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안위가 연 ‘공무원연금법 개정’ 공청회에서는 예상대로 공무원들의 추가 희생, 특히 재직자들의 실질적인 연금 삭감을 요구하는 주문이 쏟아졌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개정안이 장기 재정 적자를 막지 못하고 신규 공무원과 국민연금에 비해 재직자의 기득권 보호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공무원연금의 장기추계를 보면 5년 뒤에 또 개정하자 이런 얘기가 나올텐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국민연금과 왜 비교하느냐는 데 그건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지급율이 1대 1.9로 두배나 나고, 재직공무원은 3배를 더 받아가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희철 의원도 “이번 정부 안은 10년 이상 재직자는 연금 삭감이 없고, 신규자는 연금 개시연령이 65세로 되는 등 연금이 25% 삭감된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기득권만 보호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무원의 기여율을 3년에 걸쳐 7%까지 높이기는 하지만 2013년을 기점으로 보전액이 늘어 2018년에는 6조, 2028년에는 10조로 커진다”며 보다 근원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국민연금은 엄청난 피해를 수용했는데 반해 공무원연금은 힘없는 신규공무원에게 공을 넘겼다”며 재직 공무원의 양보를 촉구했다. 국민연금은 33%가 삭감됐는데, 공무원연금은 9.5%만 삭감돼 불공평의 우려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당 유정현 의원은 “33년 재직 후에는 보험료를 내지 않고 연금 산정에만 반영하는 걸 국민이 납득할 수는 없다”며 “이건 법사위에 넘길 때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소득 산출기간과 연금 가입기간을 동일하게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공청회 진술인들은 보다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문형표 KDI 선임연구위원과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험연구실장은 “공무원연금 지급률을 현행 2.1%에서 1.75%까지 낮춰 급여수준을 현재보다 16.7% 가량 감소시키고, 10년 이상 재직공무원의 급여수준도 단계적으로 하양 조정되도록 경과조치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문형표 위원은 “재직공무원의 연금개시연령도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명 실장도 “재직자의 연금개시연령을 65세로 맞추고 유족연금 60% 규정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지나친 희생을 공무원에게 떠넘긴다는 반론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박석균 공무원연금공동투쟁본부 집행위원장은 “KDI는 공무원연금 장기재정추계에서 공무원의 평균임금 인상률을 6.8% 가정해 추계해 심각성을 부풀렸다. 또 2000년 연금 개혁시 내놨던 재정추계도 지금 검증해보니 50% 이상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그럼에도 공무원들은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해 기여금을 27% 인상하고 연금을 25%까지 깎는 연금안에 합의했다”며 “합의 정신이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양률 90%의 선진 외국 공무원이 6, 7%의 기여금 부담을 하는 것에 비하면 부양률 25%인 우리가 7%를 부담하는 건 지나치다”며 정부의 낮은 부담률을 비판했다.
또 권혁주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50년, 70년을 안정적으로 가는 제도를 만든다고 하는 것도 지나친 주장”이라며 “이번 안으로 10년 정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고, 추후 지속가능한 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행안위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토대로 법안심사소위에서 법안의 수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연금투쟁본부는 “추가적인 개악이 이뤄질 경우,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