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교수학습법 개선 등 상호 지원부터 시작을

2009.01.20 13:27:59

입시문제, 고교-대학 간 협의체로 풀자

선발 공정성 문제 이겨내야 협의체도 입학사정관제도 성공
영어․수리과학 논술, 단편지식 측정 ‘닫힌’ 논술 되선 안 돼
교총-대교협 협정 체결로 고교-대학 간 협의회 활성화해야

“3불 위반 대학은 ‘대학입학전형위원회’ 등서 조치 취할 것”


이르면 2010학년 입시부터 모집단위별로 차별화된 논술고사가 대학별로 도입된다. 15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3불정책 등 대입전형 제도의 기본 틀을 2011년까지 유지하지만,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확대하고 시험 점수 위주의 전형 방식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시 고교를 술렁이게 할 입시제도의 이 같은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 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좌담에는 김규환 대교협 학사지원 부장,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 이화규 서울 숙명여고 연구부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참여했다.

- 최근 3불정책(본고사ㆍ기여입학제ㆍ고교등급제)폐지와 관련한 언론의 잇따른 보도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이 가중되고 학교현장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고려대 수시모집 과정에서 일었던 잡음 역시 3불의 근간이 흔들린 탓이었는데요. 정부가 2010년까지는 3불을 흔들지 않는다고 한만큼 대교협의 책임 있는 역할이 더욱 절실해 보이는데요.

김규환=3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고, 고교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은 대교협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매우 신중하면서도 책임 있는 자세로 다뤄나가고자 합니다. 3불을 포함해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합의한 ‘입학전형 기본사항’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대입자율화에 따른 자율규제 및 대사회적 책무성 이행을 위해 설치된 ‘대학입학전형위원회’와 ‘대학윤리위원회’를 통해 정확한 진상 조사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입니다.

이화규=특정 대학의 독선적 행동이 대학 입시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대입 전형에 있어 대학의 신뢰 축적은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누구도 납득시키기 힘든 모호한 기준으로 혼란과 불신을 초래해서는 곤란합니다.

- 2010학년도 논술에서 대학들이 외국어 관련 모집단위에서는 영어 논술을, 이공계 모집단위에서는 수학과 과학 지식을 요구하는 논술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대교협이 최근 발표했습니다. 이것을 두고 ‘본고사 부활’이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화규=논술로서 영어 논술과 수리과학 논술을 실시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이렇게 봅니다. 영어 논술과 수리과학 논술은 분명 논술이라는 측면에 충실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영어의 단편적인 지식을 측정하게 한다든지, 수리와 과학의 특정 지식이나 특정 내용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만 논술을 할 수 있는 형태의 ‘닫힌’ 논술은 절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2010년도 논술에서는 이러한 측면이 충분하게 고려되어 영어 논술이나 수리과학 논술이 출제되어야 합니다.

성태제=대학별 고사 실시에는 고교교육과정을 벗어난 출제로 학교교육이 등한시되고 고액 과외가 성행하게 만든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최근 다양한 방법의 학생 선발, 대학의 자율성 강화를 이유로 대학별 고사를 치르자는 주장도 있으나 지난 과오를 범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학별 평가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홍후조=우리 교육이 교과서 중심의 객관식 시험 점수 올리기식으로 틀 지워져 있어, 지나치게 객관적 선택형 시험으로만 학생을 ‘훈련’시키는 것은 글로벌 창의적 인재 양성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측면에서는, 이런 시도가 일면 긍정적입니다. 대학이 모집단위의 선수학습으로 필요한 수학능력으로 타당하게 규정한 것이라면 그 형식을 자신이 답을 직접 구성해보는 서술형, 학습한 바를 장기적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수행형 평가로 하는 것은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모집단위별로 계속학습, 대학에서 성공적인 학습에 선수학습으로 필요한 것이냐입니다. 현재 ‘선발용’에만 치우친 대입시를 고교와 대학 간 학생의 학습과 경험을 계속적으로 발전시켜가는 ‘교육용’으로 더 많이 쓰이도록 할 대입시의 성격과 특성을 바꾸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 ‘고교-대학 간 협의체’ 구성에 대한 필요성은 2004년 안병영 장관 시절부터 계속 제기됐습니다. 학교별로 간헐적으로 실시는 되고 있습니다만, 긴 시간 교총 등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무엇이라 보시는 지요.

김규환=어떤 새로운 기구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기구가 담당하게 될 역할과 기능이 객관적 수준에서 명확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선행조건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법․예산적 측면이 뒤따라야 하는 경우 사회적 기대 효과를 엄밀하게 따져보는 정책적 측면에 대한 고려가 덧붙여지게 됩니다. 아마도 이런 요인들과 관련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지 못한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성태제=물론 그런 원인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대학이나 고교가 고교-대학 간 협의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하지 못하는데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있으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학생 선발과 관련, 고교-대학 간 협의에 대해 대학은 학생선발을 고교와 협의를 거치는 것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교도 대학과 학생 선발을 위해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됨으로서 받을 수 있는 오해와 부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홍후조=맞습니다.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이해 부족이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구성해 내야 하는 교과부 등은 그간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방임하고 있는 편입니다. 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지, 필요성, 목적, 핵심 과업에 대한 이해도 되어 있지 않은 편입니다. 고교나 대학이나 모두 제로섬게임인 대학입시에서 이익이 되는 일에만 골몰하기 때문입니다. 고교나 학부모는 발등의 불인 내 학교, 내 학생의 진학 실적에만 열중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소위 우수학생을 선점하기 위해, 입시흥행, 모집정원을 채우기 위해 나름 전략적 행동에 열중하기 때문입니다. 학생의 계속적 교육에 고교와 대학이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또 다른 장애는 누가 고교의 대표이며, 누가 대학의 ‘대표’인가에 대한 혼란도 한 몫하고 있다고 봅니다. 특목고, 일반고, 전문고, 사립대학, 국립대학, 수도권 대학, 지방대학, 일반대학 전문대학 등 서로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모두의 장래이고, 나라의 장래라는 큰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화규=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그간 대학들이 자율이라는 명분에만 집착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물론 대학에 자율이 주어져야 하겠지만 그러려면 고교와 대학 간의 신뢰와 대학의 책무성에 대한 바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학의 잣대로 고교를 바라보는 일방적 시선에서 벗어나 고교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협의체 구성이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학들이 미온적인 태도가 큰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 확실히 입장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교총이 생각하는 ‘고교-대학 간 협의체’는 고교교육의 파행을 방지하고, 고교와 대학 간 입시협의체로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법률기구인 ‘교육협력위원회’입니다. 교원 및 교원단체 관계자가 참여하는 위원회로 법률기구화 되기 위해선 어떤 밑그림이 그려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성태제=고교와 대학 간의 협의가 용이하지 않으나 외국에서는 일찍이 실시된 사례가 있습니다. 1930년 미국은 중등교육 개선을 위해 대학이 중등학교와 연계, 교육과정의 강화와 대학입시 문제 해결을 위한 ‘학교와 대학 간 협력 개선방안(A proposal for Better Co-ordination of School and College Work)'이라는 협약을 맺어 8년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최근 미국 오레곤주에서는 PASS(Proficiency-based Admission Standards Study)를 제정해 고교와 대학 간 유기적 관계를 갖고 대학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대학이 몇 명의 고교생을 지정해 연계하거나, 교육이념이 동일한 학교의 경우 연계해 대학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이화규=협의체는 고교와 대학 간 상호 신뢰에 바탕한 제도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처럼 고교는 자율에 집착하는 대학을 불신하고, 대학은 고교의 내신을 불신하고, 고교나 대학은 교원단체를 불신하는 상황에서는 진정한 협의체 형성은 어렵습니다.

홍후조=그렇습니다. 지금처럼 임의선택, 교차지원이 횡행하고, 대학이나 모집단위가 비슷함에도 서로 다른 선수학습을 요구하면 다양성을 빙자한 혼란 그 자체입니다. 방치하면 진학과 진로 지도를 사교육에 맡기는 일이 가속될 것입니다. 대학에서도 성공적으로 학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모집단위별 선수학습으로서 제대로 익혀야할 핵심교과, 제대로 해낼 수 있는 핵심역량, 체험해 보아야할 핵심경험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를 공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태제=협의체 구성이 용이하지 않다면 먼저 교육과정 개선과 교수학습법 증진, 그리고 교육시설 이용을 위한 상호 지원의 개념에서 먼저 출발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포항제철고와 포항공대가 특정 전공이나 분야에 따라 고교-대학 연계 협의 체제를 구성․운영함으로서 고교 교육과정 및 교수학습을 개선하고 대학의 연구실험 자제를 이용,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해당 대학에 적합한 우수 학생, 잠재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률․제도적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고교와 대학 간의 상호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한국교총과 대교협이 협정을 체결해 공동으로 협의체 구성 활성화 작업을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 ‘고교-대학 간 협의체’ 구성을 주장하는 이유도 결국은 입시제도의 정상화입니다. 내년부터 49개 대학으로 확대된다는 ‘입학사정관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체제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지요.

성태제=입학사정관제에 운영에 대한 우려는 입학사정관이라는 제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입학전형 결과에 대한 공정성의 문제인데 다만 입학전형 경로가 대학 입학행정에 의존하던 과거의 전형 형태에서 질적이며 전문적이고 주관적 평가도 가능한 경로가 확대되었다고 봅니다. 문제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성, 의식 등이 문제이므로 이에 대한 각 대학별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입니다.

홍후조=그렇습니다. 전문가 집단이 전문성에 바탕해 스스로 규‘율’할 것을 잘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국의 대학이 형편이야 어떠하든 비슷한 모집단위는 선수학습이 비슷한 것을 요구하므로 비슷한 입시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 학부모, 고교 등이 적절히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모집단위면 비슷한 종류의 핵심교과, 핵심역량(프로젝트나 포트폴리오), 핵심경험(개인의 적성 확인 계발 및 봉사 활동)을 요구하되, 대학이나 모집단위의 선호도, 경쟁률, 선발이나 모집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른 수준, 범위, 분량을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입학사정관은 이런 최소한의 공통성 위에서 대학별 ‘변주곡’을 울리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화규=‘입학사정관제도’는 구색만 맞추어서는 안 됩니다. 대학의 순수한 의도가 충분히 설득될 수 있는 상태로까지 고교 그리고 학부모 당사자 간에 신뢰를 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사정관에는 대학의 입장을 이해하는 교육 관료나 대학의 당사자 못지않게, 시민단체 그리고 전․현직 고교의 현장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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