교에 근무하는 부부교사 외아들 범진군의 백혈병 투병 소식은 교육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렇지만 범진군 돕기에 보내준 온정은 우리의 '희망 찾기'가 2001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낙진 leenj@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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