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을 딛고 일어나 서양화로 새롭게 시작한 아내와 대학을 졸업하는 딸을 위한 선물입니다.”
한국화가 이상서씨가 기획한 서울 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 한춘희 장학관과 동국대 미술학과를 졸업하는 이현승씨의 ‘모녀·사랑의 하모니전’이 2~8일 인사동에서 열렸다. 한 장학관이 그린 유화 52점과 한국화를 전공한 딸의 작품 28점이 전시됐다.
지난해 4월부터 독학으로 유화를 그리기 시작한 한 장학관은 산과 들, 바다로 채워진 시골의 풍경을 주로 그려냈다. 전문가의 가르침 없이 혼자서 그려나간 만큼 그의 그림 속에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붓 터치의 독창성이 보인다고들 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에 관심은 많았지만 전공은 이와 무관한 가정교육을 택했던 그는 직장을 다니면서 뒤늦게 그림을 시작했다. 한국화에 관심을 갖고 찾아간 학원에서 만난 남편을 인연으로 그동안은 한국화를 종종 그려왔단다.
그러다 1년여 전부터 갑자기 서양화로 방향을 틀게 된 것. 3년여 전 학교 복도에서 미끄러져 척추를 다친 한 장학관은 몸을 움직이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한 장학관은 강한 재활의지로 빠르게 회복했다. 그리고 인생에 대한 새로운 도전으로 유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한 장학관은 "허리보호대를 하고 그림을 그렸는데 이 때만은 허리가 아픈지도 몰랐고 오히려 쉴 때가 더 아팠다"며 일주일에 하나씩 꾸준히 그림을 그려갔다.
허리부상을 이겨낸 아내를 '철의 여인'이라 생각하는 남편은 아내의 유화 작품과 함께 때마침 졸업을 하게 되는 딸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는 미술전을 생각해냈다. 대학 내내 장학금을 놓치지 않고 학부 수석까지 할 정도로 학업에도 열심이면서 신림동 공부방에서 봉사활동도 잊지 않는 딸에 대해서도 고마움이 컸기 때문이다.
한 장학관은 “척추가 부러져 거동조차 힘들거라고 했지만 이대로 끝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열심히 재활치료를 했다"며 "유화는 부상을 이겨내고 난 뒤 새롭게 시작한 또하나의 도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